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쓰러저 움직이지 못한채로 구조된 길고양이 '카레'

  • 카라
  • |
  • 2019-10-08 16:44
  • |
  • 1671
거리에서 쓰러저 움직이지 못한채로 구조된 길고양이 '카레'





카레는 3년이 넘게 밥을 챙겨주고 있는 고양이입니다. 수컷이라 발정이 난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 3년 가까이의 시간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늘 그 자리에 나타나서 밥을 먹으러 나타나는 아이었습니다. 작년 겨울 쯤 지독한 허피스를 앓은 적이 있어서 약도 챙겨줬었고, 손을 안타서 약을 제대로 자주 먹진 못하였지만 평소에 밥을 잘 먹어서인지 자연적으로 치유한 건강한 아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동네 식당을 운영하시는 아저씨께서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를 못 쓰는 고양이가 있어서 가망이 없어 보여 동물보호소에 연락을 하셨고, 그래서 동물보호센터 분들이 오셔서 데려가신다는 겁니다. 지나가는 길에 보니 케이지에 있는 아이는 다름 아닌 제가 3년간 밥을 주고 보살펴 오던 카레였고, 아이는 정말 후지불능상태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공무수행 중이신 그분들께서 일단 데려가셔야 한다는 말씀에 저와 또 다른 캣맘 친구는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통사고로 후지 불능인 길고양이, 보호소에 가면 단연 안락사 1순위일 것으로 예상이 되었습니다. 카레가 보호소로 인계되는 것을 본 후 저와 캣맘 친구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로 보호소에서 낯선 분들에게 안락사(물론 아이를 위한 일인 것을 압니다)를 당할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차오르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성격이 애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손도 타지 않아 3년간 제대로 한번 만져보지도 못한 아이지만, 그 시간동안의 쌓인 정 때문인지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결국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더라도 3년간 밥을 먹여준 우리 품에서, 우리가 보는 앞에서 떠나게 해주는 것이 카레를 위한 길인 것 같았습니다.

결국 보호소에 연락을 드렸고, 데리러 갔습니다. 보호소 분들께서 아이가 다리를 아예 못쓰는 것 같고 애가 기운도 없어 보여 사실상 가망이 없어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엑스레이를 꼭 찍어보고, 그 뒤를 생각하고 싶어서 평소에 다니던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다리가 이상하다는 말에 일단 교통사고로 인한 후지불능 또는 HCM(심장비대증)을 예상하셨습니다. 그런데 엑스레이 결과, 외상이 없는 것 뿐 아니라(의아하게도 교통사고라고 하기엔 피나 상처가 없긴 했습니다) 골절도, 장기손상도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예상 못한 한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엑스레이 상 카레의 방광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습니다. 방광염으로 인한 방광 비대, 그리고 그로 인한 신부전이 예상된다고 하셨습니다. 신부전은 집에서 기르는 집고양이가 아닌 이상 꾸준히 돌봐줄 수가 없는 길고양이이기 때문에, 저와 친구에게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신 후 초음파와 혈액검사로 확진을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만약 신부전이 많이 진행된 상황이라면, 수술이 필요하고, 그 후 처치 등 여러 가지의 상황이 고려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돈 걱정은 뒷전으로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심장이상으로 인한 후지불능과 신장 이상으로 인한 내장문제 등등이 예상되었습니다. 결론은, 심장과 신장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심장 크기도 정상이었고, 신장수치도 정상이었으며, 며칠 밥을 잘 먹지 못해 간수치가 조금 높은 것 빼곤 정상인 것이었습니다. 다만 초음파상으로 보이는 카레의 방광은 심각했습니다. 너무 많은 양의 소변이 배출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겁니다.

결국 카레는 건강한 아이었으나 최근에 원인 모를 스트레스로 방광염 증상이 생겼고, 이것이 특발성 방광염으로 진행되었으며, 꽉 찬 소변으로 인한 복부통증이 심해져서 결국 몇일 간 걷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아랫배가 너무 아파서 못 걸었던 것이죠.



선생님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오래된 것 같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더 늦게 발견하였더라면 요로 결석이 심해졌을 것이고, 특발성 방광염의 경우 정말 심하면 몇일 내에 사망하는 아이들도 있다면서요. 우려했던 심장과 신장의 문제가 아니었지만, 카레의 방광 상태가 심각하여 일단 입원조치를 부탁드렸고, 수액과 카데타 시술, 요로세척 등 카레에게 필요한 모든 치료를 부탁드렸습니다. 

카데타 관을 삽입하여 소변을 배출시키는데 그 소변의 양이 엄청났습니다. 소변이 배출이 안돼서 얼마나 괴롭고 아팠을까요. 너무 마음이 아팠고 최근 몇일 길아이들 밥을 챙겨줄 때 카레가 보이지 않긴 했으나 또 발정이 왔나보다 하고 넘어갔던 제 자신이 너무 미웠습니다. 오늘 제가 그 식당 앞을 지나가지 않았다면, 혹시나 하고 케이지를 보지 않았다면, 그 안에 누워있는 카레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카레가 꽉 찬 아픈 방광을 안고 보호소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을 거란 생각에, 정말 너무나도 가슴이 미어지고 미안했습니다.

카데타 시술을 몇일 더 진행하고, 소변을 스스로 잘 싸는 것을 확인하고, 밥을 다시 잘 먹는지 여부와 다시 서서 걸어다니는지 등을 체크한 뒤 퇴원을 하였습니다. 손을 워낙 타지 않는 아이라 늘 지내던 저희 집 앞 동네 길목에 방사를 해주었습니다. 추후 카레의 방광 건강을 위해 치료해주신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거나 방광염 영양제 등을 같이 넣어서 밥을 챙겨주며 더욱 더 열심히 보살펴줄 계획입니다. 아, 그리고 중성화가 되어 있지 않은 아이라 중성화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동물병원에서 방광염은 재발을 조심해야 한다며 자주 캔사료와 먹이라며 약도 처방해주셔서 사료사이에 몰래 캡슐로 주고 있구요. 방광염보조제도 사료줄때마다 뿌려주는데 아주 잘 먹고 이전보다 물도 잘 먹습니다! 이전처럼 우렁찬 소리를 내고 다니기도 해요^^ 원래 길목에서 대장노릇하며 저렇게 크게 울던 아이었는데 원래모습 찾은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ㅠㅠ 카레 매일 나타나서 밥 기다렸다가 한 그릇 다비우고 가곤해요!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의 정기후원금이 다른 길천사들에게 항상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길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카레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다행히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치료를 받고 다시 건강해져서 거리로 돌아간 카레가 예전처럼 우렁찬 목소리를 내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적극적으로 구조해주시고 치료해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영역으로 다시 돌아가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기를 늘 바라겠습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