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동물구호] 1m 목줄에 묶여 도망가지 못한 개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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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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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해당 콘텐츠는 사체 사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화재를 피하지 못한 개들이 있습니다. 거기엔 화재로 황급히 집을 떠나야 하는 탓에 미처 개들의 목줄을 풀어줄 겨를이 없었거나, 밖에 있다가 집에 들릴 새 없이 바로 피난처로 이동해야 하는 등 다양한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사정으로 인해 평생을 묶여 살았던 개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비극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집 개’와 달랐던 큰 메리와 작은 메리


노부부가 ‘큰 메리’와 ‘작은 메리’라 불렀던 개 두 마리는 집 밖에서 묶여 살던 개들이었습니다. 둘 모두 무거운 쇠목줄을 하고 있었고, 목줄은 말뚝에 묶여 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전형적인 1m 목줄에 매여 사는 시골개였습니다. 목줄과 말뚝으로 인해 큰 메리와 작은 메리는 도망갈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작은 메리는 불에 타 죽었고, 큰 메리는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큰 메리 또한 귀와 얼굴에 큰 화상을 입었습니다.


산불이 난 밤, 노부부는 집 안에서 기르던 푸들과 그 사료를 챙겨 대피소로 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큰 메리와 작은 메리는 이웃집 흑염소를 물까봐 풀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본인이 염소 값을 물어줘야 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나흘간 작은 메리의 사체는 방치되었고, 큰 메리는 마땅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었습니다. 카라는 이틀동안 큰 메리를 데려가겠다 설득했습니다. 노인 부부는 ‘아끼는 개다, 절대 못 준다’ 하다가 결국에는 소유권을 포기했습니다.


카라는 즉시 큰 메리의 화상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귀는 괴사가 시작되어 절단해야 하고, 안면부는 다행히 안구가 다치지 않아 피부만 잘 보살펴 주면 됩니다. 이제 큰 메리는 '단비'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작은 메리는 함께 타 죽었던 다른 닭들과 함께 묻어 장례를 치러주었습니다.

 




목줄이 끊겨서도 가족의 집으로 달려간 울진이


카라는 울진 국민 체육센터에서 다친 개의 구조를 요청하시는 분들 만났습니다. 여든이 넘은 노부모님들을 지켜주며 살던 고마운 개인데, 새벽에 노부모님들이 자다가 대피를 하는 가운데 줄을 풀어주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화재 진압시 줄이 끊어진 개가 도망을 왔는지, 다 타버린 집구석에 있는 것을 보고서 소방관들에게 개가 살아있으니 구조해 달라고 부탁해 봤지만, 결국 개는 구조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카라는 구조를 요청한 시민 분을 모시고 노부모님 댁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서 우리는 모두 타버린 집 옆 대문 구석에서 이미 죽어 있는 울진이를 만났습니다.




개는 나이가 많은 백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발견된 개는 전신의 털이 다 눌어 누렇고 마른 몸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삶을 앗아간 목줄 아래 불길이 미치지 못한 곳에 남아 있는 때탄 하얀 털, 고통 속에 질끈 감았을 눈의 주름 속에 숨겨졌을 약간의 흰 털만이 그가 백구였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울진이는 노부부의 집과 밭 건너편에 마련된 터에 말뚝 하나와 집 하나에 의지해 살았다고 합니다. 울진이의 집 옆에는 얼기설기 만든 닭장이 있었고, 그 안에 닭들이 있었습니다. 울진이가 화상을 입을 때 닭 한 마리도 불에 타 죽었고 또 한 마리는 화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목줄이 끊어졌다면 멀리 도망갈 것을 울진이는 왜 미련하게도 노부부의 집까지 뛰어들어왔을까요. 


카라는 울진이의 사체를 수습했습니다. 그의 여윈 몸이 가슴 아팠습니다. 화재시부터 못 먹고 탈수가 되었다고 감안해도 마른 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어쩌면 울진이는 배고플 때가 많았을 것도 같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했지만 이빨이 깨끗한 것으로 봐서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여느 묶여 사는 개들이 그렇듯 울진이 또한 그냥 내내 무료하고 외롭다가, 노부부가 오면 그저 좋아 꼬리를 흔들었을까요?





누가 누구를 지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밭 지키는 개들


또 어떤 집은 8마리 백구를 기른다고 했습니다. 그 중 산불로 다섯 마리가 죽었습니다. 주인 부부는 개들을 구하고 싶었지만, 불길의 위협에 포기하고 서둘러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나 때문에 죽은 것 같다”고 자책했습니다. 


다들 ‘집을 지켜준다’ ‘밭을 지켜준다’며 개들을 묶어 키웁니다. 젊은이들이 떠난 빈 농촌의 연로한 어르신들, 그리고 그 앞에 누가 누구를 지키는 것인지 알 길 없이 평생 외롭게 매여 있는 개들이 있었습니다. 울진의 개들은 산불로 죽었지만, 이들을 죽은 게 다만 산불일 뿐일까요. 동물권행동 카라는 개들을 산 채로 태우게 된 원인으로 비인간동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 낡은 편견과 무지를 지목합니다.


카라는 살아남은 동물들의 치료를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개집이 다 불탄 이들을 위해 개집을 선물하고, 임시방편으로 개들의 무거운 쇠목줄을 3m 와이어줄로 바꾸었습니다. 목줄 대신 넓은 펜스를 쳐주고 싶었지만, 동네 복구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상황이 긴박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행동반경이 넓어진 개들은 목줄이 다 닿는 지점에 새로 대소변을 눴습니다. 조금 신나 보이기도 했습니다.


시골에서 길러지는 개들의 권리가 너무나 절실합니다. 목줄에 묶여 살지 않을 권리가, 가족과 행복한 일상을 나눌 권리가 이들에게도 있습니다. 이들도 여느 반려견과 다르지 않은 생명으로서, 밭 지키는 도구가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비극이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시골개 인식개선과 반려동물 사육환경 개선을 위해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