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저일 거예요...' 모든 걸 체념했던 개, 이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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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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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는 지난여름, 경기도 고양시 용두동 도살장에서 구조되었습니다.

활동가들이 용두동 도살장을 급습했을 때, 도살자는 뜬장에서 도사견 한 마리를 끌어내어 개의 입에 전기 쇠꼬챙이를 물린 직후였고, 활동가들은 전기에 감전되어 쓰러진 도사견을 들쳐 안고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CPR 등 할 수 있는 모든 응급처치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개는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카라는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로, 그 개에게 ‘천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이는 그날 세상을 떠난 천상이 옆 뜬장에 엎드려있었습니다.



용두동 도살장에는 흡사 개 농장처럼 뜬장이 두 줄로 늘어서 있었고, 도사견‧그레이트데인과 같은 대형견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낯선 활동가들이 들어서자 어떤 개들은 두려움에 떨며 더 구석으로 웅크려 숨어 들었고, 어떤 개들은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활동가들을 이리저리 살폈습니다. 하지만 이이는 마치 모든 것을 체념했다는 듯이 뜬 장 안에서 웅크린 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천상이가 끌려나가 도살되는 것을 보며 다음 차례는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구조 후 실시한 검진에서 지알디아 감염, 뜬장 생활로 인한 피부감염 등이 발견되었고 눈 주위 근육이 안구 쪽으로 밀려있어 안검 내반 교정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힘든 치료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이이는 짜증 한번 내지 않는 순박한 성품을 지닌 개였습니다.

치료가 끝나고  용두동 도살장 에서 다른 옆 칸에 갇혀 지내던 ‘데인’이 와도 만났습니다. 살아서 다시 만나게 된 데인과 이이는 마치 서로의 안부를 묻듯 냄새를 확인하며 감동스러운 상봉의 시간도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