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대신 농장을!] 축산물 사육환경표시제, 반드시 시행되어야 합니다!

  • 카라
  • |
  • 2016-12-30 12:17
  • |
  • 3044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건강한 식사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밥상 위에 있는 달걀, 어디서 왔는지 알고 계신가요?

시장이나 마트 달걀 판매대에 가득가득 쌓여있는 달걀들. 저마다 자신을 사가라는 듯 그럴듯한 이름을 뽐냅니다. '목초를 먹은 닭이 낳은 달걀', '건강한 달걀', '특별한 사료를 먹은 닭이 낳은 달걀' 등등 다양한 이름을 보면 제법 건강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그래서 이 달걀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요?


현재 국내 산란계의 99%는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육되고 있습니다. 즉,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달걀은 비좁은 케이지에 갇혀 평생 알만 낳는 기계로 전락한 닭이 낳은 것입니다.

케이지가 종횡으로 층층이 쌓인 배터리 케이지에서는 보통 가로, 세로 50cm 한 칸에 암탉 6~8마리가 사육되고, 이 때 암탉 한 마리에게 주어진 공간은 A4용지의 2/3 크기입니다. 죄 없는 닭들은 단지 쉽고, 많고, 빠른 달걀수거를 위해 좁은 케이지에 갇혀 햇빛과 바람의 존재도 모른 채 극심한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식용란수집판매업의 영업자가 달걀을 포장할 때에는 최소 포장 단위에 제품명, 유통기한, 생산자명, 판매자명 및 소재지, 내용량, 기타 사항 등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표시해야 하는 내용 가운데 닭의 사육환경(배터리 케이지/평사(바닥)/방목 등)에 대한 것은 없습니다.

소비자가 축산물을 구매할 때 사육환경에 대한 정보 없이 브랜드나 이름, 제품이 주는 이미지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방사', '친환경', '자연', '건강', '목초' 등 제품의 이름만 봐서는 이 달걀을 낳은 닭이 어떻게 사육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케이지 안의 닭이 낳았는지, 초원을 뛰노는 닭이 낳았는지 구분이 안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제품의 이름이 주는 건강한 이미지로 인해 닭이 배터리 케이지에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몇몇 제품은 초원을 연상시키는 풀까지 그려져 있습니다.

닭의 사육방법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포장이 많다는 것은 그럴듯한 이름과 이미지에 속아 제품을 구매할 위험이 높다는 말입니다.


목초? 풀 먹고 자란 닭 아니야?


(헷갈리는 포장들... 케이지 사육으로 생산된 목초란의 경우 동물복지 인증 제품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럼 '목초를 먹은 닭'에서의 목초는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목초(牧草), 즉 풀을 떠올리실 텐데요. 여기서의 목초(木醋)는 나무를 숯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액체를 말합니다. 비위생적이고 고통스러운 배터리 케이지에 갇혀 있는 닭이 목초액이 첨가된 사료를 먹는다고 해서 그 닭을 건강한 닭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케이지 안의 닭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서로의 깃털을 쪼거나 공격하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 : 같은 종끼리 서로 공격하거나 잡아먹는 행동)'을 보입니다. 또한 평생을 좁은 자리에서 매 22시간마다 달걀을 낳기 때문에 달걀껍질로 칼슘을 과도하게 소진합니다. 이 때문에 어린나이부터 만성 골다공증에 시달리다 죽는 닭들도 있습니다.

케이지 사육환경에서의 닭은 면역력이 약해 전염병에 걸리기도 쉽습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배설물은 공기 중에 암모니아 농도를 증가시켜 폐렴 같은 호흡기 장애를 일으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분비를 증가시켜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평생을 배터리 케이지에 갇혀 사는 닭은 결코 건강할 수 없습니다.



사육환경 허위·과대 표시 금지 법안 발의


카라는 2015년 10월 1일 사육환경 표시제 도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https://www.ekara.org/activity/farm/read/6798)

그리고 지난 8월 24일, 축산물 사육환경을 속이는 등 허위·과대 표시나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은 이같은 내용의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개정안은 축산물의 사육방식에 대한 허위표시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받거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32조(허위표시 등의 금지)는 허위·과대·비방의 표시·광고 또는 과대포장을 금지하면서 그 대상을 '축산물의 명칭, 제조방법, 성분, 영양가, 원재료, 용도 및 품질과 그 포장과 축산물가공품이력추적관리'로 나열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현행 제32조의 제조방법에 '사육방식'도 포함시킨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가축의 사육방식에 대한 허위·과대광고를 금지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이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카라의 실제 사육환경과 다른 '방목' 포장 달걀 제소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답변은 '무혐의'였습니다.

