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모란시장] 서울축산 행정대집행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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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2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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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77

서울축산 행정대집행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곧 도살될 개들이 그대로 남겨졌습니다.

모란시장에서 개도살이 진정 없어질 때까지 
저희는 (성남시가 대국민 앞에 약속한 바 있는) 환경정비 업무협약의 조속한 이행과 실현을 요구하고 또 요구할 것입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철거된  도살장비가 실린 트럭이 빠져 나가고 있다


(2018년 5월 25일 모란 서울축산 행정대집행에 이르기까지)

지난 2016년 12월 13일 성남시와 모란 가축상인회는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 을 체결, 모란시장 내 살아 있는 개의 진열과 도살 등을 중단키로 했으며 이는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7년 4월 중 완료되었어야 할 업무협약은 이행되지 못했고, 22곳의 상설 건강원 업소 가운데 하나인 서울축산은 약속한 협약 이행을 거부, 서울축산의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려던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릅니다.

계고처분에 대한 서울축산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성남지원은 “철거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인용 결정해 버리고 말았고, 그 뒤 서울축산은 철거를 못하는 집행정지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에 카라는 협약을 깨트리고 생명을 죽여 이익을 취하고 있는 서울축산의 행태를 막고자 성남시 편에서 이 재판의 보조참가를 신청, 2018년 1월 30일과 4월 5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여해 서울축산의 위법성을 따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5월 17일, 드디어 원고 서울축산에 패소 판결이 내려져 성남시와 카라가 재판에 승소, 행정대집행이 비로소 가능해졌습니다. 

카라는 즉시 서울축산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고, 5월 23일 3500여 시민분들의 서명 결과를 성남시와 중원구청에 각각 전달하였습니다. 성남시 중원구청은 5월 18일 서울축산에 불법 건축물 자진철거를 명했고 서울축산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25일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서울축산은 자진철거에 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재판 결과를 받아 들이지 않고 행정대집행 예정일 이틀 전에 항소와 아울러 집행정지를 다시 신청하는 등 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5월 25일 행정대집행은 예정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카라는 그간 성남시를 상대로 서울축산서 동물들을 계류시키는 시설까지 모두 철거할 것을 계속 요구해 왔으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동물구조 상황에 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행정대집행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 했습니다.


드디어 진행되는 행정대집행


오전 9시:

20여명이 넘는 성남시 중원구청 공무원 및 관계자들이 현장에 도착, 안전선을 치며 분주히 행정대집행을 준비합니다. 

개들의 우는 소리가 간간히 새어 나옵니다. 예의 피비린내도 코를 찌릅니다.


10시:

드디어 행정대집행이 시작됩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자 개의 털 뽑는 기계가 들려져 나와 트럭에 실립니다. 곧 털 뽑는 기계를 돌아가게 하는 하단 구조물이 추가로 나옵니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 개를 죽이고 고기를 절단하는 기계도 들려져 나와 또다른 트럭에 실립니다.

털 뽑는 기계와 절단기 등 두 도살 장비는 개들의 피로 얼룩져 있을 뿐만 아니라 몹시 비위생적인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피비린내 냄새가 점점 심해집니다.


서울축산 불법 건축물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나온 첫 철거물, 털 뽑는 기계


11시:

서울축산이 밖으로 붙여놓은 현수막이 철거됩니다. 현수막이 걷히자 안에 불법시설(장)의 윗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위쪽에 걸린 현수막한 걷혔을 뿐 아래를 막고 있는 판넬은 그대로 유지되어 불법건축물(장)을 가리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천막 제거를 시도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천막을 찢으면 쉬울 것 같은데 손상을 입히지 않은 채 철거하려는 모습이 조금 답답하기도 합니다. 거의 1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2개의 천막이 하나씩 철거되어 조심스럽게 접힙니다. 

천막 1개가 걷힌 순간, 비로소 안에 있는 개들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활동가들의 마음을 애태웁니다. 많은 개들이 있다는 게 감지됐습니다. 


