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천장에서 흘러내린 흥건한 피, 길고양이 ‘흰둥이’의 죽음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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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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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는 서울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쏟아내며 죽어간 고양이가 있다는 제보와 증거 사진을 받았습니다.









희생된 고양이는 제보자가 '흰둥이' 라고 이름 붙여주고 5년여를 돌봐온 고양이였습니다. 흰둥이는 2016년 해당 아파트 단지에 유기되어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로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출혈성 질환의 징후를 보인 적이 없으며 아파서 밥을 안먹거나 했던 적도 결코 없었습니다. 중성화 수술도 안전하게 받았으니 선천적 출혈성 질환이 있었다고 보기 힘듭니다.











5년 전 이 아파트 단지에 하얀 고양이 두 마리와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특히 '흰둥이'는 사람에게 다가와 몸을 부빌 정도로 사람에게 친화적인 상태였습니다. 하얀 고양이 한 마리는 곧 사라졌고 흰둥이와 까만 고양이 둘은 서로 기대며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흰둥이의 하얗던 털은 길에서 지낸 5년 동안 점점 바래져 갔지만, 그나마도 이들을 가엽게 여긴 케어테이커들이 먹이라도 챙겨준 덕분에 2021년 3월 3일까지도 흰둥이는 분명 건강하게 밥을 먹었고 활동성도 좋았습니다.




지난 3월 5일, 흰둥이가 지내던 지하 주차장 기둥마다 '들고양이 먹이 금지' 벽보가 붙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부터 흰둥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매일 깨끗이 비워지던 밥도 더이상 줄지 않은 채 걱정 속에서 주말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3월 10일, 흰둥이는 주차장 천장 배관 위에서 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평소 흰둥이와 단짝인 까만 고양이가 케어테이커를 흰둥이가 죽은 장소로 안내했습니다. 흰둥이가 죽어간 현장에는 배관위로부터 차량과 주차장 바닥으로 흘러내리거나 흩뿌려진 피와 털뭉치가 발견되었습니다. 배관 위 곳곳에서도 흰둥이가 죽어가며 흘렸을 혈액이 녀석의 절망만큼 곳곳에 흘러내려 있었습니다. 케어테이커가 안타깝게 흰둥이를 찾던 그 시간 동안 흰둥이는 평소 숨어 쉬던 배관 위에서 죽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흰둥이가 사망한 시점, 흰둥이가 쏟아낸 혈흔의 모습을 볼 때, 카라는 흰둥이의 죽음에 학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해당 아파트 단지를 찾아갔습니다.










카라에서 현장을 확인한 결과 흰둥이가 발견된 주차장 배관 위에는 사방 70~80cm 가까이 혈액이 흘러내린 흔적과 흰둥이의 털들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흰둥이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피를 흘리며 배관 위에서 고통스러움에 이리저리 움직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배관 아래 주차되어있던 차량 측면에 남겨진 혈흔은 단순이 위에서 흘러내린 것만이 아니라 혈액이 뿜어내듯 분사된 흔적도 발견되었고, 주차장 바닥에는 30cm 정도의 혈액이 고인 흔적과 뭉텅이로 빠진 털이 발견되었습니다. 일대 혈흔으로 볼 때 출혈 혈액량은 최대 50cc ~ 100cc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든 양상은 고양이들이 자연적으로 사망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흰둥이의 죽음이 독극물 중독 혹은 타격에 의한 내부 출혈 등 외부 원인, 즉 학대에 의한 것인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합니다. 이에 카라는 이 사건에 대한 엄중 수사 및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고발장을 제출했으며, 흰둥이 사체를 부검 요청한 검역본부에는 카라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별도의 상세한 의견과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 흰둥이 사건 일지

- 3월 3일 : 활동성 좋고 사료 정상 섭취하는 흰둥이 목격됨

- 3월 5일 : “들고양이 먹이 금지” 벽보 출현 (주민 한 명의 강한 민원에 따른 관리소 조치)

- 3월 5일~10일 : 사료 위치 변경, 흰둥이 평소 보이던 지하 주차장에서 목격안됨

- 3월 10일 : 흰둥이 사체로 발견

- 3월 12일 : 카라와 제보자 요청으로 부검 의뢰











카라는 해당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 화단에 묻힌 흰둥이 사체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초기 대응 당시 사체 확보 및 부검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뒤늦게나마 사체를 인계하여 검역본부로 이송하였습니다.





















흰둥이가 왜 어떻게 죽어갔는지, 이 가엾고 외로운 죽음의 원인이 밝혀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렇지만 흰둥이가 마지막에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참하게 죽어갔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길에 버려진 흰둥이의 마지막 순간, 누구도 곁에 없었습니다. 흰둥이가 마지막으로 기댈 것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숨어 쉬던 아파트 주차장 배관 뿐이었습니다.

동물 유기의 결말이 어떠한지 흰둥이는 온 몸으로 우리에게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카라는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더이상 동물 유기와 학대가 발생하지 않고 단지내 길고양이를 전향적으로 보호하며 공존할 수 있도록 관리사무소 및 입주민대표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단지 내에 깨끗한 공식 급식소를 설치하여 먹이주기를 양성화하고, 중성화를 통해 개체수를 조절하며, 단지내 어린이들도 길고양이를 함께 돌보는 마을로 바꿔나가려고 합니다. 아파트 단지를 답사하고 적당한 급식소 자리들을 제안했으며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들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동물 유기와 학대는 불법 행위입니다. 지금도 현장에는 흰둥이의 친구 까만 고양이 그리고 동네 고양이 여럿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카라는 고발장 접수를 통해 학대자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길고양이에 대해 만연된 구조적 학대를 개선하기 위한 해당 아파트 공식 급식소 설치 등 해결방안 마련에도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흰둥이 학대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고 더 이상은 ‘흰둥이’와 같은 비극이 없도록 카라는 적극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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