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인간의 오락도구가 아니다 ③ - 동물원 전시동물의 끝없는 고통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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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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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인간의 오락도구가 아니다

- 동물원 전시동물의 끝없는 고통 -

 

 

 

1. 동물학대 동물원, 세상에 알리다.

 

지난 2013년 시민들의 공분을 자아낸 영상 하나가 뉴스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사육사 손에든 파리채로 연신 맞고, 발로 밟히는 바다코끼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다음해 동물권행동 카라는 바다코끼리 외에도 샴 악어, 오랑우탄, 반달가슴곰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야생동물 학대 증거와 학대 의혹 정황을 근거로 테마동물원 쥬쥬를 고발했습니다. (참고: [보도자료]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학대 동물원 쥬쥬동물원에 대한 전격 고발조치)



 <사진1> 사회의 공분을 일으킨 바다코끼리 폭행 장면


해당 동물원은 처음부터 악의적인 제보, 사육사의 실수 등을 언급하며 카라의 고발 내용에 발뺌하였고, 진정성 어린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처분 결정이 나자마자 캠페인 활동 및 법적 고발로 인한 영업상 손실을 이유로 카라에 3억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4년 동안 지난한 법적 공방을 벌인 끝에 결국 2017년 쥬쥬의 패소로 마무리되었으나, 해당 동물원은 쥬라리움으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흔히 동물원을 멸종위기종 보전과 야생동물에 대한 생태교육의 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한 생태교육 차원으로 대부분의 동물원에는 생태설명회란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일정 시간 동안 해당 동물의 습성을 설명합니다. 그러나 일부 동물원의 경우, ‘야생동물 만지기와 먹이주기 체험’, ‘재주 부리는 맹수와 같이 야생동물들을 가벼운 오락도구로 전락시킨 생태설명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철장 너머 가만히 있는 동물을 구경하는 것보다 직접 만져보고 먹이주는 체험과 재주부리는 모습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쥬라리움도 생태설명회란 이름으로 야생동물을 자극적인 눈요기로 이용했었고, 조련과정에서 동물학대를 가한 곳이었기 때문에 과연 개선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2. 아직 끝나지 않은 쥬라리움 동물들의 고통

 

지난해 10월에 방문한 쥬라리움은 과거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수위 약한 쇼와 만지기먹이주기 체험은 그대로인 상황이었습니다. ‘물범 생태설명회에는 두 마리의 물범이 나와 몸을 튕기고 박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애니멀 미팅은 원숭이, 라마, 비단구렁이 등이 소리 지르는 인파 사이로 끌려 나와 수십 명의 아이들에게 접촉당합니다. ‘악어 생태설명회는 위에 매달린 생고기를 먹기 위해 악어들이 기를 쓰고 위로 솟구치다 유리벽에 부딪히거나 다른 악어들과도 부딪힙니다. 기타 소형 포유류들의 먹이주기 체험은 종 구분 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진2> 동물들을 만지고 먹이를 주어야 돈벌이가 되는 것인가?


 

<사진3> 쥬라리움 홈페이지 내 소개글


동물과의 교감은 이런 체험 중심 동물원의 단골 멘트입니다. 쥬라리움 소개 페이지에도 교감을 명시했습니다. 동물들을 만지고, 먹이를 주면서 어떤 교감을 할 수 있는 걸까요? 비단구렁이를 목에 감는 체험을 통해 비단구렁이를 이해하고 이들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걸까요?

실내에 들어가니 커다란 유리천장 아래로 죽은 듯 누워있는 한 마리 악어가 눈에 띱니다. 당시 악어 생태설명회가 시끄럽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악어는 미동 하나 없었고, 등에 소독약을 바른 것으로 보이는 보라색 표식이 보여 아픈 상황으로 짐작됩니다. 구멍 사이로 들어오는 당근도 먹지 않고 뒷다리만 연신 긁고 있는 오소리도 보입니다. 반달가슴곰 사육장에는 콘크리트 바닥에 철기둥과 바위 2, 나무기둥만 놓여 있습니다



<사진4> 미동없이 누워 있는 다친 악어



 <사진5> 계속 꼬리를 긁고 있는 오소리



 <사진6> 수영장같은 콘크리트 방사장 속 반달가슴곰


 오랑우탄의 방사장이 보입니다. 카라는 쥬쥬의 동물학대 혐의를 사회에 고발하면서 우탄이의 손 인대 절단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오랑우탄을 멸종에 임박한 심각한 위기종(CR)’으로 지정했지만, 쥬라리움의 오랑우탄 사육환경을 보면 국제적인 위기종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사진7> 동물의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오랑우탄 방사장

 

쥬라리움 내 야생동물의 방사장 실태는 대부분은 생태 습성을 고려했다고 볼 수 없으며, 관리자 편의 중심의 사육 환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 오랑우탄의 습성을 모르는 아이는 쥬라리움의 오랑이를 보며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오랑우탄은 사람처럼 장판 위에서 사는 동물이구나.”



