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집을 빼앗기고 피를 흘리던 보담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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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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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3마리 아픈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집사입니다. 아픈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저는 길에서 길냥이들을 볼 때마다 모두 케어해 줄수 없어 더 마음이 아픕니다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같은 마음이실 겁니다. 

동네 고양이 밥자리를 해주고 있어서 동네분들이 절 알고 있던지라 제가 밥주는 곳 말고 다른 곳에 아픈 아이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입을 털고 손으로 계속 치는 행동을 반복, 턱도 축축해서 밥을 잘 못먹는 상태였습니다. 곧 겨울이 되니 아가가 사는 곳에 집을 해주었는데 계속 힘센 고양이들에게 집을 뺏기는 터라 마지막 집자리는 아파트 화단이였는데요, 제가 화단에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하니 싫으셨나봅니다. 민원이 많아서 계속 싸우게 되었고, 구조를 위해 구청에 문의했으나 덫이1개뿐이고 그것도 빌려가서 언제 돌려받을지 모른다 하였습니다.  저희 구는 고양이 지원은 중성화 수술뿐이다 하셔서 혼자 구조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걱정했던 건 아이에 치료만큼 치료비가 부담되는 것도 한 몫 했기 때문입니다. 수입이 그렇게 좋지도 매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치료비를 걱정하지 않을수 없는 생활입니다. 

아이를 구조하기로 맘먹었고 박스와 테이프를 들고 나가서 아이를 보니 입에서 피가 나고 있더군요. 아파트 주차장이다 보니 계속 자동차 밑으로 숨는 아이의 구조를 혼자 3일간 하면서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고양이를 당장 치워라, 밥 주지 마라, 라고 하시는 분들이 야속해서 “치료를 해야 아이가 다른 곳으로 갑니다, 영역동물이라 다른 곳으로 가기 힘듭니다 치료는 내가 할 테니 구조만 도와주십시오“라고 했지만 외면하기 일수였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구조 실패로 며칠 안보이다 새벽에 찾아가보니 주차장 한가운데 쪼그리고 있는 아이를 보자마자 바로 집으로 데리고 왔고 구내염 판정을 받았습니다. 급한 발치수술부터 바로 시작했고, 한 달이 지난 후에는 예전에 심하게 털던 행동도 많이 좋아진 상태이고 완치가 힘들다는 구내염 치료제도 처방받아 먹이고 있습니다. 길냥이들에 밥을 주면서 작은 상처는 치료해 준 적 있지만 이렇게 대수술을 해준 적이 없어서 공부도 많이 했고 이 병 때문에 아이들이 아파 굶어 죽는다는 이야기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아픈 상태라 입양은 힘들어 저희가 보호하고 있으며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을시 저희가 키우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추운 겨울을 아픈 아이를 방사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완치가 안되었기 때문에 계속 치료중에 있습니다. 이 아이가 골골송을 부르고 제품에 안겨 꾹꾹이를 하는날을 꿈꾸며 하루하루 치료하고 있습니다. 길생활이 힘들었지만 혹시 모를 나쁜 병이 생겨 내일 떠난다 하더라도 온전히 자기편이 있었다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바라는 전부입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 계획]

발치를 해서 예전보다 잘 먹고는 있는데 구내염은 완치가 어렵다는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정말 난감했습니다. 구내염 치료를 위해 여러 방법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구내염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쓰면 간에 무리가 심하게 가기 때문에 전 이 방법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구내염 치료제를 병원에서 제조해서 지금 먹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직 아픈 아이라 방사는 힘들고 저도 방사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애초에 방사를 할 거였으면 데리고 오지도 않을테니까요. 지금 아픈 고양이 3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조금 힘들지만 제가 케어해야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가끔 집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원래 있던 아이들과 싸움에 문제도 없어 나름 잘 적응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할 준비가 없던 3마리냥은 조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긴 하나 꽤 문제없이 적응중입니다.


[최근 소식]

보담이는 아직 개냥이처럼 달라붙어서 애교를 부리지는 않지만, 다리를 쭈욱 펴고 기지개를 핀다든지 가끔 배를 보이고 잘 때가 많아졌어요. 입이 아파서 못먹던 밥도 잘먹게 되었고 발치 전에 안먹던  물도 스스로 먹기 시작했어요.

몸무게도 3키로 초반에서 4키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픈 몸으로 쉴 곳도 빼앗겨 방황하던 보담이의 구조과정이 쉽지 않았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구조해주시고 치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담이가 다시 거리로 돌아간다면 적응이 쉽지 않았을텐데 가족으로 품어주셨으니 이제 보담이는 마음 놓고 지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보담이의 꽃길 묘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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