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해 도로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던 길고양이 '장수'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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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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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에 살고 있는 저희 부부는 시어머님과 함께 경기도 일산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 풍산역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발견 당시 고양이는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도로에서 인도로 올라가지 못하고 연석에 기댄 채 공포에 떨며 울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발견하자마자 “구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고양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가가는 저를 극도로 경계하며 저와의 거리가 좁혀지자 인도로 올라가지 못하고 1차선 도로에 신호 대기 중인 자동차 아래로 뒷발을 질질 끌며 들어가 버렸습니다. 자동차 아래로 도망간 고양이의 위치를 확인한 후 고양이가 들어간 자동차 주인에게 고양이를 안전하게 구조할 때까지 자동차를 움직이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고양이는 공포에 질려있었습니다. 저 역시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거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황한 제 곁에 어느덧 10분이 넘는 주민들이 모여 계셨습니다. 고양이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어떻게 구조해야 하는지 등 함께 걱정하고 고양이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함께 있어주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우선 우산으로 고양이를 유인해 쇼핑백으로 구조하려 했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우리를 경계하고 빠르게 2차선 도로로 도망을 갔습니다. 도로는 고양이 구조를 위해 꽉 막혀버렸습니다. 고양이가 더 움직이면 2차 피해가 있을 것 같아 더욱 적극적으로 고양이를 유인했지만 고양이는 반대편 차선으로 뒷발을 질질 끌며 도망을 갔습니다. 때마침 좌회전 신호가 바뀌어 차량이 움직이던 찰라여서 저는 달려오는 자동차를 막기 위해 고양이와 함께 반대 차선으로 달렸습니다. 다행히 달려오는 차량은 멈춰 섰고 2차 피해 없이 고양이를 반대편 차선에서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구조 후 바로 일산에 위치한 동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동물병원 원장님은 사람 손을 타지 않아 경계심이 강한 고양이를 우선 마취하고 고양이의 상태를 유관으로 살펴보셨습니다. 고양이의 나이는 8살(추정), 수컷이며 교통사고가 난 것 같고 허리가 심하게 다친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고양이의 경우 후지 마비와 함께 평생 대소변을 스스로 가리지 못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조 당시 고양이가 흘렸던 피는 가벼운 찰과상이었습니다.

우선 X-ray를 촬영하여 고양이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고양이는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게 맞았습니다. 허리가 골절되었고 그로 인해 신경이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고양이는 사고 후 허리 수술을 받고 입원을 했습니다. 입원 후 1주일간 대변을 보지 못했고 혈뇨를 보는 상황이었습니다. 교통사고와 별개로 고양이는 방광이 심하게 부어있었고 방광벽이 다른 고양이에 비해 약 5배 정도 두꺼워져 있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수술 치료 외에 방광 치료도 함께 병행 중에 있습니다.


장수는 현재 구조자인 저희 집으로 입양, 보호 중입니다. 입양 첫날 집에 있는 다른 2마리의 고양이들과 심한 신경전 없이 조금씩 안정을 취하였으나 대소변을 마음대로 놓지 못해 패드와 바닥에 대소변을 묻히는 걸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장수는 후지 마비로 압박 배뇨를 일 3회 실시했습니다. 그러던 중 심한 구토와 혈뇨를 누고 배가 평소보다 부어서 병원에 내원하였습니다. 장수는 급성 신부전증과 방광이 터졌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시 1주일 정도 입원을 하였습니다.


방광이 터져 방광 봉합 수술을 해야 했지만 장수는 이미 큰 수술을 받은 상태였고 염증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40배 이상 높아 수술보다는 약을 복용하며 방광이 스스로 붙길 기대하였습니다. 다행히 장수는 입원하는 동안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고 퇴원 후에도 구토 증상도 없고 소변 색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염증수치를 낮추는 주사를 맞고 방광도 자연적으로 붙어 급성신부전증도 완전히 회복 된 상태입니다.


장수는 입원 전보다 순화가 더 되었습니다. 뒤집기도 하려고 하고 다만 뒷발이 불편해 완전히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만져주기만 해도 골골송을 불러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희집을 완전히 안전한 곳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다른 두 고양이에 대한 경계로 숨숨집에서 나오길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수는 아직 저희집 작은 방에서만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처럼 저희 집 앞 나무를 보면 좋겠고 새소리를 듣고 저희와 함께 놀기를 바라지만 장수의 속도로 함께 가려고 합니다. 방묘문을 종종 열어두면 (장수 곁에 제가 있을 때만요) 저희집 고양이 두 마리가 장수방으로 들어오곤 하는데 세 고양이 모두 하악질 한 번 하지 않고 약간의 경계와 약간의 신음 소리만 낼 뿐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고양이 세 마리가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게 지낼 거라 믿고 있습니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장수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급박한 상황속에서 장수를 구조하기 위해 애써주신 구조자님과 더불어 시민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힘겨운 수술과 치료를 잘 마친 장수가 이제는 위험천만한 거리의 삶이 아닌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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