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벌써 훌쩍 흘러 가을입니다. 매 연말, 연초마다 ‘새해에는 조금 더 길고양이의 삶이 평안해지기를’ 하고 바라는 게 우리의 마음이지만 반복되는 학대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도대체 언제쯤 나아지려는 걸까 좌절하는 때도 있습니다. 활동가들 역시 부정적인 생각에 침잠될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희망을 주는 건, 캠페인 때마다 만나는 어린이들의 마음입니다.
캠페인 중 만나는 어린이와 보호자는 늘 그러했습니다. 생명을 사랑하고, 보듬을 줄 알았습니다. 보호자는 어린이에게, 어린이는 더 어린 동생에게 길고양이와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알려줬습니다. 사람만 사는 세상보다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이 더 아름답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와 같은 가치를 알고, 우리보다 더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이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어린이들의 눈으로 본 길고양이들이 어떤 모습인지, 모두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고요. 그렇게 동물권행동 카라와, 4년째 카라와 함께 공원의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공동 주최로 <공원과 길고양이 어린이 그림전>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10월 초부터 2주간 그림을 공모했고, 전국 각지 어린이의 그림이 도착했습니다. 어린이가 그렸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인 그림도 있었고, 알록달록 색을 칠한 고양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는 그림도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단의 기준에 따라 만 7세 이상은 어린이 부문으로, 만 7세 미만은 영유아 부문으로 나눠 심사가 진행되었고, 10월 25일에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각 부문별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시상하여 총 19명의 어린이가 수상했습니다.
시상식 후 작품은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땡땡마을에 3일간 전시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동안은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게 제작된 캠페인 카드를 관람객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림이 전시되는 3일간 서울 어린이대공원 공원급식소의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분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캠페인에 참여하셨어요.
전시장 한 편에는 자원봉사자 분들이 직접 촬영한 공원의 길고양이 사진도 전시됐습니다. 길고양이들의 평온한 일상 사진, 그 아래에는 봉사자분들이 붙여준 이름을 적어 일명 ‘공냥이’들의 귀여움을 자랑했습니다. 봉사자 분들이 직접 그린 공원의 길고양이 일러스트를 넣어 제작한 양말과 메모지도 관람객에게 챙겨드렸어요. 또, 전시장 외부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길고양이 등신대를 설치해 포토존을 운영했는데요. 어른과 어린 아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진 스폿이었습니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마스코트 길고양이 “정문이”와 “노랑이”
전시에 들른 사람들 대부분의 반응은 “여기 길고양이가 산다고요?”였습니다. 공원의 길고양이 급식소는 늘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고, 꾸준한 TNR을 통해 중성화율은 70%를 넘긴지 오랩니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길고양이 때문에 벌레가 꼬이고, 길고양이가 시끄럽고 사납다고 하지만 잘 관리하면 내 주변에 살고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입니다. 공원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길고양이는 어디든 살고 있고, 충분히 공존이 가능한 동물임을 설명하자 많은 분들이 놀라워 하셨습니다. 이미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사람들은 공감하며 연신 미소를 띈 채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특히 길고양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이 있었는데요. 여러분께 몇 작품과 그림을 그린 어린이 화가의 설명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