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의 메카, 성남 태평동 도살장 폐쇄와 서울축산 도살시설 철거의 의의

  • 카라
  • |
  • 2018-11-23 20:18
  • |
  • 3118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HSI 활동가들은 오늘 태평동과 서울축산 행정대집행시 개들을 긴급격리하기 위해 조립했던 200개의 켄넬을 해체했습니다. 개들을 구하면 입양시까지 보호하려고 어렵게 찾아낸 200여마리 보호를 준비해온 보호처에도 개들이 갈 수 없음을 통보했습니다. 




| 태평동 개 도살장, 서울축산 행정대집행을 위해 조립한 200개의 켄넬.



| 전국의 도살장 폐쇄에 대해 다시 마음을 다지며, 전부 해체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료 2개 단체와 함께 한 활동의 경과와 의의를 간략히 보고 드리며, 이후 카라의 활동 계획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경과



1. 도살장 철거를 위한 긴급격리조치 발동


태평동 도살자들은 철거를 앞두고 각각 600마리, 200마리의 개들을 들여놓고 철거를 방해하고자 했습니다. 법원의 미온적 대처로 그러지않아도 철거가 지연되고 있는데다 성남시는 막대한 수의 개들이 계류중인 철거 현장에 대응할 방책이 전혀 없어 주춤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하루에도 수백 수십 마리의 개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3개 단체는 도살장에 계류중인 개들이 참혹한 학대와 도살의 위기에 있는 만큼 성남시가 긴급격리조치를 발동하면 우리가 개들을 구조하겠으니 하루라도 빨리 행정대집행을 해달라고 공동명의의 진정을 넣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와 함께 개 전기도살 법률 대응을 공조해 왔고, HSI는 대규모 개농장 구조 경험이 풍부한 단체로서 서로 돕기로 했습니다. 3개 단체의 압박과 설득에 성남시는 긴급격리조치를 발동하고 개들의 격리와 구조를 3개 단체에 일임했습니다. 우리들은 도살장 철폐의 선례, 이때 관청에서 도살장 개들에 대해 보호조치를 발동하는 선례를 만들고자 했고 그게 성사된 것입니다.


2. 태평동 개 도살장의 철거 및 서울축산의 계류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


당초 20일로 예정되어 있던 태평동 개 도살장 철거에 대비하여 3개 단체는 모처에 모여 200개의 준비된 켄넬을 조립했습니다. 철거 직전 단시간 내에 도살장에 있는 개들을 최단시간 내에 구조하여 이동시키기 위해 3개 단체는 구조-이동-기록 등에 노련한 활동가들을 역할 분담하여 배치했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중 갑자기 대집행 날짜가 22일로 연기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도살장의 저항이 심하여 400명의 대집행 용역인력이 필요한데 22일에나 대규모 인력이 출동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20일 이후 도살장 개들의 수가 차차 줄기 시작했습니다. 3개 단체는 개들의 격리를 우선 실행해 줄 것을 성남시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조문상 긴급격리를 14조에 극히 한정적으로 명시한 현행 동물보호법의 한계와 법원의 소극적인 법해석에 기인합니다. 그래서 3개 단체는 23일로 예정된 서울축산 대집행을 앞두고 개들을 빼돌리지 않는지 밤샘 감시를 시작했습니다. 

22일 철거 당일, 태평동 도살자들은 개들을 전부 죽이거나 다른 곳으로 빼돌려 현장에는 한 마리의 개도 남아 있지 않게 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한편 서울축산은 23일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22일 눈속임을 위해 계류장을 자진철거했습니다. 바로 다음날 예정이었던 대집행이 취소되자 서울축산은 계획한대로 다음날도 건물 지하의 비밀 도살장에서 개도살을 자행했습니다. 바로 이날은 서울축산의 행정대집행이 예정된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에 3개 단체는 지하 계류장과 개 도살장 철거 민원과 또한번의 행정대집행을 요구했고 중원구청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태평동 개 도살장의 한 모습. 핏자국, 개 털, 떨어진 살점, 구더기 등이 잔뜩이었다. 도살자들은 개를 죽이고 털을 뽑는 장비는 두고 떠났다.



