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연친화적 화장품을 쓰는 이유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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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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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연친화적인 원료를 사용하는 화장품을 고집하게 된 이유는 인터넷 서칭 중에 발견하게 된 한 장의 사진을 통해서였다. 그 사진 속에는 수많은 흰색 토끼들이 조선시대 죄인의 목에 채웠던 칼과 비슷하게 생긴 틀에 목만 내놓고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는데,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사진의 링크를 클릭해본 후에야 비로소 토끼들이 인간의 화장품, 그중에서도 '마스카라' 실험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마스카라뿐이 아니었다. 기초, 색조 할 것 없이 화장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쥐, 토끼, 기니피그 등 수많은 동물들이 눈과 피부에 지속적으로 유해물질을 주입 받으며 죽을 때까지 그 고통을 견뎌내야만 했다. 화장품들에 이런 가혹하고 잔인한 진실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런 과정을 거쳐 발표한 실험내용이 사람에게 실제 적용되는 비율이 겨우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흔히 찾을 수 있고 쉽게 구입도 가능한 화장품들이, 사실은 무모한 생명들이 꾸준히 희생되어 만들어져 왔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인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수많은 동물의 삶을 빼앗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동물실험을 거친 제품들은 매우 안전하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를 바꿔 생각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세계적으로 화장품 동물실험을 통해 희생되는 실험동물의 엄청난 숫자, 그리고 동물실험이 아닌 대체실험을 통해 충분히 안정성 입증이 가능한데도 마치 교과서처럼 기계적으로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자연친화적인 과정을 통해 생산된 화장품을 당장 찾아 사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이러한 윤리적 소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만한 단체나 업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해당 국가 고유의 천연화장품을 소위 '사재기'하듯 구매해서 사용하고 또 충당하기를 반복했다. 몇 년 후 한국에서도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세계적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이러한 몇몇 국가의 움직임들을 글로벌캠페인 'Be Cruelty-Free' 운동으로 발전시켰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의 'Be Cruelty-Free' 캠페인 이미지

'Be Cruelty-Free' 운동을 위해 유럽권이 국가들은 끊임없는 노력과 논쟁을 거쳐왔다. 이렇게 유럽권 국가들이 앞장서서 불필요한 생명의 낭비를 막고자 했던 변화의 물결은, 현재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마침내 유럽연합은 2013년 3월 11일, 동물실험 된 화장품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시켰다. 동물실험을 기반으로 한 화장품 판매를 금지시키기까지 유럽연합은 화장품 완제품 동물실험 금지, 화장품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 금지라는 과정을 거쳐왔다. 이제 유럽에서는 2013년 3월 11일 이후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과 화장품 원료를 완전히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며, 이후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유럽연합 27개국의 결정을 따르고 있다. 이스라엘에 이어 2013년 6월 말, 인도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시켰다. 2014년 1월에는 상파울로주에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미국에서는 바로 몇 주 전 짐 모란 의원이 인도적인 화장품 법안(Humane Cosmetics Act)을 통하여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제안했다. 이러한 세계적 동향은 화장품 동물실험이 필수였던 중국 정부도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에서는 올해 6월부터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화장품 동물실험 필수규정을 폐지할 예정이다.

2013년 'Be Cruelty-Free' 운동의 주최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네셔널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가 ㈜유앤미리서치를 통해 전국 100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화장품 동물실험에 대한 시민의식 조사'를 통해 70%가 넘는 국민들이 한국 내에서의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소비자 인식의 변화에 따라 국내 다수의 화장품 업계는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식약처는 OECD에서 승인한 대체실험방법을 기능성화장품 실험에 공식 인정하겠다고 밝혔으며, 국내 최초의 대체실험개발센터의 설립 계획 또한 갖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의 화장품동물실험반대-Animal Testing Free 캠페인

지난 3월 11일은 유럽연합이 화장품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와 더불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의 'Be Cruelty-Free' 한국 파트너인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3월 9일부터 3월 15일까지 일주일 동안을 'Be Cruelty Free' 주간으로 선정하고, 화장품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착한 회사 리스트'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및 동물실험에 관한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인포그래픽을 번역해 공유했다.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인 'Be Cruelty-Free'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공유되고 있으며, 이는 무분별한 생명의 희생을 줄이고 인간으로 하여금 윤리적인 소비를 고민해볼 수 있는 대안의 창구를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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