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곰들을 위한 고구마, 밤, 도토리, 단호박이 필요합니다.
⠀
지난번 많은 분께서 곰들을 위해 많은 물품을 보내주셨는데요. 곰들이 겨울잠을 자지 않고 열심히 먹어준 덕에 보내주신 먹이를 다 소진했습니다.
⠀
화천의 곰 중 겨울잠을 자는 곰은 없습니다. 졸려 하는 곰들은 있지만, 활동가들이 밥을 준비하면 느릿느릿 나와서 열심히 밥을 먹습니다.
한반도의 겨울은 정말 기네요. 사육곰이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땅콩, 밤, 도토리, 단호박이 더 필요합니다. 지난주부터 L1도 약을 급여하기 시작하여, 마시멜로도 필요합니다. 먹이가 상하는 경우가 있어 그 외의 먹이는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
상품성이 좋은 먹이도 괜찮지만, 모양이 안 예뻐서 혹은 상품성이 떨어져서 판매 못 하시는 농작물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곰에게 따뜻한 겨울 선물을 보내주실 분들은 연락 주시면 필요 물품과 보내주실 곳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연락처: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인스타 DM @project_moonbear
동물권행동 카라: info@ekara.org
새로운 친구 열세명을 만나서 그들의 특징을 구분하고 이름과 연상하는 일은 품이 꽤 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새 학기나 새 직장은 피곤하죠. 낯선 곰 열세 마리를 만나서 그들과
하나씩 아는 사이가 되는 일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반달가슴곰들은 다 까맣고 가슴에 초승달 무늬가 있어서
얘가 걔 같고 걔가 얘처럼 보였는데요. 개체관리팀은 사육장 순서대로 곰들의 (이름을
붙이기 전에) 개체번호를 매기고 곰들의 특징적인 신체부위와 개체번호를 연결 짓는 작업을 했습니다.
우투리(U8)처럼 누가 봐도 남다른 외모로 쉽게 구분되는
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함께 살던 L7-1과 칠롱이(L7-2)처럼 생김새보다 행동 패턴으로 구분이 더 쉬운 녀석들도 있었지요. 아직도
얼굴만 보고 알아보기 어려운 곰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사진 속 사육장 문이나 물통의 위치를 보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구분한 곰들은 매주 세심하게 관찰합니다. 누가
밤을 잘 먹는지, 도토리를 싫어하는지, 누가 많이 먹으려고 하고, 누가 잠에 취해 있는지. 개체관리팀은 매주 회의를 통해 관찰 내용을 공유하고
각 개체에게 필요한 것을 고민합니다. 특히 유식이와 L1은 고령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이 생겼고 계속 약을 먹고 있는데, 매주 몸 상태를 평가하고 약 처방도 새로 합니다.
약은 사실 짓는 게 문제가 아니라 먹이기가 힘들어서 고민입니다. 단
걸 좋아하는 곰에게 마쉬멜로, 시럽, 과일,
꿀, 심지어 벌집을 통째로 구해다 약을 감싸서 먹여봅니다. 그러나
나이가 많아서 식욕이 떨어진 곰은 덥썩 먹지 않고 입 안에서 천천히 씹어서 알약을 퉤퉤 뱉어냅니다. 정성껏
지은 약을 뱉어내는 곰이 야속하지만, 아마 곰들도 왜 이러나 싶을 것 같습니다.
맛있는 걸 주려면 그냥 주지 꼭 그 안에 쓴 알갱이를 섞어주니까요.
최근에는 곰이 자발적으로 주사를 맞게 하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철창에 주사부위를 갖다 대면 수의사가 철창 밖에서 주사를 놓을 수 있게 하는 훈련입니다. 먹는 게 싫으면
주사라도 맞아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덜 아프지요. 저희의 바람은 곰들이
살 만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슬픈 사육곰 역사를 몸에 새긴 채 지쳐가는 L1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어느 사육곰 농장을 가든지 사람을 가장 자주 만나고
먹을 것도 가장 많이 얻어먹는 곰들은 농장입구에 가장 가까이 사는 곰입니다. 그래서 첫 칸의 곰과 농장주가
친밀한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종종 마주치곤 합니다. 웅담을 목적으로 기른다 해도 10년 이상을 길러야 하기 때문에 그 긴 시간 동안 눈을 마주치는 관계는 가볍지 않습니다. 학대하는 나쁜 사람과 가여운 곰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이상의 것들이 존재합니다.
⠀
화천 사육곰 농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곰은 아랫줄(L) 첫 칸에 있는 L1입니다.
L1은 목과 머리가 두툼해서 마치 은퇴한 레슬링 선수 같은 체형입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이도 스무 살 이상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화천곰들 여러 마리의
아빠라고 합니다. 아저씨 같은 곰 혹은 곰 같은 아저씨의 전형입니다.
사람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살아서 사람에 대해 예민하지 않고 묵묵히 의사표현을 하는 곰입니다.
⠀
2015년, 정부가
전국의 사육곰을 중성화할 때, L1은 수술 후유증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다고 합니다. 개나 고양이 중성화도 수술 후 염증 관리가 필요하고 동물병원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곰이라는 동물을 사후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수술부위를
들여다보려면 한 마리씩 마취를 해야 하니까요. 의료진 두세팀이 천 마리에 가까운 곰을 한꺼번에 중성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 시기 많은 사육곰들이 중성화 수술 부작용으로 죽었습니다. 농장주께서는 그 일화를 자주 이야기하십니다. 힘든 일을 이겨낸 곰이라고요.
⠀
그런 L1이 1월 중순부터 갑자기 잘 걷지 못하게 됐습니다. 동물원이나 곰농장처럼
곰을 가두어 기르는 곳에서 나이든 곰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지난 7월 안락사했던 보금이도 뒷다리를 쓰지 못하고 엉덩이를 끌고 살다 죽었고, 반
년째 진통제를 먹고 있는 유식이도 뒷다리 기능에 문제가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 갇혀 살면서 근육이 약해지고, 노화로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입니다. 나이가 많아서 나타나는 증상이라
현대 수의학으로는 통증을 완화하고 증세를 완화하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습니다.
⠀
L1은 즉시 약을 먹기 시작했고, 약 기운이 돌자 걸음걸이는 조금 나아졌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올 봄에는, 늦어도 여름에는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흙바닥, 풀바닥을 밟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리고
그 전에 L1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불러주고 싶습니다.
생츄어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L1에게 이름을 붙여주세요.
⠀
댓글로 어울리는 이름을 남겨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토마토곰 키링을 선물로 드려요!🍅
개체관리팀을 소개합니다. 2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