태평동 개 도살장이 철거되고 있다. 한국 최대 규모의 불법 개 도살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모란시장 '서울축산'은 행정대집행을 하루 앞두고 불법건축물을 자체철거했다. 대신 도살장비를 건물 내부로 옮기고 도살을 계속한다.


의의



1. 태평동 개 도살장의 영구 폐쇄와 철거


현재 개식용 자체를 제어할 수 있는 법이 전무한 상황에서 개 도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법망을 피해가는 개도살’입니다. 태평동은 개도살의 해방구와 다름없는 곳으로서 우리나라 개식용 산업의 마지막 단계인 ‘도살과 유통’의 선봉에 있었습니다. 무려 70여명의 도살업자가 성남시를 상대로 버티며 법적 다툼을 해온 이런 상징적인 곳이 철거되고 폐쇄되었다는 사실은 개식용 산업 종사자들에게 이 산업의 몰락을 선고하는 것입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많게는 수백마리 적어도 수십마리 이상의 개들이 도살되어 유통되던 중심지가 결국 해체 폐쇄된 사실은, 은폐된 작은 개 도살장의 경우 언제라도 폐쇄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리는 역사적인 일입니다.


2. 행정대집행시 개들의 안전을 위한 긴급피난권의 발동


태평동 도살업자들과 서울축산은 대집행 당일 더 많은 개들을 데려다 놓겠다며 개들을 볼모로 철거 지연책을 쓰고자 했습니다. 개들을 풀어 위험한 상황이 되면 이는 관청의 공무집행상 문제로 관청이 책임을 져야함을 악용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우리 3개 단체는 이를 막기 위해 대집행시 모든 개들을 빠른 시간 안에 구조하여 안전하게 보호함으로써 철거를 돕고자 했습니다. 이는 태평동 도살장이 가지는 개식용 산업에서의 막대한 입지를 고려하고, 도살장 철거를 막기 위해 동물을 볼모로 이용하는 행위를 더이상 하지 못하게 하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의 경우에도 동일한 협박으로 계속 버텨오던 도살업자들이 “동물단체에서 개들을 긴급격리 한다”고 전해지자 더이상 버틸 수 없어 그곳을 포기하고 흩어지도록 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즉 이후로는 다른 지역에서도 도살장을 폐쇄할 때 개들 때문에 관청에서 주춤거리지 않고 지역 동물단체가 결합하여 개들을 긴급격리 함으로써 더 많은 도살장을 폐쇄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것입니다. 이렇게 도살장을 폐쇄해 나가면 결국 마지막 도살장이 폐쇄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계획



1. 경기도로 흩어진 태평동 개 도살업자들의 행방과 추가 폐쇄


태평동 개 도살자 5개 업체중 한곳은 전업을 했으나 4곳은 경기도 내 곳곳으로 흩어져 도살업을 계속 하려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현재 이 4곳의 도살자들의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 또한 비단 이들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불법 도살장 폐쇄의 단서를 얻기 위해 대부분의 도살장에서 개도살의 방법으로 이용하는 전기도살이 잔인한 도살로 법의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개 전기도살 유죄 판결을 얻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특별사법경찰관들이 동물보호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여 그들의 활동을 통해 ‘모든 개 도살장’에 대한 점검과 법적 조치 그리고 폐쇄가 가능하도록 제안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태평동에서 피해간 4개의 업소를 포함, 모든 개 도살장이 결국 폐쇄되도록 하는 것이 이후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며 카라가 계획중인 일입니다.


2. 서울축산에 대한 추가 대응 계획


서울축산은 행정대집행 하루 전날 눈속임을 위해 문제의 계류장을 자진 철거했습니다. 이로써 철거 대집행이 취소되자 바로 다음날 즉시 개들을 반입했습니다. 서울축산은 관청이나 경찰을 그저 웃음거리 정도로 여기는 반사회적 행위를 일삼고 있고 여기에 공공기관이 끌려 다니는 형국입니다. 3개 단체가 오늘 다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지하에 계류장까지 설치해 놓고 본격적인 도살을 계속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축산 내 불법 도살시설과 추가적으로 설치한 계류장을 즉각 철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너무 느린 행정적 조치를 서울축산이 십분 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역시 특별사법경찰관의 활동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를 적극 추진할 예정입니다. 






