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이던 작년 여름, 의정부 깊은 숲속에 숨겨져 있던 신곡동 도살장에는 31마리의 개들이 도살을 기다리며 뜬 장에 갇혀있었습니다. 도살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황구, 백구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그중에는 유독 몸집이 작고 여윈 어린 개들도 도살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등과 목덜미에 ‘죽음’을 의미하는 붉고 푸른 스프레이를 칠한 백구들 뒤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바둑이 비니, 뜬 장이 아닌 철망 안에 혼자 갇혀 도살장 바닥에 놓여있던 써니가 그러했습니다.
특히 비니는 예전부터 우리나라 동화책이나 그림에서 많이 보았음 직한 전형적인 ‘바둑이’였습니다. 유난히 비쩍 마른 몸으로 미동도 없이 먼지처럼 처연하게 앉아 있던 비니와 철장 안에서 꺼내 달라는 듯 활동가들에게 꼬리를 흔들던 써니를 어째서 따뜻한 집이 아닌 도살장에서 만나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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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발견된 도살자의 거래장부와 거래명세표를 열어보았습니다.
“바둑이.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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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와 써니는 대형 개 식용 경매장에서 만원에 팔려 온 개들이었습니다. 도살자에게 비니와 써니를 가리키며 이 작고 어린 개들은 어디서 데려온 것이냐고 물었을 때, 도살자는 바둑이들은 만원, 이만원에 사 오기도 하고, 큰 개들을 많이 사면 한 마리 공짜로 끼워 주기도 한다고 대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