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1m의 삶, 누더기가 되어버린 요크셔테리어 ‘순덕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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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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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마당에서 묶어 키워야 한다.’


동물에 대한 무지함이 학대를 낳을 때가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는 ‘개는 마당에서 키워야 한다’는 인식, 짧은 목줄을 채우고 키워도 된다는 인식입니다.


마당을 지키는 것보다 사람과 함께 생활할 때 더 행복할 수 있는 동물이 ‘개’입니다. 하지만 마당에 묶여 사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스트레스 등으로 사나워 지기도 하고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공포스럽다고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카라 활동가들은 파주의 어느 마을에 묶여 산다는 개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나 망부석같이 자리를 지킨다는 누더기같은 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순한 누더기, ‘순덕이’에 대하여


순덕이는 누군가의 마당 아닌 외딴 풀숲 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풀숲 앞에는 도로가 나 있어, 잘못하면 순덕이는 쌩쌩 달리는 차에 치일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허름한 판자로 만든 집에 널빤지로 만든 그늘이 순덕이의 집이었고, 사람이 먹다 남긴 짬밥이 순덕이의 하루 끼니였습니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순덕이’의 털은 혼자 지낸 세월에 비례해 엉키고 설켜 누더기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순덕이의 삶은 언제부터 2m가 채 안 되는 줄에 묶여버린 걸까요?


"거기 묶여 사는 개는 사나워."


외딴 공간에 묶여 사는 요크셔테리어에 대해 수소문해 보니 동네 할머니들은 순덕이가 사나운 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카라 활동가들도 처음 순덕이를 보고 바짝 긴장을 했습니다. 누더기 같은 털 때문에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개가, 뜨거운 아스팔트 위까지 나와서 활동가들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왕왕!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가까이 오라고, 너무나도 반갑다고 말입니다.


가까이 가서 손을 내밀자 순덕이는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면서 활동가들을 반겼습니다. 그리고 곧 사람 발치 밑에 발라당 누워 배를 내밀고 몸을 있는 힘껏 꿈틀대는 것으로 애정을 표현했고, 빈 그릇에 사료를 뜯어주자 허겁지겁 먹으면서도 사람이 곁에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순덕이는 신선한 물은 낯선지 처음에는 잘 마시려 하지 않았습니다. 물을 잘 먹어보지 못한 개들은 물을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더러 모르기도 합니다. 순덕이는 식사를 다 끝난 뒤에도 해맑게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보았습니다. 그늘에서 쉬다가도 더벅머리 사이로 눈을 마주치면 헥헥거리며 뛰어와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순한 누더기같아요." 순한 누더기, 순덕이의 이름은 그렇게 지어졌습니다.






당신이 있는 곳이라면 뜨거운 아스팔트 위일지라도


순덕이는 평소에 수풀 아래 그늘에서 지내다가,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면 여름볕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올라와서 있는 힘껏 사람을 불러왔던 모양입니다. 병원에 데려가보니 발바닥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외에는 건강했습니다. 다만, 순덕이의 꼬리는 미용상의 이유로 짧게 잘려 있었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식칩이 있을까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인식칩이 있었습니다. 인식칩을 조회해보니 순덕이의 이름은 '똘똘이'로 나왔습니다. 인식칩에는 반려인의 전화번호와 이름까지 버젓이 남아 있었습니다. 


"가족이 줬는데, 못생겨서 거기 매놓고 키우고 있었어. 데려가서 키우려면 키워."


할아버지는 순덕이를 순순히 카라에게 ‘양도’했습니다. 만일 그가 순덕이가 자신의 재산이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면 소유권 분쟁 문제로 구조하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입니다. 순덕이는 ‘짬밥’을 먹고 살고 있으니, 동물보호법상으로는 ‘피학대동물’로 보기도 무척 애매했을 테니까요.


할아버지의 가족이 순덕이를 키우다가 사정이 생겨서인지, 함께 살기 싫어져서인지 시골로 보냈고, 방치되어 지내다가 카라가 구조하게 된 것이 ‘묶여 사는 누더기 개’에 대한 사건의 전말인 듯합니다. 여름볕으로 달군 아스팔트 위에서 순덕이는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사람을 기다린 걸까요?




| 순덕이를 옭아매고 있던 두꺼운 털. 마치 갑옷을 벗겨내는 듯 했습니다.



한국 곳곳에서 찾는 1m의 삶


순덕이는 지금 카라 동물병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도넛모양 방석의 푹신함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방석 앞에서 “순덕아!” 하고 부르면 순덕이는 멀리서 다다다 뛰어와서 방석 위로 점프해 앉습니다. 그 곳에서 힘껏 사랑을 표현하고요.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균형 잡힌 식사가 제공되는 위생적인 환경. 순덕이가 더는 수풀 사이 그늘에서 지내지 않아도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우리는 순덕이를 보며 한국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순덕이들’을 생각합니다. 순덕이는 천만다행으로 구조되어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게 되었지만, 아직도 1m의 짧은 줄에 매여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동물들이 많습니다. 무관심과 부패한 음식물로 없는 존재인 양 천천히 상해가는 개들… 방치도 동물학대라는 것을, 더는 그런 삶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동물을 함부로 살 수 없고, 버릴 수도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동물생산업과 판매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법제화를 통해 이뤄내고 싶습니다. 카라는 2013년부터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안’ 작업을 한명숙, 진선미, 심상정, 문정림 국회의원들과 해왔습니다. 2016년에는 표창원 의원과 ‘슈퍼 동물보호법 개정안’ 작업을 했고, 최근에도 표창원 의원의 ‘임의도살 금지 조항이 포함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재발의 활동을 함께했습니다. 


카라는 동물보호법의 완결성을 추구하는 정책활동을 계속하며 ‘밑 빠진 독’을 수리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순덕이와 같이 ‘동물학대 아닌 동물학대’를 받는 동물들을 구조하고 입양을 보내는 것으로 소중한 생명들에게 그들의 삶을 되돌려주고자 합니다. 






[입양] 순덕이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모금] 해피빈: 1m의 삶, 한국의 '순덕이'들을 도와주세요


[방송으로 보기] EBS 빡치미 11화 - 동물학대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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