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저해하는 체험형 실내동물원의 실태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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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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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날 온가족이 놀러갈 장소로 단연 인기있는 방문지는 바로 동물원입니다. 동물원들은 동물들과의 교감, 동물들의 생태를 알 수 있는 교육 효과 등을 꼽으며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그러나 대다수 동물원의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 중에서도 실내동물원은 그 태생부터 동물들의 습성에 맞는 기본적인 환경조차 갖출 수 없는 최악의 전시 형태입니다.

체험형 실내동물원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부적절한 전시 환경입니다. 실내동물원은 실내에 조성하는 동물원 특성상 기본적으로 충분치 못한 사육 시설의 면적은 물론이거니와 동물의 습성에 맞는 바닥재를 조성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실내동물원에서 단골로 전시되는 미어캣과 같이 땅굴을 파고 집단 생활을 하는 동물들을 위해 공동체 구성에 충분한 개체수를 사육할 면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땅굴도 팔 수 없습니다. 집단생활이 필수적인 종을 단독으로 사육하고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이외에도 관람객의 눈에 잘 보이고 더 쉽게 만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야생에서라면 낯선 존재 앞에서 당연하게 몸을 숨겼을 동물들을 위한 은신처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관람객과 동물 모두에게 위험한 무경계 근거리 전시, 무분별하게 동물과 사람의 접촉이 이뤄지는 환경 속에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한 공중보건적 문제 등 동물의 복지를 크게 저해하고 관람객에게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도 시설을 등록하려면 보유 생물에 대한 적정한 서식 환경 제공계획이 수립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런 전시 환경은 적정한 서식 환경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체험 프로그램에서 야기되는 문제들입니다. 동물이 타의에 의해 수많은 손길에 노출되는 것이 문제인 것은 물론이고, 하루 수십~수천명의 관람객들이 너도나도 먹이주기 체험용 먹이를 줄 때 동물들이 그것을 모두 적극적으로 받아먹는 모습을 연출하려면 최소한 개장 시간 동안은 동물들은 별도의 먹이를 제공 받지 못하고 굶주린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도적으로 동물에게 굶주림과 갈증을 느끼게 한다면 그것은 엄연한 동물 학대 행위입니다.

먹이주기 체험을 위해 사용하는 먹이 자체에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모든 동물들은 종과 서식

환경 등에 따라 그에 적합한 식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종에 무관하게 개체별로 저마다의 신체·건강 상태에 따라 섭취해야 하는 먹이의 종류와 비율, 양이 모두 다릅니다. 개체별로 하루 동안 섭취한 먹이의 양과 종류, 배설물의 상태 등이 면밀히 확인 및 기록되고 개체의 건강 관리의 주요한 자료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먹이주기 체험은 어떤 동물이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전혀 관찰 및 관리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기호도 높은 한두가지의 먹이만을 계속 주기 때문에 동물에게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동물원과 먹이주기 체험을 운영하는 동물원의 동물들은 한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동물원과 달리 체험 동물원의 동물들은 관람객이 가까이 오면 반사적으로 먹이 구멍 앞으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관람객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진 동물들은 체험용 먹이에 높은 의존성을 보입니다. 모든 동물들이 관람객의 손길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이러한 행태는 동물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 정립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실내동물원은 동물과 교감하고 생태를 배우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의 동물들은 본래의 습성이 조금도 충족되지 못한 채로 체험용 먹이에 길들여져 서서히 시들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어린이들에게 진정한 생명의 존엄성과 소중함을 가르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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