[사육곰 해방 프로젝트] 5월 돌봄 소식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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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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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천곰들의 친구 만들기


 


화천곰들의 친구 만들기

반달가슴곰을 포함해서 전 세계의 야생에 사는 곰들은 모두 단독 생활을 합니다. 짝짓기를 하거나 어미가 새끼를 기를 때를 제외하면 대개 홀로 지냅니다. 간혹 다른 곰을 만나면 서로를 다치지 않게 할 정도의 거리를 두고 경계 신호를 보내거나 데면데면하게 서로를 스치기도 합니다. 조용히 걷고 나무를 오르고 물을 첨벙거리며 먹거리를 찾는 것이 숲 속에서의 분주한 일상입니다.

그렇게 곰은 야생에서 혼자인 삶이지만 혼자가 아닙니다. 곰이 살아가는 환경은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합니다. 따끈하고 향긋한 봄바람에 긴 겨울잠을 깨면 수만 가지 식물이 봄기운을 머금고 싹을 틔웁니다. 그 중에서 어떤 꽃과 잎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고 맛을 봅니다. 무성한 여름에는 시원한 물웅덩이를 찾아 들어가고요. 가을에는 사방에 열려 떨어지는 열매들로 겨우내 견딜 힘을 비축합니다. 다시 혹독한 겨울이 오면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 어디인지 꼼꼼하게 살펴 들어가 몸을 누입니다. 곰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의 자극을 인지하며 고요한듯 바쁘게 살아갑니다.

야생이 아니라 사람이 가두어 기르는 환경에서는 이 수많은 자극을 잃습니다. 끝없는 자극에 맞추어 진화한 곰은 사육 상태에서 타고난 대로 살 수 없게 됩니다. 웅담채취용 사육곰들도 그런 처지에 있습니다. 할 일을 잃어버린 사육곰은 지루함에 몸서리칩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자극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야생과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무언가 신경 쓸 일을 주는 것을 ‘풍부화’라고 합니다. 비록 감금 상태를 벗어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냄새와 감촉, 먹이 찾는 방법, 사회적 구성을 더해주는 것은 복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사회 관계를 맺어주는 일, 즉 친구를 만들어주는 일도 여기에 한 몫 할 수 있습니다. 그 친구는 다른 곰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인 돌봄활동가가 될 수도 있는데요. 사람과는 철창을 사이에 두고 만날 수밖에 없지만, 다른 곰과는 생활 공간을 공유하며 몸으로 부대끼는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서로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무척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천천히 서로에게 좋은 기억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철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만나서 인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격문 양쪽에 곰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두고 서로의 존재와 먹이를 먹는 즐거운 감정을 연결시키는 훈련입니다. 곰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좋은 경험을 합니다. 이 과정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이 될 수도 있고, 결국 서로를 좋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백 퍼센트 성공할 수 있는 훈련은 아닌 것이지요. 더군다나 화천의 곰들은 나이가 많아 새로운 사회화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함께 잘 지낼 수 있게 되었을 때 곰들이 누리게 될 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에 활동가들은 인내심을 갖고 서로를 좋은 존재로 소개하기 위해 애씁니다.

곰들이 서로 싫어하지 않게 되고 적절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서서히 철창을 열어줍니다. 처음에는 중간의 철창을 잠깐만 열어주다가 점점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훈련을 합니다. 장벽 없이 만났을 때 곰들은 서로를 어떤 방식으로 대해야 할지 시험하고 학습합니다. 상대가 곰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며 호기심도 생깁니다. 위협도 해보고 도망도 가면서 서로 다치지 않게 함께 지내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합사훈련을 마친 곰들이 한 공간에서 잘 지낼 수 있다면, 곰들은 함께 방사장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한 마리씩 돌아가며 방사장에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서로는 서로에게 부족한 자극을 채워줄 친구가 될 것입니다. 천천히 가까워질 곰들의 관계를 위해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2. 사육곰 해방,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2021년, 카라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함께 농가의 수입원으로 키워지던 ‘사육곰’을 해방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육곰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활동 초기에는 곰들이 왜 농가에서 키워지게 되고, 어떻게 취급되며 고통받았는지가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분들이 ‘사육곰 해방’에 뜻을 함께 해주셨고 언론에서도 사육곰 문제가 종종 다뤄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육곰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차츰 멀어져가고 있는 듯 합니다. 극적인 에피소드 없이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구조된 곰들의 일상에, 어쩌면 사육곰을 위한 활동이 평온해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장에서 구조된 곰들을 보살피고, 300여 마리 사육곰에 대한 정부 정책을 제안하고 해외 사례를 연구하는 활동들은 아주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사육곰 해방 프로젝트는 단기간 내에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활동이 아닙니다. 수년 간 곰사(철장)에 갇혀있던 곰들이 철장 밖으로 한 발을 내딛게 하는 데까지만 해도 1년 4개월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곰들이 흙냄새를 맡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곰숲을 만드는 데에도, 곰들이 곰숲으로 갈 수 있는 안전한 길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길이 만들어진 후에도 평생을 곰사에 갇혀지내던 곰들이 그 길을 밟고 곰숲으로 가게 트레이닝을 하는 과정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변화가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구조된 사육곰들은 매일매일 세상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다가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오히려 곰들이 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곰들의 마음을 살피며 안전하게 한땀한땀 공들여 14마리의 곰들을 보살핍니다. 이 곰들의 변화는 아직 구조되지 못한 300여 마리 곰들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느릿하지만 의미있는 큰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육곰 해방 프로젝트이지만,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기 때문일까요. 해피빈 모금도 다른 모금함에 비해 참여가 매우 저조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설된 모금함들은 이미 목표금액을 다 채웠거나 100%를 앞두고 있는데, 사육곰을 위한 모금함은 70%도 달성되지 못했습니다. 모금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쩌면 목표금액을 다 모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사육곰들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카라가 현장활동과 정책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피빈 모금에 함께해주세요,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사육곰들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곰들이 남은 시간을 지금보다 나은 삶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와 참여 부탁드립니다.



