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해방 프로젝트] 3월 돌봄 소식

  • 카라
  • |
  • 2023-04-03 16:46
  • |
  • 157

1. 베트남 곰 생츄어리 견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베트남 곰 생츄어리 견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7일간의 베트남 곰 생츄어리 견학 일정을 잘 마치고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다정과 친절을 베풀어준 Animals Asia, Four Paws, Free the Bears 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가 방문한 생츄어리들은 환경, 운영, 돌봄, 훈련에 있어 서로 다른 점이 꽤 많았습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생츄어리들을 보며 우리가 짓고 싶은, 지어야 할 생츄어리는 어떠한 모습이 되면 좋을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세 곳의 생츄어리가 가진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곰의 모습이었습니다. 편안하고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의 곰들은 이곳이 곰이 곰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임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생츄어리에서의 곰들은 놀고 싶으면 놀고, 자고 싶으면 자고, 풍부화물을 선택하고, 같이 놀고 싶은 상대 고르는 것이 마땅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문득 시멘트 바닥과 철창 위에서 부르튼 발바닥으로 좁은 사육장 안을 빙빙 돌고 있을 한국의 사육곰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먹먹했었습니다.


​화천의 곰들을 돌보며 우리는 늘 궁금한 것이 많았습니다. 밥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갑자기 털이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약을 먹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활동가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도 결론을 내지 못한 적도 자주 있습니다.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비행기를 타고 6시간을 날아와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베트남 곰 생츄어리들은 서로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더 나은 생츄어리 운영을 위해 애쓰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생츄어리 건립조차 하지 못한 채 고군분투하고 있는 형편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생츄어리가 단지 곰 보호시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지역사회 연계를 통하여 환경 및 야생동물과의 지속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생츄어리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려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깊었습니다. 인간이 야생동물을 가두어놓고 착취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성찰하는 것, 그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와 문제해결을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을 고민하는 것 또한 생츄어리의 역할입니다. 우리가 해외의 생츄어리로 곰들을 보내는 대신 한국의 곰 생츄어리를 짓겠다고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야생동물을 야생동물로서 존중해주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 부끄러운 행위가 과연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는지 다른 형태로 남아 여전히 야생동물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한국의 생츄어리는 꼭 필요합니다.우리의 눈에는 마냥 좋게만 보였던 이곳의 생츄어리들도 운영을 시작한 초기 단계에는 부족함이 많았음을 이야기하며 아주 작은 규모에서 시작해 천천히 부지를 넓히고 시설을 확장해가며 지금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니 계속하다 보면 우리도 분명 생츄어리를 지을 수 있다고 응원을 건넸습니다. 그 응원이 예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배웠으니 이제 다시 우리의 곰들에게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우리의 곰들은 여전히 3평 남짓한 사육장에서 지내며 100평의 미니 방사장에서 소박한 풍부화물을 가지고 놀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더 나은 돌봄을 줄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처럼 든든한 힘을 얻고 화천으로 돌아갑니다.


우리의 견학은 후원자분들의 꾸준한 관심과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때로는 지지부진하게 보일 수 있는 이 일에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2. 베트남 생츄어리 견학기 1. 돌봄편

베트남 생츄어리 견학기 1. 돌봄편

베트남의 생츄어리 세 군데를 다녀온 후기를 1. 돌봄편과 2. 운영편으로 나누어 적습니다. 돌봄편은 화천에서 매일 곰들과 부대끼는 활동가 김민재가 생츄어리에서 일어나는 곰 돌봄 이야기를 전합니다.

