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물권행동 카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임순례입니다.
영화감독 일만으로도 바쁜 제가 10년째 카라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이유는 저의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동물을 좋아했던 저에게 동네 개들은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었습니다. 어제까지 저랑 뛰어놀던 개들이 철장 안에 구겨진 채 개장수에게 실려가거나 개울가 큰 나무에 목이 매달린 채 몽둥이 찜질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의 충격과 무력감은 어린 아이로선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때의 깊은 슬픔과 친구들을 구하지 못한 미안함이 저를 동물운동으로 이끌었습니다.
한국의 동물운동이 시작된지 어언 20여년이 되어갑니다. 많은 것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이 사실지만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도 있고 더 악화된 부분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생명감수성 확장과 동물복지 증진은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시대의 트렌드이자 화두입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확산으로 인해 수많은 농장돼지들이 무차별 살처분 대상이 되었고 멧돼지들은 합당한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의 세계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살상의 광풍속에서 동물의 생명을 이야기 하는 사람보다도 고기값을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또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밀집식 사육시설, 반려동물 번식공장, 실험실, 수족관, 동물원, 도시의 뒷골목에서 결코 지옥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는 삶을 이어가는 동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공존의 풍경을 만들어가야 할 책임은 오롯이 우리 인간들의 몫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제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발맞추어 운동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20여년이 가장 초보적인 활동이었다면 이제는 활동영역의 다변화와 활동내용의 심도와 파워를 높이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카라가 이번에 파주에 건립하는 더봄 센터는 바로 이러한 동물권운동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ZERO to ONE 프로젝트를 위한 전진기지가 될 것임을 약속드리며 이 전진기지 건립에 있어 여러분들의 관심과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올해초 타 동물단체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후원이 많이 위축되었고 따라서 큰 재정이 소요되는 더봄센터 건립상황도 순조롭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카라는 차분하게 그러나 명확한 지향성을 가지고 전진하겠습니다. 카라의 더봄센터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동물들에게 따듯한 봄동산이 되고 수준 높은 동물운동의 전진기지가 될수 있도록 여러분이 단단한 벽돌을 놓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동물과의 아름다운 공존이 일상이 되는 그날까지 저희는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물권 행동 카라 대표 임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