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은 진이와 그의 단짝, 다리 저는 천둥이 이야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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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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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00
고양이 두 마리가 안팎으로 드나드는 어떤 가게. 

이 음식점에서는 맨 처음 ‘쥐잡이’용으로 어느 재래시장에서 고양이를 사왔다고 합니다. 오직 등록된 곳에서만 동물을 거래할 수 있지만 등록되지 않은 곳에서, 그것도 쥐잡이용으로 고양이를 사다가 가게 주변에 풀어놓고 길렀던 것이죠. 마치 길고양이인 것처럼 가게에서는 TNR(포획-중성화-제자리방사)도 신청했습니다.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이 고양이들을 만났습니다.

‘길고양이일까, 산책고양이일까?’ 

두 마리 모두 TNR 표식인 귀커팅이 되어 있었지만, 사람 손을 잘 타는 순둥이들이었기에 가게에 들어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시작은 비록 쥐잡이였으나 고양이들을 아끼며 챙겨주시는 식당 아주머니도 계시고 고양이들로서는 그럭저럭 어려움 없는 생활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몇 개월 뒤 한 녀석이 골목 교통사고로 그만 하늘로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형제 같던 고양이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진이


‘진이’는 형제 같던 고양이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고양이입니다.

진이는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살가웠지만 다시 몇 개월이 지나자 진이를 살뜰히 돌봐주시던 아주머니도 식당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가게에는 더 이상 진이를 챙겨주시는 분이 계시지 않게 되었고, 진이는 밖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이웃집 주민분이 이따금 진이의 빈 밥그릇과 물그릇을 채워주셨습니다.




진이와 천둥이


‘천둥이’는 이 무렵 갑자기 나타난 진이의 친구입니다.

귀커팅 된 모습으로 등장한 올블랙, 천둥이는 진이보다는 사람을 경계했지만 먹을 것을 주고 장난감으로 놀아주면 머리 한번쯤은 쓰담쓰담 할 기회를 주는 고양이였습니다. 천둥이는 단짝처럼 진이 곁에서 지내다가 식사 시간이 되면 진이와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화장실로 사용하는 곳도 진이와 같았습니다.


씩씩하던 천둥이가 어느 날 갑자기 뒷다리를 절뚝이는 채로 나타났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영문을 알 수는 없었고 뒷다리에 난 상처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저것 때문인가' 짐작해 볼 따름이었습니다. 다리를 너무 심하게 절었기에 천둥이를 포획하여 병원에 데려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천둥이가 염려되기도 했고 진이가 또한번 단짝 친구를 잃게 놔둘 순 없었습니다.  


고분고분하던 천둥이도 포획틀에 바로 들어가 주지는 않았습니다. 몇 시간 가량 실랑이를 벌인 끝에 우리의 간절한 기운을 느꼈는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천둥이가 포획틀에 들어갔습니다. 포획틀에 갇힌 채 온 동네가 떠나가라 울고 있었지만요 ^^. 진이는 포획틀에 갇힌 천둥이 곁을 자꾸 맴돌고 있었습니다. '빨리 다녀오자, 병원 가려는 거야'



어느날 다리를 절뚝이며 나타난 천둥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병원에서는 천둥이가 유기묘가 아닌지 물었습니다.

엑스레이를 통해보니 오른쪽 뒷다리에 수술 흔적이 있었거든요. 소식을 듣고 저희도 어리둥절 했습니다. 천둥이를 길고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들 말고도 천둥이를 챙기는 또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실제 사연을 알 길 없이 천둥이의 다리 치료에 집중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천둥이가 절뚝이는 영상 판독을 통해 천둥이가 아파하는 것은 눈에 띄는 상처가 있던 왼쪽 뒷다리가 아니라 오른쪽 뒷다리라는 것을 알려 주셨습니다. 또 왼쪽 뒷다리뿐만 아니라 오른쪽 뒷다리 외부에도 저희들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상처가 있음을 알려주셨습니다. 다리를 절던 이유가 이 상처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일단 육안상 보이는 두 뒷다리 상처부터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리 상처를 치료한 뒤 제자리 방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걷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포획틀 혹은 크롬장 안에 머물러야 했기에 천둥이의 걷는 모습을 병원에서 관찰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천둥이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잘 먹지 않았습니다. ‘힘내, 천둥아. 다리 상처 치료만 마치고 진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열흘간 병원에서 다리 상처 치료를 진행한 뒤 천둥이는 제자리 방사되었습니다. 여전히 다리를 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남았지만 계속 다리를 전다한들 어떤 묘안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었으니까요. 



다리상처 치료를 마치고 제자리방사된 천둥이. 오른쪽 뒷다리가 계속 불편하다


방사하던 날, 아니나 다를까. 진이가 어디갔다 이제 오냐며 천둥이를 마중 나왔습니다.

천둥이도 빨리 내보내달라고 아우성쳤고요. 드디어 천둥이가 포획틀 밖으로 나갔고... 천둥이의 움직임을 관찰했습니다. 포획할 당시처럼 다리를 심하게 절지는 않았지만 오른쪽 뒷다리의 불편함은 계속 남아있는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태가 더욱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라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두 녀석은 함께입니다


진이와 천둥이는 여전히 꼭 붙어 다닙니다.

최근 두 녀석은 나란히 피부 곰팡이를 겪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길고양이의 삶. 좌충우돌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풀리는 바는 없어도 지금 두 녀석은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나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쥐잡이가 아닌 진이와 천둥이의 행복이 오래도록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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