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동물 구조자들 (1) - 방치도 동물학대, 오랜 시간 갇혀 지낸 세 마리 개들

  • 카라
  • |
  • 2021-04-07 18:05
  • |
  • 2115
동물에 대한 연민이 구조와 보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동물구조는 시작일 뿐 실로 많은 인적 물적 금전적 자원이 필요함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됩니다. 결국 구조자도 동물들도 위기에 내몰리거나 최초 의도와 다르게 애니멀호딩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카라에는 이렇게 위기에 처한 동물구조자들의 도움 요청이 끊이지 않습니다. 다 도와드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습니다.
최근 도움을 드린 사례들 두 가지를 공유합니다.
이 사례들로부터 우리 사회의 동물보호 시스템이 얼마나 허약한지, 이로 인해 동물과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권단체로서 카라의 소명은 학대와 방치 상태의 동물들이 줄어들고 적정한 공적 보호 체계 속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방치와 학대상황의 동물들로 인해 마음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고 동물도 사람도 어딘가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연일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수많은 동물들을 모두 수용하고 보호할 역량을 갖추기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달라질 세상을 꿈꾸며 최근의 사례 2가지를 공유합니다. 동물의 구조도 나의 역량이 수용가능한 선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이뤄지게 되는데 조금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던 최초 구조자는 아픈 길고양이들이나 유기묘, 방치나 학대당한 개들을 구조하여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동물 구조하고 보호하는 것은 선한 일이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비용과 돌봄으로 힘들어하게 되었고, 동물들도 그 고통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았습니다. 

결국 구조자는 갑자기 악화된 경제 사정으로 동물들을 제대로 보살피기 힘들어지자 카라로 도움의 요청을 보내왔습니다. 카라는 현장 확인을 위해 동물들이 지내는 집으로 답사를 갔습니다. 현장에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와 개 한 마리가 지내고 있었고, 화장실에도 개 한 마리가 격리되어 있었습니다.


다세대 빌라 내 화장실에서 3년간 홀로 지내온 개 '크리스'



화장실 문을 열자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한 몸에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빛을 한 개, ‘크리스’가 카라의 활동가들을 마주했습니다. 화장실엔 악취가 가득했고, 벽면에는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었습니다. 쓰레기는 대부분 고양이 화장실 모래였습니다. 크리스는 물그릇과 밥그릇 외에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는 원보호자 있던 개입니다. 그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돌볼 수 없게 되었고, 크리스를 시골로 보낸다는 말을 듣고 3년 전에 데려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골로 보내진 개들의 말로를 잘 알기에 구조자는 그대로 둘 수 없었습니다. 크리스를 제대로 보호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크리스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화장실 안에서 방치되었습니다. 



크리스는 보호자의 사랑의 손길은 물론 냄새를 맡고 뛰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거나 보드라운 흙을 밟거나 다른 개와 놀아보지 못했습니다. 목욕이나 병원 진료는 엄두 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3년을 살았다고 했습니다. 너무 길어서 둥글게 휜 발톱,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눈곱이 잔뜩 낀 채 상해가는 눈이 크리스가 그동안 힘들게 버텨온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3년간 세상과 단절된 후 아무것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홀로 외로움을 견뎌온 크리스는 몸과 마음이 몹시 아픈 개가 되어갔습니다. 견뎌왔습니다. 감정도 메마른 듯, 활동가들을 보아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습니다. 꼬리를 흔들다가도 갑자기 입질을 하려는 듯 도통 크리스를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크리스는 2020년 11월 이후 카라 동물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매일 안약 처치를 받고 약을 먹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공격성을 보이며, 안과 질환이 심한 상태라 현재 카라 동물병원에서 치료와 집중 돌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아픈 눈도, 건강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보살펴주는 병원 스텝을 믿고 3년 만에 산책을 나갈 만큼 용기도 얻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봄바람을 쬐며 자유롭게 거니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는 여전히 많이 아픈 개입니다. 눈에 점안을 하려면 큰 넥카라를 쓰고도 안전망으로 고정을 해야만 합니다. 다치고 아픈 정신 상태 때문에 여러 종류의 신경정신과 약물을 계속 복용 중에 있습니다. 잘 지내다가도 성인 남성, 큰소리, 낯선 상황 때로는 알 수 없는 요인에 자극받아 돌발적으로 공격성을 보이고 있어 언제나 예의주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유도 모른 채 갇혀 지냈던 크리스. 방치가 공격성을 유발했는지, 최초 공격성 때문에 방치되게 되었는지 맹렬한 공격성은 최초 왜 발현되기 시작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극도의 외로움과 불안 속에서 크리스의 공격성이 강화되었으며 아프고 불편한 몸 상태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공격성이 강화된 것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현재로서는 크리스가 어느 정도까지 개선될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평생 신경정신과 약을 끊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살뜰한 보살핌의 시간들이 누적되어 언젠가 크리스가 보통의 개로 살아갈 만큼 좋아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정성을 다하고자 합니다. 


크리스 결연 바로가기 

| 학대로 구조된 이후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해 아픈 몸으로 지내던 조이




고양이와 함께 지내던 조이는 수년 전, 사람에게 학대당해 눈 하나가 함몰되었고 한쪽 다리도 절룩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구조자와 지내는 동안 나이가 많이 들었고 심장병으로 인해 잔기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카라의 활동가들과 처음 만나던 날에는 오래 전 다친 눈 부위가 빨갛게 도드라져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