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한마을에서 돌아 다니는 떠돌이개 가족 구조이야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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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3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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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2

카라는 경기도 양평의 한 마을에서 소위 떠돌이 개들이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4마리 개들이 우르르 모여 다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짖어대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급기야 한 주민의 반려견은 산책 도중 그들 중 한 마리에게 크게 물려 병원비만 300만원이 나왔다고 합니다.

제보자는 개들이 가족일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최초에는 어미개가 산 입구의 컨테이너 밑에 새끼를 낳아 몰래 길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끼들이 5~6개월령으로 성장하면서 동네와 산을 헤집고 돌아다니고, 사람과의 접촉이 거의 없거나 부정적이었던 관계로 무섭게 짖으면서 주민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고요.

버려진 유기견, 그리고 그 유기견의 자손들이 야생화 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일각에서는 그들을 소위 들개로 부르며 안락사(살처분)할 것을 요구합니다. 유기견이나 반려견과는 구별되는 위험한 부류로 차등하며 새로운 삶의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회가 벼랑 끝으로 몰아낸 생명인걸요. 양평의 떠돌이개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양평 마을의 주민 몇 분은 쥐약이라도 타서 잡아야 한다’ ‘유해조수단을 통해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누고 있었습니다. 더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개들의 사회성이 부족해져서 사람들과 더 대척점에 서게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떠돌이개 가족의 목숨이 위험하게 될 것이고요. 떠돌이개 가족은 사람들의 무책임이 만들어낸 산물이었고, 소위 들개로 배척받으며 사람에 의해 죽도록 둘 수는 없었습니다. 카라는 현장을 확인한 후 개들의 구조를 결정했습니다.


6월 13일

현장에서 개들이 주로 어디에서 생활하는지 확인했습니다. 선산 입구로 컨테이너에 농기구, 예초기 등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새끼들이 태어난 곳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 주변에서 만난 떠돌이개 가족은 활동가들에게 경계심을 가진 채 짖고, 다가가면 도망가기를 반복했습니다.



7월 3일

컨테이너 옆에 대형 포획틀을 설치했습니다. 포획틀 안에 물과 사료, 간식을 넣고 포획틀이 위험한 공간이 아닌 안식처라는 것이라고 인식시켜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개들이 몇일 정도 포획틀을 오가며 경계심을 풀게 된 후 4마리를 한꺼번에 잡기로 계획했습니다. (한 마리씩 포획하게 되면 나머지 개들이 더 경계하여 포획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시에 개들의 관찰을 위해 헌팅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7월 4~9일

포획틀을 설치후, 떠돌이개 가족이 아침저녁 등 시간과 관계없이 포획틀에 드나들며 사료와 물을 먹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7월 13일

포획틀에 완벽히 적응한 것으로 판단, 포획을 결정했습니다. 포획틀 근처에서 잠복했으나 포획하려는 것을 알았는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헌팅카메라를 확인해보니 12일 오전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듯 했습니다. 이후 22일까지 개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목격자조차 없었습니다.

7월 23일

포획을 포기, 포획틀를 철수하려 할 때쯤 떠돌이개 가족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어미를 포함한 2마리가 포획틀 안에 들어와 사료를 먹던 도중 새끼 두 마리가 싸우게 되었고, 싸우면서 포획틀에 큰 충격을 주면서 포획틀 문이 닫히게 되었습니다. 자동포획틀은 리모컨으로 문을 닫을 수 있는 구조여서 저들끼리 잡히게 될 것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운이 무척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