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처럼 취급되는 말라빠진 강아지 한 마리
6월 11일 저녁, 부천시민들의 소통 창구 중 하나인 페이스북 페이지 ‘부천할말’에 갈비뼈와 골반뼈가 다 드러나고 간신히 머리를 가누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의 사연과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의도적으로 개를 굶긴 건지, 왜 굳이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발로 차는 것인지, 혹시 이 반려인이 상습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것은 아닌지, 상습적인 동물학대 아니면 적어도 부적절한 사육에 의한 방치 또는 괴롭힘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진 속 개의 상태는 정말 위중해 보였습니다. 제보자를 통해 알아보니 개의 소유자는 이전에도 노상에서 포메라니안 강아지에 대한 학대로 신고되어 경찰과 갈등한 적이 있었습니다. 카라는 문제를 직감했습니다. 제보자는 다른 동물단체와 지자체 등에 도움을 청했으나 ‘증거가 없으면 개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SNS에 글을 올렸다고 했습니다.
카라는 이 동물이 한창 놀아야 할 어린 강아지임에도 여러날 전부터 미동도 없이 늘어져 있었다는 점, 소유자가 개에게 움직이라며 발짓을 했음에도 개가 움직이지 못했다는 점 등에서 이 동물이 곧 생명을 잃을 위기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의 소유자에 대해서는 ‘동물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걷어찬다’, ‘좀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 등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카라는 이에 대한 진위 여부, 사건을 둘러싼 사실 관계도 파악해야 했습니다. 근방의 이웃과 목격자들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카라는 제보가 일부분 사실에 기반해 있다는 것, 어쩌면 생각보다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카라는 동물 구조가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고, 공휴일이었지만 활동가들을 소집해 경찰과 함께 학대 제보된 사람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아직 살아 있을 때 도움을 주어야 한다” 절박한 카라의 구조
동물학대 혐의로 제보를 받았던 동물의 소유자는 원룸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현관문이 열리자 파리 떼가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집에는 여러 쓰레기와 썩은 음식물이 놓여 있었고, 침대 옆 방바닥에는 구더기가 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퀘퀘한 악취 속에서 동물 소유자는 활동가들과 경찰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온 사람들 전부 명예훼손죄로 고발하겠다"라며 화를 냈습니다. 그 분은 막무가내인 태도를 보였지만, 활동가들은 계속 대화하고 설득하며 방 안의 동물들을 살폈습니다. 던지고 발짓을 한다는 제보 영상 속에서 보았던 어린 포메라니안과 아메리칸숏헤어 고양이는 비교적 양호해 보였으나, 사진으로 보았던 어린 프렌치불독은 매우 마른 상태였고 간신히 서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선생님, 강아지가 왜 이렇게 말랐어요? 밥을 안 주셨어요?”
“선생님? 난 학교 선생이 아니에요!”
“그럼 아저씨, 강아지가 왜 이렇게 마른 거예요? 밥을 못 먹어요? 안 주신 건가요?”
“아니, 하루 세 끼 밥 잘 먹지. 하루 세 끼 간식도 먹고요. 얼마나 잘 먹는데!”
| 동물학대 혐의자의 등 뒤로 보이는 집 안. 집안 곳곳에 대소변이 흩어져 있었고 생활하기 어려워 보였다.
동물학대 혐의자의 주장은 한결같았습니다. '아키'라고 이름 붙인 프렌치불독은 밥을 잘 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은 ‘그렇게 잘 먹는데도 이렇게 말랐으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병원으로 가서 확인을 해 봐야 한다' 등의 말을 건네며 동물을 구조할 수 있도록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과 사람이 살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판단되거나 동물의 건강에 아무리 큰 문제가 있어 보여도 현장에서 경찰이나 활동가가 강제로 동물들을 데려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데려가요. 하지만 주사도 안 되고요, 약도 먹이면 안 돼요. 절대로. 그럼 애들 죽어요. 알아요?”
끊임없는 설득 끝에,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물들을 데려가도 된다는 승낙을 받았습니다. 활동가들은 고양이 한 마리와 강아지 두 마리를 이동장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 마리 함께 산다는 페르시안 친칠라 고양이는 어디 숨었는지 찾을 수 없어 추후에 데려올 것을 기약하고 뒤돌아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