천막 1개가 걷히자 소리로만 들리던 개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12시:

개들이 갇혀있는 불법건축물(장)을 같이 드러내기를 바라며 다음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성남시는 천막까지만 제거하고 개들이 있는 불법건축물(장)은 들어낼 생각이 없습니다.

불법건축물인 개를 가두어 놓은 철장을 뜯어내는 순서는 오지도 않은 채 행정대집행은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최소 60여 마리 이상의 개들이 갑자기 내리쬐는 햇볕에 목이 마른듯 혀를 내밀고 헥헥 댑니다. 앞으로의 운명이 빤히 보이는 이 개들을 그대로 놔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갑갑합니다.


행정대집행은 미완이었다... 개들이 갇힌 불법 시설물에 대해 성남시 중원구청은 손대지 않았고 벽면 판넬도 불법 시설물을 가리도록 그대로 놔두었다 


천막을 드러낸 뒤 서울축산을 위에서 찍은 모습. 최소 60여 마리 이상의 개들이 도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정대집행 모니터링을 마치며

오늘 그간 미뤄져왔던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게 것은 참 다행입니다. 서울축산의 추가 항소와 추가 집행정지 신청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직전까지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행정대집행은 불법 시설을 그대로 놔뒀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지 않았고 동물학대 방지에 있어서도 미온적이었습니다.

서울축산에서 자행되는 개도살을 완전히 뿌리 뽑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개도살에 사용되는 기계를 철거했다고 해도 서울축산 안쪽에서는 (오늘 들어낸 장비가 없더라도) 여전히 충분히 개 도살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소 60여 마리 이상의 개들이 여전히 비좁은 철창 안에 갇혀 도살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흡사 개농장과도 같은 이 시설이 철거되지 않는 한 성남시의 행정대집행은 결코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2016년 12월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이 이행되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업무협약의 내용은 살아 있는 개의 진열과 모란시장에서의 개 도살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축산에는 지금 60여 마리가 넘는 개들이 산 채로 진열되어 도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를 어찌 모란시장 환경정미 업무협약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오늘 저희가 목도한 행정대집행은 지금까지 저희가 보아왔던(밀양, 성주, 용산, 제주 등) 약자를 향한 행정대집행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의 실로 예의 바르고 조용한 행정대집행이었습니다. 철거대상 물건이 행여 부서지기라도 할까 고이고이 접어 가져가는 모습은 이 땅의 행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되묻게 했습니다. 


행정대집행이 종료된 뒤 약 1시간이 지나 서울축산을 다시 찾았다. 천장은 저렇게 다시 가리워져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남았습니다.

생명존중 모란시장으로 거듭나기까지,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모란시장 상설 건강원 22곳 중 서울축산을 제외한 21곳은 협약을 이행하긴 했지만 좀더 확실한 전업과 생명존중을 위하여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2016년 업무협약의 내용에 개의 도살은 금지했을지언정 개의 지육 판매 만큼은 길을 열어줬기 때문일까요? 장날 여전히 산 동물이 거래되는가 하면 뭇 사람의 눈을 피해 개들이 도살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돌파해 가기 위해서는 우선 서울축산의 제대로된 협약 이행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모란시장이 진정 거듭날 수 있습니다.



카라는 여기서 물러나지 않고, 모란시장이 개식용 메카로서의 오명을 벗고 생명존중의 일상적 공간으로 진정 거듭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개 도살을 계속하는 서울축산 불법 건축물(장)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아울러 모란시장 업무협약이 끝내 실현되도록 (개 도살X)

그리고 나아가 기존 모란시장 업무협약의 한계를 타파하는 개의 지육 판매 금지 조치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뛰고, 또 뛰겠습니다!



댓글 1

이은경 2018-05-26 19:41

보기만해도 떨리네요..하루빨리 생명하나라도 살릴수있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