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 개시장 폐업, 60년 이어진 개들의 희생에 종지부 찍다

  • 카라
  • |
  • 2019-07-25 18:58
  • |
  • 2132

부산 구포 개시장의 60년 역사가 마침내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71, 구포가축시장 폐업을 위한 협약식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뜬장이 시원하게 철거되는 모습을 바라보던 시민들의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새어 나왔습니다. 이로써 이곳에서는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잔인한 개도살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습니다.

 


전국 3대 개시장 중 한 곳인 구포 개시장에서는 그 역사와 규모만큼 많은 수의 동물들이 희생돼 왔습니다. 2017년에는 구포 개시장 내 업소 직원이 탈출한 개를 붙잡아 아스팔트 도로 위로 억지로 끌고 가는 장면이 공개돼 전 국민의 공분을 샀으며, 같은 해 반려견 오선이가 절도범에게 납치돼 구포 개시장에서 도살된 끔찍한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동물학대 사건이 더해지며 구포 개시장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더 거세어졌고, 끊임없는 요구가 결국 부산시와 북구청, 상인들을 폐업을 위한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지역에서는 구체적인 구포 개시장 폐쇄 계획이 나오기 시작했고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료 단체들과 함께 부산시 회의에 참석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개시장 폐쇄가 이뤄지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 한편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동물의 구조 등을 약속,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상과 동물보호 개입을 추동해 왔습니다.

 


5월말 드디어 부산시와 북구청, 상인들 간 잠정 합의가 발표됐습니다. 잠정협약서에는 구포 개시장 내 71일부터 살아있는 동물의 전시 및 도살 중단, 711일부터 전면 폐업, 북구의 생활안정자금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발표 시점과 협약의 내용 등에 있어 동물단체들이 주장했던 대로 되지 않아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71일 예정된 본협약까지 한 달이 남은 시점에서 카라와 동료 단체들은 단 한 마리의 개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긴급히 결정했습니다. 개시장의 특성상 도살은 날마다 진행되고 있었고 하루라도 빨리 도살을 중단시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동물단체는 상인들과 만나 엎치락 뒤치락하는 숨막히는 협상 끝에, 621일 전체 17개 업소 중 7개 업소의 조기폐업을 성사시켰고 해당 업소 내 53마리 개들을 미리 지켜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업소에서 계속되었을 도살을 열흘 미리 중단시켰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53마리를 데려오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이 뒷받침 되지 않아 아픈 개체를 우선 병원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구조는 시작되었습니다.

 

마침내 71일 부산시 북구청과 상인간 본협약식 당일, 살아있는 동물들의 도살은 더이상 구포시장에서 허락되지 않는 역사적인 날이 찾아왔습니다. 동물단체들은 전날까지도 구포 시장에서 구조가 가능한 동물들을 꾸준히 구조해 왔으며 협약일 시장에 남아있는 모든 개들을 구조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71일 아침, 개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 위한 캔넬과 개체구별카드, 검사키트와 종합백신 등을 마련하고 구포 개시장에 동물단체 활동가, 부산시와 북구청, 수의사 분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구조가 단순한 구조로 끝나지 않고 개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도 철저히 염두에 두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힘들게 구조한 개들을 단 한 마리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구포 개시장에서 우리가 만난 개들은 일상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보통의 평범한 개였습니다. 사람을 향해 사나운 이를 드러내거나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목줄이 무서워 피해 다니기 바쁜 온순한 개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보듬어주는 손길로 달래어가며 한 마리씩 뜬장 밖으로 나오게 하자 조심스레 캔넬로 옮겨가기도 했습니다.

 

71일까지 구조된 개들은 모두 86마리. 도살을 앞두고 뜬장 속에 계류되던 개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하루였을 것입니다. 개들은 뜬장에서 나와 캔넬로, 캔넬에서 다시 위탁보호소로 이동했습니다. 키트 양성으로 나타난 개들과 그 개들과 함께 계류했던 개들은 각각 다른 동물병원으로 격리되어 치료를 받았습니다. 개시장에서 지내온 개들의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고, 치사율 높은 홍역과 심장사상충, 호흡기 질환 등에 걸린 일부 개들은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구포 개시장에서는 71일까지 총 86마리의 개들이 새 삶을 찾게 되었으며, 이후 추가적인 동물 구조와 구조견들의 치료 및 사망, 임신 중이었던 개의 탄생이 계속 이어져 725일 현재 구포에서 구조된 총 88마리의 동물들을 동물단체가 보호하고 있습니다. 홍역과의 싸움을 이기지 못하여 새 삶의 기회가 무색하리만치 차례차례 사망하여 지금은 안타깝게 별이 되고 만 5마리 개들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우리는 구조된 모든 개들이 건강하게 체력을 회복한 뒤 사회화를 거쳐 가정으로 입양되기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위탁보호소로 간 개들에게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개들의 표정이 밝아지며 산책도 즐기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공놀이를 좋아하고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사랑받으며 자란 것으로 보이는 개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버려지는 반려견이 흘러들어 무덤이 되고 있는, 개시장의 슬픈 실체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얀 털을 가진 눈송이는 위탁처에서 11마리의 새끼를 출산해 놀라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구포 개시장의 폐업이 없었다면, 어린 생명들은 아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약하게 태어난 눈송이의 새끼들은 현재 4마리만 남고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남은 4마리라도 부디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 좋겠습니다.

 

구포 개시장은 71일 살아있는 동물 도살금지에 이어 711일부터 지육판매까지 금지된 상태입니다. 부산시는 혹시 있을지 모를 도살을 단속하기 위하여 특사경을 약속했고, 카라도 협약에 위배되는 암거래에 대비하고자 감시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개식용 유통망이 사라진 본연의 의미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카라는 201811월 태평동 개도살장 영구 철거, 12월 모란시장의 마지막 남은 개도살 업소 폐쇄, 그리고 이번 구포 개시장 완전 폐업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이어가며 개식용 주요 거점 폐쇄를 위한 활동을 가열차게 지속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개식용 산업을 약화시키고 개식용 종식이 시대적 사회적 요구임을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습니다. 개식용 종식을 향한 카라의 쉼 없는 걸음을 지켜봐 주시고 동참해 주세요


댓글 4

박신자 2019-08-04 11:15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구현지 2019-08-02 12:22

너무 감사합니다. 동물들이 학대 받는 현실을 보면 언제나 제 힘이 너무 약해서 속상했는데,그래도 이런 마음들이 모이면 현실도 조금씩 바뀐다는게 힘이 나네요.앞으로도 동물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세상으로 좋은 변화가 생기길 희망합니다.


박성철 2019-07-30 10:44

감사합니다


곽지선 2019-07-28 06:41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도살장 폐지를 위해 힘써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