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떠돌다 올무에 걸려 심한 상처를 입은채 구조된 '보리'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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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3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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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10

길 위를 떠돌다 올무에 걸려 심한 상처를 입은채 구조된 #보리이야기




저희 부모님이 지내시는 곳은 경기도 인근의 시골마을입니다. 아주 한가한 시골은 아니지만 복잡한 시내도 아닌 곳이고요. 그래서 강아지들과 산책을 하다보면, 어느 집에 어떤 동물들이 있는지는 대강 알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 곳에 작년 어느 날인가 주인 모를, 보이지 않던 강아지(라 하기엔 다 자란 듯한)가 나타나서 동네를 여기저기 구경하며 다녔고, 그 때부터 어머니가 대문 밖에서 밥을 챙겨주셨습니다. 


저희가 데려와서 길러보려고도 하고, 특히 추운 겨울엔 따뜻하게 집도 마련해줬는데 그 곳에선 지내지도 않고, 도저히 잡히지가 않아서 그저 밥만 챙겨주셨죠. 저희가 기르던 다른 강아지들이 있어 산책하면 같이 산책도 하고 장난도 치며, 그 아이들과는 친하게 지냈는데 사람 손엔 정말 안 잡혔어요. 그렇게 꽤 지냈는데 갑자기 며칠 안 보이더니 목에 올무로 추정되는 철사를 달고 피와 고름이 잔뜩 고여서 나타났고, 놀란 어머니가 저희에게 연락을 하여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밝고 명랑하여 아파도 아픈 티도 별로 내지 않는 듯 보여 더 안타까웠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기존보다 이미 겁을 많이 먹은데다가 또 워낙 총명합니다. 그래서 쉽게 잡히지 않아 저희만의 힘으로는 며칠을 노력해봤지만 어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상처는 점점 더 곪아가고, 아이는 말라가는데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급한대로 동물병원에 상담을 해 지어 온 항생제를 매일 밥에 섞어 먹이며 상처가 더 곪는 것이라도 막아보려 했고, 그 사이 다시 여기저기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구조가 된 것입니다.


사연을 듣고 도움주시겠다는 구조자분들과 힘을 합쳐 며칠 째 시도해도 잡히지 않아, 저희가 최후 수단으로 병원에서 받은 안정제까지 먹였습니다. 건강이 걱정되었지만 어떻게든 구조해서 치료를 해야 했기 때문에, 약을 먹이고 아이가 조금 움직임이 느려져 다행히 그 때 구조가 된 것입니다. 


그 와중에 동네에 이 아이가 자기 개를 임신시켰다며, 떠돌이 개를 죽이겠다고 하는 아저씨까지 나타나면서 더 걱정이 되어 보초도 서고 그 아저씨를 설득도 하기도 했습니다. 구조과정에서 알았지만, 저희뿐만 아니라 언덕 너무 이웃 아주머니도 이 아이 밥을 챙겨 주셨고, 아이가 다친 후에 이 아주머니도 구조하기 위해 애를 쓰셨다고 합니다. 저희가 사는 곳이 아닌 주말마다 찾는 부모님 댁이어서 구조과정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좀 복잡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구조가 되었습니다.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카라의 도움으로 구조가 되어 무사히 치료를 마쳤습니다. 야생성이 있고, 워낙 자유롭게 지내던 녀석이라 걱정이 되긴 하지만, 최대한 아이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집안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올 봄 개나리가 필 적에 오래 전 구조하여 기르던 저희 숀(콜리 종)이 나이가 많이 들어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래서 숀의 빈자리를 느끼실 부모님이 보리(저희가 붙여준 이름)와 다정하게 잘 지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보리에게도 저희가 맘에 드는 가족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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