수풀이 우거지고 풀과 나무가 무성한 생츄어리에서 곰들의 일상은 아늑하고 여유로웠습니다. 돌봄 활동가들이 방사장의 전기울타리를 확인하고 곰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여러 풍부화물과 방사장 이곳저곳에 먹이를 숨기고 나면 곰들은 드넓은 방사장으로 나갑니다. 그곳에서 곰들은 맘껏 돌아다니며 숨겨진 먹이를 찾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같이 놀고 싶은 친구를 골라 투닥거리며 장난을 칩니다. 실컷 놀고먹은 곰들은 자기가 원하는 곳을 찾아 여유로운 낮잠을 즐깁니다. 곰이 곰답게 행동하며 사는 모습만으로도 이곳의 곰들이 충분한 돌봄을 받으며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곰들이 방사장에 나가노는 동안 돌봄 활동가들은 사육장을 청소하고 청소가 끝나면 방사장에서의 곰들의 행동과 반응을 관찰하며 남은 일과를 보냅니다. 생츄어리에서는 같은 곰을 매일 지켜보며 하루의 대부분을 관찰에 할애합니다. 어떤 곰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서로 친한 곰은 누구인지 행동에 불편함이 생기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관찰내용에 따라 어떤 곰에게는 더 세밀한 돌봄을 고려합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그 대상을 자주 그리고 오래 들여다보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여건이 되는 선에서 2년 주기로 곰들의 건강검진을 하는데 운이 좋게도 건강검진 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검진 대상인 곰은 의료실로 이동하여 수의사와 간호사의 체크리스트에 따라 혈압 체크, 운동성 확인 등 꼼꼼한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검진이 끝나면 회복실로 이동하여 마취가 풀리기 전까지 수의사가 지켜봅니다. 우리의 곰들도 다들 나이가 많아 늘 건강 상태를 염려하곤 하는데 이렇게 전문적인 장비를 갖춘 곳에서 건강검진을 진행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땅한 의료시설이 없어 시멘트 바닥에 눕혀놓은 채 진료와 처치를 하고 세상을 떠나보냈던 곰들에 대한 미안함은 사라지지가 않습니다.

최근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합사훈련과 새로운 곰을 구조했을 때의 돌봄에 대해서도 많이 질문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화천의 곰들도 겨울에 졸린 곰들이 많아지면서 합사 훈련을 멈췄는데, 이곳에서도 곰들이 예민한 시기인 겨울에는 합사를 시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봄이 오고 따뜻해지면 훈련을 통해 곰들에게 같이 어울리며 지내는 법을 알려줄 생각입니다. 합사훈련을 하기 전에는 넉넉히 먹여 배가 부른 상태여야 한다는데, 우리 곰들도 봄이 오기 전에 얼른 체중감량을 해야겠구나 싶습니다. 지금 화천의 곰들은 더 먹이면 안 될 정도로 겨울 동안 한껏 살이 쪄 포동포동하거든요.

우리는 최선을 다해 곰들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초록빛의 드넓은 방사장에서 한껏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베트남의 곰들을 보고 나니 화천의 곰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낙담이 뒤섞여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여건이 다르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다가도 곰을 돌보고 있다는 상황은 같은데 곰들이 느끼는 즐거움엔 너무 큰 차이가 있어 주눅 들고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이 욕심이 생츄어리를 짓는 원동력이 되겠지요. 지금은 아쉬움만 가득한 돌봄이지만 우리의 돌봄을 뿌듯하게 자랑할 날을 기다립니다. 반드시 올 거라 믿습니다.


3. 베트남 생츄어리 견학기 2. 운영편












베트남 생츄어리 견학기 2. 운영편

베트남의 생츄어리 세 군데를 다녀온 후기를 1. 돌봄편과 2. 운영편으로 나누어 적습니다. 운영편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함께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앞으로 지어질 생츄어리를 꿈꾸며 전합니다.

카라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지난 2월 말 Animals Asia, Four Paws, Free the Bears 세 단체의 생츄어리를 방문했습니다. 앞선 돌봄편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세 곳의 생츄어리는 조금씩 그 형태와 방식이 달랐지만 그 곰들은 우리나라의 사육곰과 달리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보고 온 생츄어리는 구조된 곰들이 곰답게 지내고, 인간은 곰들의 복지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저희가 만들고 싶은 생츄어리의 모습이었습니다.

