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성미산 환풍구 벽사이에 빠진 환희를 구조하였습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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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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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강원도 고성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동물들의 긴급구호를 위해 카라 활동가들이 사무실을 비웠습니다.

산불로 인해 다쳤을 동물들을 걱정하며 업무를 이어가는데, 조용한 사무실에 아저씨 두 분이 불쑥 방문하셨습니다. 

두 분은 빌라의 환풍구 쪽에 새끼 고양이가 빠져 일주일째 울고 있어 구조가 시급한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센터로 왔다며, 새끼 고양이를 도와달라며 구조를 요청하셨습니다.


아기 고양이의 탈진이 염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카라 활동가들은 구조 장비를 챙겨 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3m 아래의 공간, 아기 고양이가 빠졌다는 환풍구 근처에는 남매들로 보이는 새끼고양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환풍구 안쪽에서 뺙뺙거리며 도움을 청하는, 점차 힘을 잃어가는 형제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구조를 위해 새끼 고양이의 위치를 파악하면서 사소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환풍기가 올라가는 통과 벽사이 대략 7cm 정도의 공간 안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가냥이가 떨어진 깊이만 해도 2m가 훌쩍 넘는 곳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은 한 사람만 들어가도 꽉 찰 것 같은 3m 아래의 좁은 공간으로 내려가서,

7cm 벽 사이로 2m 아래에 떨어져 있는 고양이를 구조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7cm 사이의 공간으로 새끼 고양이를 꺼낸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사람 때문에 놀란 새끼 고양이가 더 깊숙한 곳으로 가 버리면 더 큰일이었고요.


그래도 새끼 고양이를 살리고 싶었습니다.

살려달라고 일 주일을 넘게 울어 간신히 우리를 만나게 되었으니 포기 할 수 없었습니다.



좁은 공간이지만, 어떻게든 사다리를 비스듬히 세웠습니다.

다른 안전장치를 하고 내려가기엔 공간이 협소해서 노련한 활동가가 단신으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한 발 한 발 아찔했을지언정 아기 고양이의 구조에 조금씩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아기 고양이들은 태어난 지 3주 정도 된 것으로 보입니다. 

구멍 입구에 옹기종기 모여 몸을 숨기고 숨죽여 활동가를 응시하는데, 그 모습이 어미의 보살핌을 살뜰히 받은 티가 났습니다.

어미는 사람과 다른 천적의 접근이 어려운 이 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새끼가 환풍구 뒤 공간으로 떨어질지도 몰라, 이 고양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기로 하였습니다.

한 차례 사람의 흔적이 시끄럽게 지나갔으니, 사냥을 나가 자리를 비웠을 어미가 더 안전한 공간으로 새끼들을 이끌어 줄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벽 구멍에 숨은 것이 무색하게 아기 고양이들은 활동가에게 너무나 쉽게 잡혔습니다.


그리고 구조가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환풍구 뒤쪽, 아기 고양이가 떨어진 곳은 칠흑같이 어두웠습니다. 고양이가 우는 소리만 들려왔어요.

불을 켠 렌턴에 줄을 묶어 환풍구 아래 깊은 곳으로 내려보냈습니다. 환한 불빛 끝에 아기 고양이의 모습이 비췄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벽을 타고 올라오기 위해 벽에 붙어 온 몸을 위로 던지고 있었습니다. 잔뜩 쉰 목소리로 울음을 토해내면서요.

저 작은 몸으로 그간 얼마나 절망했을지, 얼마나 배가 고프고 무서웠을지 싶었습니다.

아직 여물지도 않았을 어린 손톱으로 벽에 얼마나 많은 흔적을 남겼을까요.

그래도 세상에 태어난 지 한 달 도 안 되었을 작은 생명이 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줘서 다행이었습니다.

너의 이름을 환희로 지어야겠다, 어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고양이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구조 장비 중에 2m 정도 되는 집게가 있습니다. 동물의 몸이나 목을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장비입니다.

7cm 폭은 다행히도 그 장비의 입장을 허용했습니다. 3-4회의 시도 끝에 환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환희는 아득히 낮은 곳에 랜턴만 비춰 보았을 때는 마치 점처럼 보였는데요,

환희를 집어 올리며 밝은 곳과 가까워질수록 고양이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며칠 아래로 떨어져 제대로 먹지 못해서인지, 환희는 다른 형제들보다 체고가 작았습니다.

눈에는 눈곱이 가득 끼고 코딱지도 까맣게 묻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어미의 돌봄도 받지 못하고 끼니를 먹지 못해서인지, 약간 인지능력이 떨어지는지 음식물을 알아보지 못햇습니다.

환희는 그냥 무작정 앞으로 달려가려고만 했습니다. 그저 살려달라는 듯이요.

불안해하는 환희를 안전하게 데려올 수 있었음이 무척 다행이었습니다. 시일이 더 지났다면 환희는 그 곳에서 배고픔으로 눈을 감았겠지요.


"너네 엄마한테 환희 좋은 데 갔다고 전해줘!"


환희의 형제들에게 안부를 부탁하고 활동가들은 현장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