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길생활를 보여주듯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던 길고양이 '봄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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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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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조

저는 세 발 장애를 가지고 안락사를 기다렸던 유기견 ‘기쁨’ 이를 만나 삶이 더욱 풍성하고 행복해진 반려인입니다. 동네 길고양이들과 서울 숲 고양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이쁜 녀석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던 중 돌봐주던 길고양이 ‘봄’이의 구조를 더 늦출 수 없어서 생애 처음으로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구조도 성공하고 치료도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뻤지만, 생각보다 이렇게 큰 액수의 치료비가 나올지 몰랐습니다. 고민하던 중 카라의 프로그램에 지원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시민구조치료지원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봄이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봄이었습니다. 무용실 건물 뒤편에 오른쪽 귀가 전혀 없고 눈이 사시인 장애묘 치즈냥이가 서성대는 걸 보았습니다. 길고양이인데 장애까지 있다니... 저희집 ‘기쁨’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고단할지 짠한 마음이 앞섰지만 그래도 건강한 모습이라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몇 달 후 다시 만난 봄이는 제가 일하는 무용실 근처에 ‘깜냥이’가 사는 집주변이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6년째 돌보는 길고양이, ‘깜냥이’도 손은 타지 않았지만, 새끼 고양이 시절부터 케어 해왔고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봄이는 깜냥이 집으로 와서 종종 밥을 먹고 가고 했는데 어느 날부터 아예 눌러앉더니 두 녀석은 결국 한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오가며 햇살 좋은 날에 둘이 함께 햇볕을 쬐며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참 흐뭇했습니다. 그래, 너에게도 봄이 오겠구나 싶어 ‘봄’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그런데 최근 봄이가 급격히 살이 빠지면서 털이 굳고 엉망이 되어갔습니다. 침을 줄줄 흘리며 사료 주변으로 침이 흥건하고 사료는 거의 먹지 못하였고, 습식사료는 먹으면서 너무나 괴로워했습니다. 구내염이 의심되어 항생제와 구내염약을 주위에 얻어서 가끔 먹이긴 했는데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구조의 경험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렇게 몇 개월을 마음 졸이며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올겨울부터는 집 안팎으로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봄이는 설사를 하기 시작했고 갑자기 증세가 심해지면서 활동성도 점점 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봄이는 깜냥이와 한집에서 사는데 깜냥이 털에도 온통 변이 묻어 이러다간 구내염뿐만 아니라 장염 모두 옮길 것 같아 구조를 결정하였고 다행히 무사히 구조에 성공하여 이후 동물병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2. 치료과정

봄이는 구조하여 3주간 집중치료를 받았습니다. 구내염 때문에 입안치료를 시작했는데 봄이의 이빨은 거의 다 부러져있다는 X-ray 결과를 보았습니다. 길 위의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지... 그 힘들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부러져있지만 길고양이이기에 송곳니만 남겨두고 전체 발치 수술을 했습니다. 

발치 수술은 잘 끝났지만 봄이는 구내염뿐만 아니라 구개염이 있어 이는 음식을 삼킬 때마다 통증이 유발되었습니다. 잘 먹으면서 버텨야 하는데 손을 타지 않는 봄이는 병원의 공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통증과 두려움으로 인해 일주일 동안 아예 음식을 먹지 않아 구조한 날부터 일주일 사이에 1kg 가까이 살이 빠지게 매우 주의를 필요로 하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가 좋아하던 닭과 간식, 핫팩들을 챙겨주며 응원을 했지만 결국 코를 통해 강제급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액과 항생제 치료를 지속해서 받고 강제급여를 시작한 4~5일 이후 새벽부터는 다행히 스스로 밥을 먹기 시작해 코 줄은 제거했지만, 설사가 멈추지 않아 수액을 유지하며 계속 치료를 더 받았습니다. 봄이는 첫 혈액검사 결과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기타 위중한 3가지 질병에 걸려있어 치료받았고 퇴원 전까지는 항생제와 수액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3. 앞으로의 계획

집고양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주사로 구개염과 구내염을 치료할 수 있지만, 길고양이인 봄이는 주사 대신 약물로 치료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방사 예정이었지만 아직 설사가 완전히 멈추지 않아 우선 퇴원하면 제가 케어하면서 면역력을 기르고 집에서 임시보호를 한 후 다시 원래 거주지로 방사하고자 합니다. 보호하는동안 혹시 집에 적응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입양도 고려해 보고자 하나 손타지 않았던 2년간의 시기를 고려할 때 아마 방사쪽으로 결정될 듯합니다. 

봄이에게 봄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카라의 이런 감동적이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어 아마도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이번 계기로 카라와의 인연이 2013년부터라는 걸 알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더 후원하고 싶습니다. 주변 지인들의 가입도 적극 권유하고 가족들의 가입도 시작하였습니다. 길 위의 아이들, 위기의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는 단체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표합니다. 고맙습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봄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험난한 길생활을 보여주듯 봄이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좋지 않았습니다. 힘겹고 험난했던 지난 길생활은 모두 잊고 건강을 되찾은 봄이가 함께 지내는 고양이들과 행복한 묘생을 보내기를 바라며, 봄이의 앞날은 따스한 봄날의 꽃처럼 활짝 피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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