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모성애의 어미 고양이 가족의 파란만장 일대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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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2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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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모성애의 어미 고양이 선덕이는 구조된 후 일주일간 잠만 잤습니다.

 삼색 어미고양이가 새끼 3마리와 함께 버려졌습니다. 삼색 어미는 가게를 하던 분이 키우던 고양이인데 중성화 수술도 없이 풀어 키우다 새끼를 낳게 되었으며 새끼들은 방치상태에서 야생화 된 것입니다. 그리고 가게를 옮기면서 4마리의 고양이를 모두 버리고 갔습니다. 아직까지도 고양이는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며 죄책감조차 안 가지는 분들이 실제로 많으며, 이런 사람들에 의해 길고양이 개체군이 생겨납니다. 더 이상의 출산을 막기 위해 어미 삼색이 수술은 도와드리며 야생인 새끼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어미만이라도 데려가실 것을 호소했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4마리의 고양이가 떼로 버려졌습니다. 어미 선덕이와 딸 세종이와 초전이 그리고 아들 흰둥이까지.

주인은 고양이 4마리를 버리고 가면서 고기 덩이 하나를 던져 놓고 갔다.


선덕이는 망부석처럼 버리고 간 전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당장 갈 곳이 없는데다 3마리의 야생 새끼까지 딸린 상황이라 옆 가게 주인분을 설득했습니다. 다행히 이 고양이들이 겨울을 날 수 있게 집을 설치하도록 배려해 주셨고 가져다 드린 사료를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일 년 뒤 가게를 옮길 때까지 귀찮을 수도 있을 사료 급여를 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망부석이 되어버린 선덕이와 어린 딸 세종이

그런데 찬바람이 막 불기 시작한 10월 말 갑자기 흰둥이와 초전이가 기력이 없었습니다. 급히 두 마리를 구조하여 검사 한 결과 한 마리는 범백혈구감소증으로 진단되었고 다른 한 마리도 감염 초기로 의심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 최선을 다 한 결과 천운으로 2마리 다 살았고 방사 전 중성화 수술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흰둥이와 초전이를 방사하기 위해 데려가자 어미 선덕이가 뛰어 왔습니다. 이렇게 네 식구는 다시 재회했습니다.


 다시 어미에게 돌아온 흰둥이와 초전이, 어미 선덕이가 달려왔다.

아이들이 나오길 재촉하는 어미 선덕이와 지켜보는 딸 세종이

그런데 약 2달이 지난 뒤 이 아이들이 지내는 같은 건물의 노래방 가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고양이가 가엾기는 하지만 한 달 넘도록 배기관을 타고 천정으로 고양이들이 들락거리며 저녁이면 빠짐없이 하고 뛰어 내려오는 소리가 나고 천정의 장식 처마 위로 고양이가 보이기도 해서 영업에 지장이 많다는 것입니다...그러다 말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며...영업 문제 뿐 아니라 고양이도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철물점에서 망을 준비해서 건물 외부에서 지하 천정으로 들어갈 만한 입구를 모두 막고 이후 관찰을 부탁드렸습니다.

 놀라운 얘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다음 날, 천정에 놓아 둔 음식이 없어졌다며 빠져나가지 못한 고양이가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아주 낮고 좁은 천정 어디엔가 숨은 고양이를 구조해야만 했습니다. 천정 일부를 뜯고 간신히 포획틀 설치에 성공했습니다. 천정과 포획틀 사이에는 단 1cm의 여유 공간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하루 만에 아이가 잡혀 주었습니다.


 고맙게도 하루만에 잡혀 준 초전이, 포획을 위해 천정 일부를 뜯고 설비 아저씨와 함께 포획틀을 설치했다.

포획된 아이는 범백혈구감소증 치료후 방사된 초전이였습니다. 분명 치료는 완료되었는데 아이가 잘 움직이지 않아 병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심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아이를 포획한 후 검사하는 과정에서, 엉덩이와 다리 연결 부분에 교통사고로 추정되는 심한 외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골절 사고는 약 2달 전 일어났으며 당시 부러졌던 뼈가 잘못 붙어버렸던 겁니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모릅니다. 어쨌든 초전이는 범백이라는 무서운 질병과 다리 골절이라는 사고를 함께 당했던 것입니다. 병원에서 초전이의 운동 기능을 평가해 보니 심하게 다리를 절며 점프는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이제라도 교정 수술을 해야 그나마 통증과 장애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수술을 한다 해도 수직 도약 운동은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불쌍한 초전이는 방사 후 배기구를 통해 천정으로 들어가게 된 이후 외부로 전혀 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매일 저녁 천정으로 뛰어 내려온 고양이는 누구였을까요..? 노래방 주인분들이 어미 고양이 선덕이를 보자 말했습니다. “얘가 천정에 있던데요? 사람을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사납지도 않아 제가 불쌍해서 밥도 올려줬는데요?”