결론적으로 개식용 종식을 위한 이 모든 활동의 어려움은 법의 미비에 기인합니다. 표창원 의원이 발의한 임의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개식용 종식의 근간을 제공해줄,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은 국회 농해수위의 우선 심의 대상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입니다. 연간 100만 마리 이상이 여전히 잔인하게 살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그 동물들을 모두 ‘구조’ 하는 방침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렇지만 개식용 산업의 핵심적 유통처 역할을 해온 태평동 대규모 도살장을 폐쇄하고 서울축산의 개도살을 막아 모란시장의 진정한 변화를 추동하는 등 우리는 개식용 산업의 몰락을 계속 촉구하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번에 개들을 ‘구조’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개식용 업자들에게 가장 큰 개 도살장의 몰락을, 또한 가장 큰 재래 개시장의 몰락과 변화를 보여주고 이행을 추동하는 것 역시 고통 속에서 도살되거나 도살을 기다리는 개들을 ‘구조’하는 의미 깊은 일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가 폐쇄해야 할 개농장과 개도살장을 줄여 나가고 또 한편으로는 개도살 금지 법안의 통과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끝으로 카라는 금번 태평동 도살장 폐쇄와 서울축산 행정대집행이 되기까지 그동안 현장 활동과 집회 등 각고의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 주신 다솜, ADF, 행강 등 여러 단체 그리고 수없이 많은 활동가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태평동 도살장의 폐쇄도, 이제 본격화해야 할 모란 개시장의 전업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본격적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라는 그 동안 여러분들이 뿌린 씨앗의 성과가 가장 크게 발현되고 그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감사드리며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 관련기사 보기

- 머니투데이 "성남시, 태평동 개 도살장 강제 철거…밀리언근린공원 조성 예정"
- 국민일보 "‘한해 8만 마리 개 도축’ 태평도살장 마지막 날... “남은 개들은 이미”"
- 서울신문 "[애니멀구조대] ‘전국 최대 규모’ 개 도살장, 역사의 뒤안길로"
- 파이낸셜뉴스 "성남 태평동 개 도살장, 영구 폐쇄.."남은 개들은 못 구해""
- 중부일보 "[르포] "한 해 최소 8만 마리 도살"…국내 최대 태평동 개 도살장 마침내 철거"
- 경기방송 "성남시 태평동 개 도축시설 철거하고 공원으로"
- 일간경기 "성남시, 국내 최대 ‘태평동 개도살장’ 강제 철거"
- 올치올치 "“성남 태평동 개 도살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 <사진(2)> 올치올치 "[올치올치 포토] 국내 최대 규모 성남 태평동 개 도살장, 영구 폐쇄"
- <사진(1)> 올치올치 "[올치올치 포토] 성남시 태평동 개 도살장 역사의 뒤안길로"
- 그린포스트코리아 "전국 최대 규모 성남 태평동 개 도살장 폐쇄"
- 데일리펫 "동물권단체들 ˝국내 최대 규모 성남 태평동 개 도살장 영구 폐쇄 환영˝"
- 위키트리 "“한해 최소 8만 마리 도살” 태평동 불법 개도살장 철거됐다"
- 일요주간 "국내 최대 개 도살장 폐쇄 수순 돌입...동물단체 "개식용산업 붕괴 속도 붙을 듯""
- 노트펫 "한 해 8만 마리 개 잡던 '태평동 개 도살장' 폐쇄"
- 포커스데일리 "국내 최대 성남 태평동 개도살장 철거…150여마리 빼돌려 안타까움도"
- 뉴스프리존 "최대개도살장 '성남시 태평동 개도살장'철거 …150여마리 개들 빼돌려져 구조 못해"
- 올치올치 "국내 최대 규모 성남 태평동 개 도살장, 영구 폐쇄"
- 뉴스1 "전국 최대 규모 성남 태평동 개 도살장 드디어 폐쇄"
- 시사타임즈 "국내 최대 규모 성남 태평동 개 도살장, 22일 영구 폐쇄"


댓글 1

조율래 2018-11-30 23:38

글 읽는 내내 울먹이지 않으려 이 악다물고 참았습니다. 현장에서의 도움은 드리지 못하지만, 카라 후원자라는 것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