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를 견디기 힘들었는지, 처음 본 순간 품에 안긴 7개월 길고양이 수리 이야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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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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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서울에 개나리가 핀다고 합니다. 햇살이 따스한 낮에는 반팔 차림으로 길을 거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겨울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추웠습니다. 수리를 길에서 처음 만난 건 한 해의 가장 추운 때라던 1월 20일, 대한이었습니다.
평소 집 앞에 세워 둔 차 밑에 길고양이들의 밥을 놓아 주는데, 그날 처음 보는 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나 몸을 부비며, 제 집사를 만난 듯 격하게 애교를 부렸습니다.  그러더니 화단에 있는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물고 와, 놀라달라는 듯이 제 앞에 놓더군요. 추운 겨울밤, 집 앞 골목에 쭈구려 앉아 이 애교쟁이 고양이와 한참을 놀았습니다.  놀다가 허기를 느꼈는지, 그제서야 밥을 먹기 시작하더군요.

길냥이들에게 밥과 물을 챙겨 준 지 10년째가 되어 가지만, 이렇게 애교 많은 녀석을 만난 건 처음입니다. 그래서 호기심에 집을 나왔거니... 분명히 이 녀석을 찾는 가족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며칠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동네 전봇대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애교쟁이 고양이는 그날 이후로도 제가 차 밑에 밥을 밀어 넣어주려 나가면 어딘가에서 뛰어나와 부비고 안기고 뒹구는 것이었습니다.
매서운 추위가 아직은 어려 보이는 고양이에게 너무도 가혹할 듯하여, 구조를 결심한 후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검사와 치료,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수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백번도 넘게 부르고 또 불러 주었습니다.


집에는 이미 2살이 된 고양이 포리가 지내고 있었기에, 귓속 진드기와 결막염을 치료하고, 중성화 수술과 1차 종합백신을 마치고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포리가 새로 생긴 여동생 수리와 잘 지낼 수 있을지 무척 걱정을 했지만, 성격 좋은 포리는 놀라운 포용력으로 수리를 기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수리는 그동안 길에서 만났던 덩치 큰 다른 길냥이들이 위협적인 존재였던지, 포리가 다가오면 무서운지 배를 보이면서도 비명을 지르고 하악질을 해대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3일 정도가 지나니, 이 오빠가 나를 헤치려고 그러는 게 아니고 같이 놀자고 하는 걸 알았는지 금세 적응해서 같이 우다다도 하고 레슬링도 하고 심지어 그루밍도 해주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길에서 만났을 때 꾀죄죄한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새하얀 털에 윤기가 흐릅니다. 둘이서 사이좋게 놀고 물고 빨고 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수리는 처음부터 동물의 본능으로 이 모든 걸 직감하고, 처음 본 순간부터 제게 안겼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동물과의 인연은 참으로 묘하고,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제 인생의 네 번째 고양이 수리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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