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대신 농장을!] 기계적 살처분을 거부한 어느 동물복지농장주의 이야기

  • 카라
  • |
  • 2018-05-14 11:27
  • |
  • 3361


2016년 11월 발병한 조류독감(AI)으로만 무려 4천만 마리에 육박하는 가금류가 살처분 당했습니다. 기계적 살처분에만 의존하는 잘못된 방역정책 속에서 맞은 조류독감은 또다시 최악의 생명희생을 낳았습니다. 역대 최악의 살처분으로부터 5천 마리 닭들의 생명을 지켜낸 동물복지농장이 있습니다. 익산에 소재한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2017년 살처분을 거부, 잘못된 탁상행정과의 싸움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익산시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에 살처분 명령을 내려놓고선, 조류독감 위험이 끝나 2017년 3월 28일 해당 지역을 예찰지역으로 전환한 지 1년이 넘도록 살처분 명령을 철회하지 않고 살처분을 강행하려고만 했습니다. (참사랑 농장은 살처분 명령 당시에도, 예찰지역 전환 이후에도 조류독감 비감염 판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익산시가 참사랑 농장에 내린 살처분 명령의 위법성을 묻는 소송이 진행중인 가운데 익산시는 지난 5월 10일 마지못해 살처분 명령을 철회했습니다. 너무나 뒤늦은 철회였던데다 기계적 살처분에 대한 반성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발병농가 반경 3km이내라 하여 역학조사에 따른 위험도 평가 없이 무조건 살처분만 고집했던 익산시. 이제 곧 익산시의 살처분 명령에 대한 위법성 여부가 가려질 것입니다. 






카라와 PNR, 전북민변은 판결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참사랑농장의 농장주인 유소윤‧임희춘 부부만큼 절박하고 애가 탈까요. 닭들을 자식처럼 돌봐온 부부의 이야기를 간략히 전합니다.



참사랑농장 농장주, 유소윤‧임희춘 부부 인터뷰





Q. 재판 진행과정과는 별도로, 닭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애들은 잘 지내고 있다. 너무너무 잘 지낸다. 기존에 지내고 있던 5천 마리 닭들은 하루에 80~90판씩 알을 낳는다. 모두 1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 달걀을 낳는 5천수가 132주령 된 닭들이다. 보통 산란계 암탉이 60주령에 생산력이 떨어져 도태되는 걸 생각하면 조상님이다, 조상님.


  공장식 축산에서는 닭들이 60주령에 접어들면 도태를 시킨다. 재정적으로 힘든 곳은 ‘강제 환우’라는 과정을 거친다. 짧게는 7일 정도, 길게는 그 이상 기간에 햇볕도 아무것도 없도 없이 물만 먹이는 거다. 그럼 강제로 털이 싹 다 빠진다. 그걸 환우라고 부른다. 그 과정이 끝나면 3개월 정도 더 알을 받을 수 있다. 그 후에는 도태가 된다.


  닭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이 그렇다. 어떻게 관리를 받고, 어떻게 대우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참사랑농장에서는 환우도 안 시킨다. 꼬박 52주면 1년이다. 우리 애들은 2살이 넘었다. 닭들은 산란계로서도 오래 살 수 있다. 사료 값만 천 사백만원이 든다. 그래도 그 돈으로 애들을 잔인하게 죽이지 않을 수 있다. 아깝지 않다.



Q. 동물복지농장으로서 조류독감(AI)에 대해 느끼는 점이 있다면.


  조류독감(AI) 자체는 무섭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조류독감(AI)이 아니라 탁상행정이 닭들을 죽이려 하니까. 작년에는 언제 살처분조가 들이닥칠까 노심초사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죄 없이 죽을 수도 있는 닭들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방역을 위해 살처분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배터리케이지 농장인지 아니면 방목형 농장인지, 산란계인지 육계인지… 사육환경이나 닭들의 상태 등에 대한 역학조사도, 역학조사에 대한 기준도 없다. 반경 3km 이내에 조류독감(AI)이 터진다고 해서 무조건 죽여야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반경 8km 밖에 있는 곳에도 전염이 되기도 하고, 2km 가까이 있는 곳에 전염이 안 되기도 하는데.



Q. 동물복지농장을 시작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다.


  동물복지에 대해 모르는 상태로 농장을 시작했다. 익산시 축산과에 가서 동물복지농장에 대해 물어봤는데, 거기서도 동물복지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축산과에서는 ‘왜 돈도 안 되는 동물복지를 하려 하느냐’고 했다. 다른 시에서는 동물복지농장을 지원해 주는데, 익산시에서는 왜 안 해주냐고 물어보니 ‘지원 해주는 곳에 가라’는 대답을 했다. 익산이 닭의 메카라고 하는데 도움을 받기가 어려웠다. 자력으로 지원 없이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거래처가 없다는 것,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때는 동물복지농장 인증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을 때였다. 중간에서 달걀을 사가는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달걀을 달라고 하길래, 새벽 여섯 시에 완산 실내 수영장 앞에 좌판을 벌였다. 동물복지달걀이라고 팔았는데, 꽤 잘 팔렸다.







Q. 동물복지농장을 하면서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면.


  병아리들이 처음 왔을 때. 병아리들 머리에서 닭 벼슬이 올라올 때, 그 모양이 꼭 왕관 같다. 병아리 쪼끄만 것들이 뒷발을 쭉 빼고 날갯짓 할 때가 너무 행복하다. 그 애들의 부리를 자르지 않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아이들이 달걀을 낳아줘서 하나하나 꺼낼 때도 행복하다. 그리고 이건 행복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다. 닭들도 처음으로 알을 낳을 때 무척 힘들어 한다. 하루에 한 번씩 알을 낳는데 그 알을 꺼내올 때 너무나 미안하고 감사하다. 만감이 교차한다. 산모의 산통이라는 것을 알아서, 감성에 젖을 때는 그 느낌이 더 강하다.