3. S1, S2 이름 공모 결과 발표

 


지난 3월 26일 구조한 두 마리 곰에게 드디어 이름이 생겼습니다!
곰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 행동 카라는 여러분께 S1과 S2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많은 분이 두 마리 곰을 위해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관심 가져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S1은 '소요'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a.de*****님: ‘소요(逍遙)‘는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닌다는 뜻의 명사인데요, S1이 건강한 네 다리로 마음 놓고 곰숲을 거니는 모습을 상상하며 추천해 봅니다.
S2은 '덕이'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only__****님: 두툼하고 후덕한 얼굴형이 매력적이네요! 세 발로도 잘 살아남아 재밌게 놀며 지낸다는 얘기를 들으니 덕을 많이 쌓아 그런거 아닌가 싶고요 ㅎㅎㅎㅎ 인간들 덕 많이 받으며 즐겁게 지내라는 마음을 담아 '덕이'나 '덕만'이라는 이름은 어떨까요
소요와 덕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앞으로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두 분께는 토마토곰 키링을 선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4. 브라우징(Browsing)

 

겨우내 단단하게 굳었던 나뭇가지에 봄이 오면 연초록빛 어린 잎이 일제히 움틉니다. 반달가슴곰이 사는 숲에서는 이 여린 싹들이 수많은 숲 속 생명을 먹여 살립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에게도 나뭇잎은 중요한 먹이원입니다. 지리산에서의 반달가슴곰 연구에서는 참나무, 단풍나무, 찔레, 진달래의 잎을 비롯해 고사리, 조릿대, 취나물 같은 봄의 전령들이 주요한 먹이로 나타났습니다. 육식동물이었던 곰은 잡식동물로 살아가기 위해 나뭇잎을 좋아하는 동물로 진화했습니다.
나뭇잎을 먹는 야생곰의 일상을 잠깐 들여다볼까요? 곰들은 높은 나무에 올라 나뭇가지를 꺾고 거기에 붙은 여린 잎을 사탕 빼먹듯이 발라먹습니다. 그리고 움켜쥔 나뭇가지는 엉덩이 아래에 꽂습니다. 그렇게 엉덩이 아래에 쌓인 나뭇가지는 곰이 편안하게 누워 쉴 둥지가 됩니다. 곰이 나무 위에 튼 이 둥지를 ‘상사리’ 혹은 ‘곰탱이’라고 부릅니다. 밥도 먹고 침대도 만들고, 곰의 일상은 낭비되는 행동 하나 없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가두어 기르는 곰에게 일상을 채울 만큼 나뭇잎을 충분히 주기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자그마한 나뭇잎을 하나씩 뜯어먹으면서 일상을 채우려면 사람 키보다 훨씬 큰 나뭇가지를 잘라다 줘야 합니다. 그래야 몇 시간 정도는 야생곰처럼 나뭇잎을 뜯어먹기도 하고 뱉기도 하며 몇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저희는 농장 주변의 나무 중에 곰들이 좋아하는 참나무나 단풍나무를 기어올라 잎이 충분히 붙어있되, 너무 굵어서 옮기지 못할 정도는 아닌 가지를 톱으로 슥삭슥삭 베어옵니다. 곰이 열 네 마리니 곰 한 마리 당 나뭇가지 두 개만 주더라도 스물 여덟 개를 베어와야 합니다.
이렇게 나뭇가지를 베어다 동물에게 주는 일을 브라우징(browsing)이라고 합니다. 염소 같은 초식동물이 나뭇가지에서 잎을 뜯어먹는 일을 영어로 browse라고 표현하는데요. 동물을 기르는 곳에서 인공적인 사료나 농산물 외에 싱싱한 나뭇가지를 잘라다 주는 일은 동물의 복지에 중요합니다. 원래 나뭇잎을 먹고 사는 동물들에게 나뭇잎을 먹는 기회는 큰 기쁨을 주기 때문입니다.
매일 나무를 자르다보면 손가락을 베거나 찧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뭇가지를 한가득 들고 언덕길을 오르는 것도 숨이 찹니다. 청소도 해야 하고, 밥도 챙겨야 하고, 하나하나 훈련을 하고, 그 와중에 영상을 찍고, 일과가 끝나면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곰이 브라우징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톱자루를 쥐고 숲을 헤집는 일은 우리에게도 가슴이 찌르르할 정도로 신나는 일입니다. 곰을 돌보는 일상은 그렇게 땀범벅이 되면서 곰들을 기쁘게 하는 일들로 가득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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