세 곳의 생츄어리는 모두 베트남 정부에서 부지를 임대한 땅에 설립되었습니다. 베트남 역시 과거에는 우리나라처럼 쓸개즙 채취를 위한 사육곰 산업이 성행했습니다. 하지만 종식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동물보호단체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대안을 만들었습니다. 세 곳 모두 돌보고 있는 곰들의 복지 외에도 생츄어리의 사회적 역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애니멀스아시아(Animals Asia)는 200마리가 넘는 곰을 구조해서 돌보는 대규모 시설이었습니다. 생츄어리 내 병원에서 인턴쉽을 통해 직접 곰 진료가 가능한 현지인 수의사를 양성하고 있었습니다. 수의사뿐 아니라 베트남 정부와 논의하여 전원이 베트남 현지인으로 구성된 두 번째 생츄어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곰의 생태와 사육곰 산업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역 학교와 연계하여 진행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교육의 일환으로 죽은 곰들의 묘지에 쓸개즙을 대체할 수 있는 약재 식물을 심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곰들이 먹는 채소, 과일 등의 농작물은 모두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거래하고 있어 지역 사회와의 공존을 중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포포즈(Four Paws)는 다른 두 단체처럼 국립공원에 속해 있지 않은 민간시설임에도 정부로부터 부지를 임대 받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포포즈는 넓은 생츄어리를 내려다보며 관찰할 수 있는 ‘스카이 워크’를 통해 단순히 구조된 곰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생태 교육과 사회적 인식 증진 목적의 가이드 투어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프리더베어스(Free the Bears)는 학생들과의 교류와 교육 프로그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었습니다. 국제학교의 학생들이 생츄어리를 견학하고 돌아간 뒤 자발적 후원으로 이어져 지은 방사장도 있었습니다. 지역 사회의 일반교육기관과도 꾸준히 연계하여 학생들이 곰과 숲의 보전 가치를 이해하고, 야생동물을 약재로 소비하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 개의 생츄어리는 직접 곰을 구조하고 돌보면서, 다양한 캠페인으로 사육곰 문제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지역 사회와의 조화를 이루면서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화천에서 열두 마리의 사육곰을 돌보고 있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카라 역시 이런 생츄어리를 꿈꾸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지지가 모여 화천곰들의 세상을 4평짜리 사육장에서 곰숲으로 넓혀냈습니다. 이제는 생츄어리 건립과 한국 사육곰 산업의 종식을 위해 더욱 힘을 모을 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육곰들이 한 마리도 빠짐없이 곰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4. 사육곰 두 마리 구조하러 갑니다
 








사육곰 두 마리 구조하러 갑니다!
강원도 화천, 이곳에 수십 년 된 곰 농장이 있습니다. 농장은 긴 세월 동안 서서히 몰락해 이제 폐허가 된 사육곰 산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3년 전 어느 날, 우리는 이 쓸쓸한 현장, 녹슨 철창 안에서 하루하루 희망 없이 맴도는 곰 두 마리를 만났습니다.
이 곰들은 웅담채취를 목적으로 무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철창 안에 갇혀 살았습니다. 웅담 수요가 줄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곰을 기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소사료와 농사 부산물을 먹고 살아야 했고요. 낮과 밤, 사계절, 십 년의 세월을 초식동물용 사료를 주식으로 살아가면서 이 곰들은 응당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 중 대부분을 박탈당해야 했습니다. 그저 살아 있을 뿐, 고문과도 같은 단조로운 생활의 고통은 곰들의 비정상적 행동에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곰 둘 중 한 마리는 왼쪽 뒷다리에 심각한 장애가 있습니다. 농장주에 따르면 어릴 때 옆 칸의 곰에게 물려 다리를 다쳤다고 합니다. 다리는 기형적으로 꺾여 있고, 접힌 채로 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십 년 넘게 그 상태로 살아왔습니다.
만남 이후로 내내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던 곰들, 이제 드디어 그들을 구조하러 갑니다. 그리고 이 구조를 끝으로 오랜 시간 수많은 곰들의 생명을 앗아간 농장은 완전히 폐쇄됩니다. 이번 일요일이 지나면, 한국 땅에 남은 20개 사육곰 농장 중 하나가 줄어 19개가 됩니다!
이제 두 마리는 곰보금자리와 카라가 돌보게 됩니다. 해먹에서 밤하늘을 바라볼 것이며, 곰숲에서 거닐며 놀고, 그들에게 적합한 음식과 돌봄의 손길을 받게 될 것입니다. 다쳐서 꺾인 채 굳어버린 곰의 다리도 수의사 활동가들이 상태를 살펴 어디가 아픈지는 않은지 혹시 치료나 수술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살피게 될 것입니다.
곰 두 마리를 꺼내어 오는 일은 많은 준비가 필요한 큰 일입니다. 그러나 구조 후 돌볼 공간을 마련하고 매일 사람이 붙어서 곰다운 일상을 만들어 주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후로 곰들을 돌보는데 큰 노력과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러분들의 도움과 참여만이 이 곰들에게 희망입니다. 한국 사육곰 산업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곰들을 위한 여정에 함께해 주세요. 여러분들의 연대로 곰들에게 새 세상을 열어 주세요.