, 눈물겹게도 어미 선덕이는 장애가 있어 갇힌 딸 초전이를 위해 매일 밤 배기관을 통해 천정으로 드나들며 부양했던 것입니다.

초전이를 제외한 고양이 가족은 지극한 모성애를 가진 어미 고양이를 중심으로 3년여를 함께 잘 살았습니다. 딸 세종이도 곧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을 받았습니다. 비록 길 생활이지만 서로 의지하며 지냈습니다. 이렇게 지낸지 3년을 넘기던 어느날, 항상 함께 있던 딸 세종이와 아들 흰둥이가 돌연 사라졌습니다. 이즈음 길 건너 중성화가 안 된 지역의 수컷 고양이들 한 두 마리가 이사와 다툼이 벌어졌는데 아마도 이때 영역에서 이탈하게 된 것 같습니다.

 

20158- 어미 선덕이와 세종이 흰둥이,  201611- 세종이와 흰둥이

 이제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선덕이만 남았습니다. 혼자는 너무 외롭고 사람을 따르는 고양이라 입양을 보내야했지만 입양처도 없었고 아직은 세종이와 흰둥이가 돌아올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습니다. 며칠 안보이는 날도 있었지만 주변에 선덕이를 불쌍히 여기는 분들이 있어 돌봄을 받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선덕이가 일주일간이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행방을 수소문 하던 중 선덕이가 심하게 다리를 절며 나타났습니다.

 

아이의 발은 관통된 구멍이 나 있었고 심한 염증과 통증으로 발을 디딜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열흘간의 치료를 마치고 임보처에 이동한 날부터 아이는 그 동안 못잤던 잠을 몰아서 자려는 듯 거의 일주일간 잠만 잤습니다. 얼마나 고단했던 것일까요. 흰둥이와 세종이가 돌아오지 않는 한 선덕이는 더 이상 길에서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특히나 지극한 모성애로 새끼들을 지켜낸 만큼 상실감도 더욱 컸을 것입니다.

 

이제 너무 착해서 눈물나게 애틋한 선덕이는 안락한 집에 적응했습니다. 더 이상은 위협도 없고 새끼들 때문에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구경도 다니고 여유도 생겼습니다. 선덕이를 보면 흉악범에게 동물을 빗대어 짐승같다느니 인면수심이라는 말을 하는 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어미 선덕이에게 이후로 행복한 나날만 가득하기를, 그리고 사라진 새끼 두 마리의 안녕과 선덕이와의 재회의 기적을 빌어 봅니다.


구조된 후 거의 일주일단 고단한 잠을 몰아잔 어미 선덕이, 녀석은 길 생활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선덕이네 가족 일대기

2013년 여름버려질 위기의 고양이 가족 제보어미 선덕이 중성화

2013년 초겨울 - 4마리 한꺼번에 버려짐

2013~2014 겨울휜둥이 초전이 범백 치료 및 중성화 후 방사

2014 봄 초전이 천정에서 구조세종이 중성화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세종이 흰둥이 사라짐


딸 초전이는 장애를 가진 야생 고양이에다 한번도 새끼를 낳아보지 못하고 중성화 수술을 받았지만 어미의 지극한 모성애를 그대로 닮았습니다. 초전이의 보살핌을 받은 많은 아기 고양이들이 좋은 곳으로 입양갈 수 있었습니다. 초전이는 현재 야생 장애 고양이의 처지에 공감하시고 가족이 되어 주실 분의 입양 신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미 없는 새끼들을 자발적으로 보살피는데 능숙한 초전이. 강한 모성애를 어미로부터 물려받은 듯 하다.

 

이 글을 보시고 길고양이들을 그저 귀찮고 성가신 집합적 관리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조금이라도 교정되기를,


또한 고양이를 키우다 손쉽게 죄책감 없이 거리로 방출하는 몰인정한 행위에 대한 반성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댓글 1

김지현 2018-04-28 22:12

좋은 나날만 보내길..기도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