 3. 다른 장소 같은 고통, 전시동물의 끝없는 수난

 

최근 SNS에서 갈비뼈가 심하게 드러난 백사자 사진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사 내용이 카라에 제보되었습니다. 이에 지난 19일 해당 동물원을 방문하여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문제의 동물원은 부천플레이아쿠아리움이란 곳으로 수족관과 동물원이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고, 정글존에 전시된 맹수들과 소형 포유류 대부분을 대상으로 먹이주기 체험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사진8> 맹수용 먹이로 꼬챙이에 꽂혀 있는 생닭



     <사진9> 매우 앙상해 보이는 백사자 ⓒ김지원

 

실감나는 먹이주기 체험을 위해 고의적으로 백사자를 굶긴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고, 하이에나의 경우 정형행동이 매우 심해서 동물을 잘 모르는 일반 관람객들도 눈치챌 정도였습니다. 맹수들의 상태는 전반적으로 야생동물의 움직임이 매우 저조하고, 힘없이 허공을 주시하는 모습만 포착되었습니다.

해당 동물원은 야생동물 22109개체와 철갑상어 등 100여 종의 해양생물을 보유한 곳으로 201810, 동물원 등록없이 불법으로 영업행위를 하다 적발된 곳입니다. 게다가 특히 국제멸종위기종 양도양수 신고도 하지 않아 관할청인 한강유역환경청이 형사고발을 했습니다. 또 최근 반달가슴곰에 습격받아 사육사 다리 피부가 한 뼘 넘게 뜯겨나간 사고의 발생지도 이 동물원이었습니다. 맹수사에 들어가 작업하는 사육사는 21조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규정을 무시한 곳이 과연 전시동물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사육할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입니다.



<사진10> 부천플레이아쿠아리움의 미등록 불법영업 적발 기사 (출처: 중부일보 2018.10.07)



<사진11> 반달가슴곰에게 습격당한 사육사 뉴스 (출처: 아주경제 2019.01.15)

 

이렇게 전시된 동물들은 대부분 야생 본연의 본능이 남아 있는 야생동물로 낯선 콘크리트 바닥과 유리벽에 둘러싸여 스트레스를 주는 관람객들의 소리와 두드림을 감내해야 합니다. 보다시피 이런 체험중심 동물원에는 행동풍부화를 위한 시설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안의 야생동물들은 그저 누워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사료 또는 꼬챙이에 꽂힌 닭과 사과를 먹을 뿐입니다. 만약 우리가 저런 환경에 평생 산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겁니다.

우리가 인지해야 하는 문제는 이러한 체험 중심 동물원들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고,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으로 동물을 이용하는데 있습니다. 매년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붉어지고, 체험 동물원 난립 방지를 당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제도 상으로 강제할 수 없는 한계가 우리나라의 현주소입니다. 이런 이윤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준 미달의 동물원들이 운영에 난항을 겪게 되면 보유 동물들을 유기하거나 제때 치료하지 않아 병들고 폐사하게 되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카라가 고발한 동물학대 동물원인 쥬라리움은 여전히 미흡한 사육시설과 야생동물 체험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과거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영하지 않은 쥬라리움은 운영의 수지타산을 따져 매맞던 바다코끼리가 관리 소홀로 폐사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바다코끼리를 돈을 받고 어딘가로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카라는 바다코끼리 두마리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였고, 다음 게시글을 통해 그 결과를 알려 드릴 예정입니다.

 

동물은 인간의 오락도구가 아니다!!!’

 

현재 동물원과 수족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동물원수족관 법률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적으로 체험 동물원이 우후죽순 들어서 영업하고 있으며, 여전히 동물복지의 사각지대, 동물학대의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체험중심 동물원의 난립을 방지하고 이윤 목적으로 운영되는 체험동물원을 폐지하도록 여러분의 목소리를 모으고자 합니다. 갇힌 공간에서 가까스로 살아가는 동물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동물은 인간의 오락도구가 아니다!’ 서명에 동참에 주세요. 동물권행동 카라는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 동물복지와 동물권 증진을 위해 행동합니다!

 

 서명에 동참하기 



댓글 1

조율래 2019-03-06 17:28

체험동물원 타이틀이 붙지 않은 곳에도, 심지어 수많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OO'수목원 등에도 갖가지 동물들은 전시하는데, 소규모로 전시하다 보니, 관리수준은 0점에 가깝습니다. 지방여행 다니다보면, 그런 모습을 수도 없이 보게 되는데, 속이 까맣게 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