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가 좋지 않아 며칠을 넘기기 힘들다던 길고양이 '삼색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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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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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삼색이는 조용히 밥을 먹고 가던 친구였습니다. 경계심이 심해서 사람들이 다가가면 피하곤 했는데, 추워진 날에는 밥을 먹고 나서 길고양이 집에 가끔 들어가서 쉬고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갑자기 유난히 컨디션이 안 좋아서 눈도 잘 못 뜨고, 입 주변에 무언가가 묻어있는 것이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그러던 오전에 작업실 1층에 나와 있는 친구가 2층 테라스에서 떨어지는 삼색이를 발견하였습니다. 여전히 경계심은 있었지만 이미 힘이 너무 빠져버린 상태라 담요로 덮어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갈 수 있었습니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찰해보니 선천적으로 간과 신장이 좋지 않고, 허피스가 많이 심해서 며칠을 넘기기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작업실 친구들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며칠 동안 밥만 안 먹을 뿐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2~3일에 한 번씩 동물병원에 가서 삼색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아지기만을 바라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작업실 친구 중 한 명이 큰 용기를 내어 입양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계속 밥을 먹지 않고, 수치가 좋아지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복막염이 의심된다고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8주 동안의 복막염 치료는 처음에 들었을 때는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금액이라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때에, 동물병원에 계신 분이 이전에 구조했던 고양이가 복막염약을 투약받은 후에 금방 회복했던 케이스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저희도 도전해보자고 마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어 중국에서 복막염약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때였습니다. 겨우 약 2병을 구했고 2주 넘게 밥을 먹지 않던 삼색이는 스테로이드 치료와 복막염 약치료를 통해 밥을 먹기 시작했고, 얼굴도 몰라보게 깨끗해져 갔습니다.


이제는 퇴원을 곧 앞두고 있고, 밥 잘 먹고 회복하면 더 예쁜 이름과 함께 작업실 친구의 서울살이를 함께 할 예정입니다. 삼색이가 2층에서 떨어질 때 사람이 바로 옆에 있었던 것도, 이렇게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도, 모두 삼색이가 다시 살아날 운명이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삼색이는 작업실 작은 방 한켠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자주 드나들지 않아서인지, 이제는 낮에도 밥을 꽤 비워놓고 있습니다. 약을 주사기로 주기에는 삼색이가 경계가 너무 심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식욕이 좋아서인지 캔 사료에 약을 섞어주면 아주 잘 먹고 있어요.

배변 패드에 화장실을 보고 있는데, 어제 전화로 조금 더 큰 케이지에 연결해서 모래 테스트해보라고 하셔서 케이지를 하나 더 주문했습니다. 계속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게 좀 좁아 보이기도 했는데 큰 케이지 생기면 좀 더 움직이는 영역이 넓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 지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같이 삼색이를 지켜본 작업실 식구들 모두 너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아픈 길 아이의 회복을 지켜보는 게 저희에게도 큰 기쁨이었어요.:)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삼색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사경을 헤메이던 삼색이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해주신 덕분에 삼색이가 잘견뎌내고 일어날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서울살이에 잘 적응해서 제2의 묘생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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