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서울시는 쇼돌고래 '태지'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

  • 카라
  • |
  • 2017-06-20 12:27
  • |
  • 788

오늘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남은 큰돌고래 태지가 제주 퍼시픽랜드로 이송된다. 태지는 2008년에 일본 다이지로부터 반입되어 10년간 금등과 대포와 함께 쇼를 해왔다. 그런데 같은 수조에 머물던 금등과 대포는 고향 제주 바다 가두리로 옮겨져서 이제 야생으로 방류되는데, 태지는 바다로 가지 못하고 제주의 악명 높은 돌고래 쇼장으로 이송된다는 사실에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시민위원회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 


사설 돌고래 공연업체인 퍼시픽랜드는 2011년 7월에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바다에서 20년간 불법 포획해왔음이 드러났고,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돌고래들이 몰수된 곳이다. 시민단체들이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라며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을 시작한 것도 퍼시픽랜드 앞이었다.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다 천신만고 끝에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 역시 퍼시픽랜드에 의해 포획되어 서울대공원으로 팔려오게 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제돌이 방류 효과로 대부분 수족관에서 돌고래 쇼가 생태설명회로 바뀌었지만 퍼시픽랜드만은 꿋꿋하게 비인도적인 돌고래 쇼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돌고래 학대의 대명사로 알려진 퍼시픽랜드로 태지를 보내는 것은 서울대공원이 얼마나 돌고래 문제에 대해 단순하게 대처해왔는지 보여준다. 서울동물원은 태지라는 개체의 건강을 생각해 퍼시픽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사육돌고래에 대한 장기적 계획이나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전혀 없었음이 드러났다. 서울대공원이 어떤 변명을 한다해도 결과적으로 태지를 악명높은 돌고래쇼장으로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서울대공원이 돌고래 해방을 위해 짊어져야 할 짐과 책무는 더욱 무거워졌다. 서울대공원 측은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서울대공원은 국내에서 최초로 돌고래 쇼를 시작한 곳이자 최초로 돌고래 쇼를 중단하는 곳으로서의 역사성을 갖고 있으며, 제돌이에서부터 금등과 대포에 이르기까지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낸 상징성을 갖고 있다. 동시에 서울시민의 공공기관이라는 책임성 또한 큰 곳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태지의 이송 문제는 한 마리의 복지만으로 끝날 수는 없는 문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태지를 보내고 서울대공원이 돌고래 수조를 비운다고 해도 여전히 한국에서는 39마리의 고래류가 일곱군데의 시설에 갇힌 채 서울대공원의 발자취를 따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울대공원은 태지 문제를 인도적이고 윤리적으로 처리해야 할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서울대공원은 돌고래를 다른 시설에 방기할 것인가 아니면 최초의 공공시설로 부여받은 역사적 소임을 다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퍼시픽랜드로 태지를 이송하는 것은 영구 기부가 아니라 일시적인 위탁이어야만 한다. 잠시 돌고래를 위탁 사육하다가 바다에 마련될 돌고래 바다쉼터나 서울대공원의 신축 해양관으로 옮겨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서울대공원은 시민들로부터 커다란 비판을 받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태지는 퍼시픽랜드의 사유물이 아니므로 돌고래 쇼에 동원되거나 전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암수 분리 사육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서울대공원이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 그저 사설업체로 돌고래 소유권을 넘겨버린다면 그것은 무책임한 방기에 지나지 않으며, 지금까지 돌고래 야생방류 거둔 성과를 모두 퇴색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돌고래 불법포획 업체와 손을 잡은 공범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면 서울대공원은 2년 이내에 돌고래 바다쉼터를 만들고 태지를 그곳으로 보내겠다는 약속을 서울시민들에게 당당히 해야 할 것이다.


돌고래는 그냥 버려도 되는 물건이 아님을 서울대공원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에는 태지처럼 일본 다이지에서 잔인하게 포획되어 수입되어온 큰돌고래들이 29마리(혼혈 포함)가 있다. 이 돌고래들이 그저 좁은 수조에 갇혀서 무의미한 쇼를 반복하다가 비참하게 죽어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태지가 처한 어이 없는 상황을 통해 한국 사회는 공연 및 전시용 돌고래 수입을 해왔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돌고래 바다쉼터는 해외에서 수입되어서 원서식처로 방류가 불가능한 돌고래들이 바다와 같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인도적인 방법이다. 이것이 서울대공원 자체적으로 추진하기에 무리가 따른다면 시민사회와 정부,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건설해나가는 과제로 삼아야 한다. 태지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분간 위탁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지금 즉시 사육 돌고래들을 위한 바다쉼터를 만들고 그곳으로 보내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2017년 6월 20일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시민위원회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핫핑크돌핀스, 정의당 이정미의원,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댓글 남기기 - 로그인 필요

1000자 이내로 입력해 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