Q. 부리 자르기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


  부리 자르기, 디비킹(Debeaking)이라고 부른다. 병아리가 쭉 일렬로 나오면 전기 발열판 위에서 부리를 자른다. 손가락을 자르는 것과 같은 고통이다. 외국인 근로자 분이 하시는 것을 봤는데, 병아리의 머리채를 잡고 발열판에 짓이기더라. 끔찍했다. (부리 자르기는 카니발리즘을 소위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이뤄지는데) 그러고서도 진짜 카니발리즘이 오면 그 잘린 부리마저 인두로 지지게 된다. 


  동료를 공격하는 카니발리즘은 스트레스를 주는 사육환경 등 원인이 다양하다. 닭들이 항문을 특히 많이 쫀다. 왜 항문을 많이 쪼게 되느냐? 항문이 따뜻하니까, 붉은 진드기 와구모들이 항문에 붙어있게 된다. 진드기가 움직이니까 그걸 쪼게 되고, 진드기를 쪼려 하다 보니 살이 집히게 되고, 피가 더 나서 다른 닭들을 더 자극하고. 와구모 때문에 카니발리즘이 생길 수 있는 것 같다.


  참사랑 농장 같은 경우에는  와구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다. 애초부터 카니발리즘은 공장식 사육, 밀집사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서 부리 자르기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당연한 건데,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앞으로 농장들이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병아리는 훗날 성체가 되어 부리로 다른 개체를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리를 잘리고 있다. 이를 디비킹이라고 부른다. /사진출처 United Poultry Concerns



Q. 닭들을 사랑하는 만큼 지금의 상황이 힘들 것 같다. 대상포진도 일어났다고 들었다. 


  대상포진이 산통의 10배의 고통이라고 한다. 너무 아파서 못 견딜 정도다.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다. 살처분 거부 이후 너무 힘들어져서 참사랑 농장 직원들을 다 내보냈다. 사료값만 천사백만원이고, 직원들까지 포함하면 이천만원이다. 한 달 동안 매출이 이천만원이 안 된다.


  달걀을 헐값에 넘기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럴 바에야 후원하겠다고 생각했다. 저소득층 노인 분들께 후원했다. 지금은 ‘한살림’에 판로를 놓고 있다. 다시 재기해야 하는 때다. 


  2016년 9월부터 축사 한 동이 1년 넘게 비어 있었다. 닭 5천 수로 버텨오다 이제야 1만 수를 채웠다. 한편으로는 재판 비용도 들어가고, 몸도 힘들다. 여러 가지로 지금 상황을 정리하고 시작할 건 시작해야 한다. 정말 이제 다시 시작하는 단계다.






Q. 반려견, 그리고 돌보시는 유기동물에게 위로를 많이 받으시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애들, 옛날에, 우울증이 심하게 왔을 때 세상이 내게 안겨준 애들이다. 첫째 딸은 ‘세상이’라고 말티즈 종이다. 로트와일러 ‘희망이’가 둘째다. 그 둘로 인해 우울증에서 벗어났고, 동물과 함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내려왔다. 


  돌보는 유기동물은 고양이가 2마리, 개가 18마리다. 개들도 임시보호 보내고 입양 보내고, 치료하고 살리거나 떠나보내고… 치열하지만 평범한 생활이었다. 그런데 살처분 명령으로 갑자기 다 무너져 내린, 그런 느낌이다.


  우리 부부의 마지막 꿈은 정부에서 10원 한 푼 안받고 무의탁 어르신들을 모시고 유기견 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유기견들은 깨끗하게 보살핌을 받고, 노인들은 멘토를 만나고. 같이 대화하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소통하고. 그 꿈을 힘으로 삼아 버티고 있다.



Q. 어서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처음에 꿈을 갖고 익산으로 내려와 동물복지농장을 시작했을 때처럼 기쁜 마음으로, 처음의 마음으로 평화롭게 동물들과 함께 하고 싶다.


  우리 농장 뿐 아니라 다른 농장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살처분이라는 것이 더 이상  선만 그어놓고 무차별적으로 집행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사회에서도, 농장에서도 생명존중에 대한 회복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익산에서 그렇게 당했는데 왜 네가 동물복지농장을 거기서 하냐’고 그런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익산의 문제만도 아니다. 그리고 익산에도 마음 따뜻하신 분들이 있고. 이 사태를, 동물복지농장을 알리고 같이 가야 한다.






이야기를 톺아보며


카라와 함께 참사랑 농장을 공동변론하고 있는 PNR과 전북민변은 지난 5월 2일, 익산시의 각성을 촉구하며 21인의 동물복지농장주들이 연명한 살처분 취소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전국에 산란계 동물복지인증농장이 95개이고 탄원에 연명한 곳은 농장 기준 22곳이니 대한민국 23% 산란계 동물복지농가가 함께 한 것입니다. 농장주 분들은 한 마음 한 뜻 모아 기꺼이 탄원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이 탄원은 관리적인 편의나 수익보다는 생명에 대한 철학, 지속가능한 미래를 생각한 결과이면서 무의미한 생명폐기처분을 그만 하자는, 대한민국 동물복지농장의 절절한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농장동물들이 더 이상 무의미하게 살처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많은 농장동물들이 공장 대신 농장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재판부가 부디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기를 바랍니다. 공장 대신 농장을!



댓글 남기기 - 로그인 필요

1000자 이내로 입력해 주세요

댓글 2

신지숙 2018-05-16 09:29
X

정말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김지현 2018-05-15 08:24
X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