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 업무 부처 이관'에 대한 카라와 동물자유연대의 의견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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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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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가 보여온 행태는 ‘동물보호업무 이관’ 요구가 나올만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최근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부적절한 유착’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위험한 범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농식부(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를 질타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동물복지 주무부서로서 농식부가 환골탈태하여 새로운 모습과 각오로 동물보호에 나서야 함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런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동물과 사람들의 위기는 단순히 동물보호 주관부처 이관을 통해 극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동물자유연대에서 그동안 환경부로의 부처이관 등 동물보호 복지 업무의 적정한 수행을 염원하는 많은 분들의 고민과 의견을 경청하고 그간의 경험과 사실 그리고 추가적 조사와 논의를 통해 정리된 의견을 여러분들게 공유드립니다.

 

감시와 규제만으로는 큰 틀의 동물보호와 복지 향상이 불가능합니다.

 

- 2억마리에 달하는 대한민국 공장식 축산 동물들의 복지와 동물보호정책은 함께 가야할 사안입니다. 이를 분리하는 순간 소위 ‘식용개와 애완견은 다르다’는 황당한 주장처럼, 공장식 축산으로 고통받는 동물들과 반려동물이 다르게 취급될 우려가 높습니다. 동물들과 반려동물이 다르게 취급될 우려가 높습니다. 따라서 원론적인 진흥 vs. 규제 소관 부처 논리보다는 공장식 축산 개선을 포함하여 동물복지 정책 전체를 일관되게 수립, 집행할 수 있는 힘 있는 행정편제가 타당하다고 판단합니다.

 

- 현재의 정부 직제 편제 하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과 반려동물, 수의정책, 동물보호, 방역 등 동물 관련 50여개 업무를 책임지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축산농장, 개농장, 반려동물번식장과 이를 관리해야 할 농림축산검역본부나 가축위생방역본부 등 전문적 조직들을 농림축산식품부에 놔두고 이중 ‘동물보호 업무’만을 떼어내어 환경부로 이관하자는 주장은 산업 구조 내 큰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동물복지와 보호를 실현해야 한다는 원칙이 무너지는 것으로 동물복지 개선에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동물복지와 관련된 주요한 정책은 농림부가 수립, 집행하는데 이에 대해 환경부가 감시, 비판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최근의 예로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육환경 개선과 농장사육환경표시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농장사육환경표시제는 인증제도와 달리 ‘식품에 대한 표시제’인데, 이는 식약처 소관입니다. 식약처 역시 규제 성격을 가지 부처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식약처는 사육은 자신 부처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표시제를 거부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해 표시제를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결국 단순히 규제부서인지 아닌지가 아닌 자기 부처의 이슈가 될 때에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 특히 부처 이관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농림부는 당연히 자신들의 영역에 있는 개 사육(축산법)을 옹호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농림부가 개식용 산업을 육성하고, 환경부가 관리차원에서 규제하는 대립적 형태로 더 오랜 싸움을 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동물보호 업무는 전문성과 실행을 위한 시설과 인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 세계적으로도 동물보호 업무는 농림부에서 담당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동물보호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의영역에서 다루고자 함입니다. 동물보호는 반려동물 축산동물 등 동물에 대한 지식과 동물과 사람의 관계 및 건강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보호 관리가 필요한 전문영역입니다. 실제로 국제기구인 OIE(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 지속적으로 동물복지의 기준을 제안하고 있으며, WTO, WHO, FAO 등이 축산이나 동물 영역에서 OIE의 의견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는 그동안 시민분들의 지지와 과학적 진전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동물보호와 복지의 과학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수의 조직이 없는 환경부가 동물보호 업무에 있어 전문성을 갖추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우리나라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수의조직이며 농림축산식품부에 소속된 기관입니다. 현재 검역본부가 막강한 축산세력에 밀려 동물복지의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나 동물복지를 보다 발전적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의조직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환경부의 동물보호 의지가 점검되어야 합니다.