공정거래위는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제소된 두 업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향후 문구나 이미지 사용에 신중하도록 '주의촉구' 결정을 내리는데 그쳤습니다. 이유인즉슨 '소비자는 달걀을 고를 때(포장에서 연상되는 사육환경보다는) 생산일자, 유통기한, 가격 등을 주요 요소로 보기 때문에 해당 달걀 팩킹은 소비자 오인성도 없었고 공정거래를 저해하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본 개정안이 통과되면 케이지에 가둬 키운 닭이 생산한 달걀을 판매할 때 초원에 풀어 키운 닭의 사진 등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우유나 치즈 등의 포장에도 실제 사육환경과 다른 경우, 방목한 소가 풀을 뜯는 등의 사진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는 축산물을 생산하는 가축 사육방식에 대한 허위·과대 표시나 광고 등을 근절하여 소비자 오인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축산물 유통 주체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최도자 의원이 발의한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안은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상태입니다.

카라는 본 법안이 꼭 통과되기를 바라며 사육환경 허위·과대 표시 금지뿐만 아니라 모든 축산물에 의무적으로 사육환경을 명시해야 하는 축산물 사육환경 표시제가 하루빨리 도입되길 바라봅니다.


다른 나라는 다른가요?


해외에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달걀 포장에 사육방식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호주에서는 의무적으로 닭의 사육방식을 알 수 있는 라벨링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케이지 등 사육환경뿐만 아니라 닭들이 야외 방목장을 이용할 수 있는지도 구분해서 표기합니다.


또한 실제로 방목하지 않았으면서 방목 포장으로 판매된 달걀에 대해 벌금을 물립니다. 달걀 사육환경에 있어 '방목'과 '배터리 케이지'를 구분함은 물론, '방목'과 '평사(바닥) 사육'도 구분하고 있습니다. 케이지 사육 달걀은 'Eggs From Caged Hens', 실내 평사(바닥) 사육은 'Barn Eggs', 야외 방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달걀은 'Free Range'로 포장에 표시됩니다. 케이지 또는 평사사육이면서 방목사육으로 위장함에 따른 소비자들의 오해와 공정거래 위해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일례로 호주 최대의 달걀 업체 중 하나인 Pirovic Enterprises는 2012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Free Range' 문구를 달걀 팩킹에 사용하고, 닭들이 탁 트인 초원에 있는 이미지를 쓴 혐의에 대해 호주 연방법원으로부터 20만 달러(한화 약 2억 6천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Pirovic Enterprises의 달걀 제품, 'Free Range'에서 'Cage Eggs'로 변경되었다)


이는 방목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달걀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피해를 야기한 점, 또한 이렇게 소비자를 빼앗긴 정직한 방목 달걀 경쟁사에도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점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사진 : 영국과 호주의 Free Range Eggs)




(영국은 이력관리를 위해 제품 포장뿐만 아니라 달걀 껍질에도 사육방법을 표시한다. ⓒBritish Lion)


국제 농장동물보호단체인 CIWF(Compassion In World Farming)에 따르면 영국은 2004년부터 사육방법을 표기하는 라벨링 제도를 실시하면서 케이지 사육이 아닌 달걀의 판매량이 2003년 31%에서 2011년 51%로 증가했습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달걀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같은 축산물에도 사육방법을 표기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그 어떤 축산물에도 실제 사육환경을 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육환경 수수께끼'는 오히려 복잡한 인증마크 뒤로 숨겨져 해답을 얻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동물복지'나 '유기축산' 인증마크가 붙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들 농장에서는 최소한 닭을 케이지에서 키우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홍보 부족 때문인지 동물복지 인증제를 아는 소비자도 드물지만, 동물복지 인증과 다른 인증(무항생제/HACCP 등)의 차이를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항생제나 HACCP 인증은 사육환경과 하등 관계가 없으며, 배터리 케이지 사육환경이면서 무항생제나 HACCP 인증을 받은 농장은 매우 많습니다.

즉, 인증마크만으로는 농장동물들이 어떻게 사육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축산물에 사육방법을 표시하는 제도는 매우 필요합니다.



현행 축산물 인증이 궁금하시다면?(클릭)



축산물 사육방법의 표시는 건강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며, 나아가 농장동물들의 복지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나온 축산물을 원할수록 농장동물들의 처우는 좋아집니다.

작은 움직임과 노력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카라는 인간의 이익만을 위해 생명으로 대우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있는 수많은 농장동물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카라의 [공장 대신 농장을!] 캠페인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공장 대신 농장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팀-





▼▼▼

공장식 축산 철폐를 위한 서명하기(클릭!)

▲▲▲


댓글 1

강석민 2017-01-23 22:03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닭들이 점차 풀밭으로 나올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