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카라 더불어숨 센터에 12마리 개들이 집단 유기되었습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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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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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히 구겨져 한꺼번에 유기된 개들

 

카펫으로 덮어놓은 낡은 크롬장에는 개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숫자를 헤아리는 것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개들이 좁은 크롬장 안에 꽉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센터 주변에 개들의 소음으로 더 이상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활동가들이 발소리 말소리까지도 조심하며 한 마리라도 더 입양을 보내기 위해 사투하는 가운데 벌어진 사건입니다.

 

헤아려 보니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가들이 여섯 마리, 젖이 퉁퉁 부은 어미 한 마리, 3개월령의 강아지 세 마리, 그 어미 강아지로 추정되는 녀석이 한 마리, 진도 혼종인 개린이가 한 마리. 모두 열두 마리였습니다.

 

한두 명으로는 들기도 힘든 무게라, 활동가 네 명이 개들을 옮겼습니다. 어미를 비롯한 큰 녀석들은 예민한 상태로 마구 짖고 불안해했습니다. 휴일 인데다 새해 첫날이라 주변 민원이 우려되어 활동가들이 조를 짜서 불안해하는 개들을 달래며 보살폈습니다. 3일이 지나자 개들은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활동가들을 환영하는 사랑꾼으로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2016년 여름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개를 버렸던 분이 찾아와 다시 개들을 데려갔습니다. 개들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키우기 버거워 카라에 버린 분, ‘애니멀 호더였습니다. 이번에도 그분이셨습니다. 카라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도 이미 가지고 있었기에 그분에게 연락을 취했고,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그 분은 자신이 버린 것이 맞다고 실토했습니다.

 





사랑으로 시작되었으나 유기와 학대로 귀결된 애니멀 호딩의 전형적인 사례

 

그 분은 30여 마리의 동물들을 좁은 공간에 호딩하며 주변의 소음 민원을 유발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애니멀 호딩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시작됩니다. 정서적인 결핍이나 정신적 문제로 동물을 수집하는 강박증의 발현부터 동물을 사랑하고 연민해서 시작했으나 능력의 한계 또는 방법이 잘못되어 결국 호딩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연민으로 시작된 호딩의 경우 어느 시점에서 스스로의 능력과 상황을 자체 판단하고 조정과 관리를 시작하며 해결을 도모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는 주변의 도움이나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모든 경우 공통점은 어느 단계부터 동물들은 학대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유기 사건은 사랑으로 시작되었으나 결국 학대로 귀결된 전형적 사례였습니다. 처음 몇 마리 불쌍한 개들을 집에 들였고 이후 주변과 담을 쌓으며 고립되어 갔으며 개들이 자체 번식하면서 수십마리가 된 것입니다. 그렇게 될수록 민원과 질시로 더욱 고립되어 이제는 개들을 버리는 것 외에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실제로 개들을 두 번이나 버림으로써 동물을 사랑하는 동물유기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우리나라의 사회, 국가적 지원은 매우 미흡한 단계입니다. 유기동물들은 보호소에서 입양되지 않으면 열흘 혹은 보름의 기간 후 안락사 됩니다. 이번 사례와 같은 경우 애니멀 호더들이 동물이 미워서 가둬 키우게 된 것은 아닙니다. 죽을 것이 뻔한 사지, 보호소로 차마 동물들을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시작됩니다. 그렇기에 이번 경우와 같은 애니멀 호딩은 유기동물에 대한 연민과 우리 사회의 지원 부족이 결합하여 빚어낸 비극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애니멀 호더는 개들을 버린 것에 대한 처벌을 받을 예정입니다. 개들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유기견으로 신고되어 있습니다. 10일의 공고가 지나면 입양 공지가 뜨고, 그 후 입양이 되지 않는다면 죽음에 처하게 되는 것이 시보호소의 현실입니다.

 

보호자가 조금만 주의하고 계획적이거나 유능했다면, 우리 사회가 열려있는 중성화 수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더라면, 괜히 태어나 헌 짐보따리처럼 버려질 필요 없었던 죄 없는 생명입니다. 무책임하게 아무런 보호 관리 계획이나 대책도 없이 수십 마리를 떼로 태어나게 해 놓고 이를 사회나 동물단체에 보호하라며 떠넘기는 행위는 분명 무책임합니다.

 

유기동물 보호 관리는 그 수준이야 어떻듯 국민 세금으로 이뤄집니다(동물 복지의 대폭 상향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동물단체들도 능력과 예산의 한계 내에서 엄청난 규모의 동물복지 이슈들을 다뤄야 합니다. 때문에 동물단체는 회원들의 소중한 후원금으로 ‘유효한 활동’에 계획적으로 예산을 활용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무책임하게 벌여 놓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소중한 회비를 막대한 규모로 쏟아부을 수 없는 것이 동물단체의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문제 유발은 아무리 많은 재원이 있어도 감당할 수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하지만 이미 태어난 동물들을 보호받아야 합니다. 천진무구한 이 동물들, 이제 안정을 찾고 꼬리를 흔들며 애정을 표현해 오는 12마리 개들은 그 삶을 이어가야 합니다. 카라는 가장 유효한 지점을 찾아 그 일을 함으로써 이 개들을 힘껏 돕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