- 현재 동물보호법 주무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입니다. 환경부는 수질 대기 토양 오염 폐기물 기후변화 등 이화학적 검사와 연구 규제에 능하며 연구부서로 환경오염, 기후변화, 배기가스, 물 관리등을 연구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을 산하 기관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에도 이미 고유의 동물보호 업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CITES종의 수입 및 관리, 동물 전시시설의 관리, 야생생물 생태 조사 및 보호 및 관리 등이 이에 해당하며 동물원법, 야생생물법 등이 환경부 소관 하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관련 사안을 살펴보면 환경부가 농림부보다 동물보호에 대해 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동물전시시설에 대한 실질적 규제도 전혀 못 하고 선언적 의미에 그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CITES종의 불법 반입에 대한 미온적 태도 △생태계 회복에 대한 계획 없이 구제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유해조수’ 포획 및 사살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 또한 환경부는 동물보호 업무 이관에 대해 어떠한 의지표명이나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당 업무에 대해 의지도 없는 부처에 억지로 떠맡기는 것이 동물보호와 복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생각해봐야합니다.

 

환경부 이관시 담당부서의 부재가 우려됩니다.

-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예산에서 2, 인력에서 3배 가량 차이가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현재 동물보호 업무 담당부서가 과보다도 작은 팀으로 편제되어 있어 기대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의 경우도 야생동물 생태 조사 및 보호 관리, 국제적멸종위기종의 수출입과 관련된 다종다양한 업무를 한, 두 명이 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환경부로 동물보호 업무를 이관할 경우 이를 담당할 부서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실제 해당업무를 책임질 인력을 배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카라와 동물자유연대는 CITES 불법 소지자를 고발하는 등 환경부와 깊은 업무 관계를 요구하고 있으나그 때마다 대부분 환경부내 인력과 예산의 부재로 인해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동물을 불법소유자들이로 계속 보유토록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는 단지 환경부 공무원의 태도가 문제가 아니라 담당부서 및 인력과 자원 부재로부터 오는 일입니다. 환경부의 조직은 현재의 업무만으로도 문제점을 크게 안고 있습니다.

 

동물보호 강화를 위한 관련 법 제정 및 개정의 열쇠는 국회에 있습니다.

- 동물보호법 개정, 제도 정비 등에 있어서 실제 진입장벽은 국회 농해수위입니다. 농촌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이 ‘동물복지’에 앞서 ‘지역경제’라는 협소한 시각으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다뤄온 것입니다. 지난해 20대 국회가 개원한 이래, 표창원 의원 등 많은 국회의원들이 좋은 법안을 많이 발의하였지만 농해수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 따라서 우리 두 단체는 민주당과 제 정당들이 국회 농해수위에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진취적이며 올바른 법개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 두 단체는 국회 농해수위에 동물복지를 전담할 국회의원 배치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무부처가 아니라 정권차원의 전향적 동물복지 정책수립입니다.

- 지금은 일개 부처가 아닌 정권차원의 새로운 동물복지 패러다임 수립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정부조직 및 구조의 특성상 해당 업무가 어느 부처에 있느냐 보다 국가의 정책방향, 행정수반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규제부서'인 환경부가 케이블카 사업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한 예입니다. 이전 정권에서처럼 동물복지와 보호를 도외시한 채 ‘산업’으로만 바라보며 동물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대할 것인지, 아니면 지속가능한 축산과 발전적 동물보호를 위한 중장기적 정책방향을 세워 추진함으로써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한걸음 더 내딛을 것인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사안입니다.

- 지난 대선시기부터 카라와 동물자유연대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동물복지특별위원회 설립과 이를 통한 동물복지정책의 수립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며, 지난 7월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전면적 동물복지를 추동할 추진체 설치 및 동물보호 행정편제 강화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핵심적 국정운영 가치로 주장하고 있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 이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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