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오랑우탄의 고통을 아시나요?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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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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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이어 국내의 한 동물원을 방문하는 모습이 방영됐습니다. 두 방송에서 각각 아이를 동반한 가족나들이 장소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동물원을 소개했는데, 공교롭게도 두 프로그램에서 모두 오랑우탄과 장난을 치고, 물건을 빼앗는 등 어울려 노는 장면이 적지 않은 비중으로 방영되었습니다. 사람처럼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출연한 이 오랑우탄은 테마동물원 쥬쥬(이하 쥬쥬동물원)의 인기스타 ‘오랑이’입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랑이는 2010년에는 자선단체의 홍보도우미가 되어 거리에서 모금활동을 벌였고, 2009년에는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TV를 통해 만나는 오랑이는 대부분 사람을 흉내 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희화화 된 쇼 동물로 살아가고 있는 오랑이의 현실이 마땅한 걸까요?
 
오랑우탄은 전세계 중 아시아 지역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 동물종으로, 오랑이는 두 종의 오랑우탄 중 보르네오 오랑우탄입니다. 고온다습한 열대우림 기후의 숲 속 나무 위에서 조용히 살아가야 할 오랑이가 시멘트 바닥을 밟고 다니면서 쇼를 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랑이는 오랑우탄의 본성을 박탈당한 채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 (왼쪽) 2014년 10월 26일에 방영된 TV 프로그램에서 오랑이가 출연자에게 과자를 건네고 있다.
(오른쪽) 2009년 12월, 거리 모금홍보에 나선 오랑이가 여러 신문과 뉴스에서 보도되었다.  
 
오랑우탄은 ‘야생동물들의 국제간 거래로 생물종이 멸종되거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CITES(사이테스)에 의해 국제거래가 금지 된 보호종입니다. CITES에 의하면 오랑우탄은 연구 보존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서는 국가간 거래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오랑이가 어떤 연유에선지 2003년에 쥬쥬동물원에 ‘기증’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쥬쥬동물원에 온 오랑이는 지금까지 10여 년 째 쇼를 하고 있습니다. 영장류인 오랑이에게 쇼를 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오랑우탄은 분류학적으로 영장류에 속합니다. 동물원에서 가장 키우기 어려운 동물은 고래나 돌고래와 같은 이동성 해양 포유류, 북극곰, 그리고 자아를 가진 코끼리와 영장류입니다. 이 동물들의 생태적 요구사항과 고도의 정신 능력을 동물원에서 충족시켜주기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물권을 위한 변호사와 관료들의 연합(Association of Officials and Lawyers for Animal Rights(AFADA))에서도 영장류인 오랑우탄과 침팬지에게 '인간 아닌 사람(non-human person)'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가장 먼저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장류는 지능이 매우 높고 복잡한 감정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사람 또한 영장류에 속합니다. 사람과 97%의 유전자가 동일한 영장류인 오랑우탄이 낯선 환경과 본성을 거스르는 상황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오랑우탄은 본래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동물입니다. 발도 손처럼 자유롭게 이용하며 나무에서 나무로 매달려 이동하고, 다른 동물들과 맞부딪힘 없이 높은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오랑우탄 본연의 생활입니다. 하지만 오랑이는 신발을 신고, 딱딱한 바닥을 걸어다녀야 하며, 자전거를 타면서 재롱 아닌 재롱을 부려야 합니다. 나뭇가지를 그러쥐기에 적합한 형태를 하고 있는 오랑우탄의 발은 사람의 발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서, 사람의 발에 맞춰진 신발을 신고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오랑이는 그렇게 고통받아온 것입니다.
 
 
▲ 2014년 11월 1일 방영된 TV 프로그램에서, 오랑이는 신발을 신고 자전거를 타며 출연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카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오랑우탄의 수는 총 11마리로 서울대공원과 에버랜드, 쥬쥬동물원 이렇게 세 곳에만 있는 아주 희소한 동물입니다. 오랑우탄의 국가간 거래가 금지되어 있고, 국제적으로도 오랑우탄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랑이는 국가차원에서도 극진한 보호를 해야 할 판국에 동물원에서 쇼를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듯이 오랑이에게는 오랑우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당장에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면 적어도 쇼를 하지 않고, 오랑우탄에게 적합한 서식환경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오랑이가 쇼 동물로 살아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남은 생이라도 쇼를 하지 않고 보호와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오랑이를 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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