5. 구조현장 이야기





지난 일요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예고해드린 대로 사육곰 2마리를 구조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화천에 모였습니다.
간단한 회의와 함께 각자의 역할과 준비물을 최종 확인한 뒤 수의사와 돌봄활동가들이 먼저 농장으로 올라가 곰을 케이지로 옮기기 위해 마취를 진행했고, 마취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뒤에는 기본적인 건강 검진을 했습니다.
제대로 된 의료 장비도 없고 마취도 안정적이지 못해 많은 것을 볼 수는 없었지만 대략적인 외관 관찰과 구강 검사, 채혈 등이 이루어졌고 기생충 검사 의뢰를 위한 분변 채취도 진행되었습니다. 다행히 구조된 농장이 시멘트 바닥과 내실을 갖추고 있어 환경이 아주 열악한 편은 아니고 석 달 전부터 상근활동가들이 매주 사료와 고구마 등의 먹이를 직접 공급한 덕인지 곰들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일 뿐 아니라 털 상태와 체형이 아주 양호해 보였습니다.
한 쪽 뒷다리에 장애가 있는 곰은 조금 더 자세히 상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 휴대용 엑스레이를 대여하고 방사선 촬영을 했는데요. 뼈의 크기가 조금 작은 것을 제외하면 관절 문제 등 통증을 유발할 만한 소견은 없었습니다. 어릴 때 겪은 사고로 인해 다리가 접힌 채로 발과 엉덩이의 피부가 붙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미 15년가량을 그 상태로 지내왔고 세 다리로 걷는 것에 큰 불편함도 보이지 않아 외과적 처치 없이 지켜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건강 검진이 이루어지는 동안 다른 활동가들은 곰들이 이동 중, 그리고 이동 후에 느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동 케이지에 짚을 깔아주고 사육장에 걸려있던 해먹을 곰들이 새로 지낼 곳으로 옮겼습니다. 건강 검진이 끝나고 이동 케이지로 옮겨진 곰들은 마취에서 깨어난 뒤 무진동 차량에 올랐고 마침내, 저희가 돌보는 화천 농장에 무사히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곰을 이동시키는 구조는 처음이라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걱정도 되었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렇듯이 실제로 예상치 못 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걱정한 만큼 꼼꼼히 준비한 활동가들 덕분에, 그리고 화면 너머로 응원의 마음을 전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별 탈 없이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구조된 곰들은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아직은 새로 들어간 사육장의 환경과 사람들을 낯설어 해 미안하기도 합니다.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잘 돌봐 주겠다고 데려왔지만 곰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이었을 테니까요. 이제부터는 온전히 저희의 몫입니다. 새로 온 곰들이 사람들, 그리고 다른 곰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새로운 먹이도 먹어보고 임시 방사장의 흙도 밟아보며 덜 단조롭고 더 다양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도록, 그렇게 이전보다는 삶이 조금 나아졌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노력에 힘을 보태주세요.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