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겨울철 화재로 생명 소실되는 ‘축사’ 감금 동물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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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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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화재로 화재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꽁꽁 밀폐된 축산공장에서 죽어가는 동물의 고통은 도외시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제주의 한 양돈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어미돼지 430여 마리와 어린 돼지 2,370여 마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새벽 3시 반경 불이 나서 화재 진압으로 꺼지기까지 불과 1시간여 만에 어미돼지, 아기돼지, 젖먹이돼지 등 무려 2,800여 마리가 한순간 불에 타 떼죽음 당한 것입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이번 겨울에만 전국 양돈장 99곳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통계 수치로 드러나는 인명피해와 재산피해와 달리 동물의 피해는 별도 집계조차 되지 않으며, 동물이 얼마나 타죽었든 무관하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다고 안도합니다.

 


매년 잇따르는 겨울철 축사 화재로 인한 동물 몰살은 열악한 공장식 사육환경에서 기인합니다. 현재 한 농장에서만 수백, 수천 마리 돼지들이 거대한 건물 내 창문 하나 열리지 않은 닫힌 공간에서 밀집, 밀폐된 채 사육되고 있습니다. 환기가 되지 않아 내부에 쌓이는 먼지와 습기로 인한 전기적 요인 또는 난방을 위한 보온등이 과열하며 발생한 작은 불씨만으로 축사 내 감금된 무수한 농장동물은 일시에 목숨을 빼앗깁니다.


 


법적, 제도적으로도 농장동물을 위한 소방안전 대책은 미흡한 실정입니다. 축사 내부에 갇혀 전혀 도망칠 수 없는 농장동물을 위해서는 불을 감지하고 끌 수 있는 화재경보기,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설비 설치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현행 소방시설법 시행령은 스프링클러설비 설치를 요하는 건물로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등을 명시하며 축사 내 설치 의무가 없습니다.

 

또한, 화재 발생 시 농장동물의 생명 보호를 위한 축산업허가자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과 재해예방 매뉴얼도 전무합니다. 사람을 위한 시설에서 소방설비 설치와 사업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공고히 하는 것과는 지극히 대조적입니다. 이는 농장동물을 생명이기 보다 상품으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인식의 잔혹한 단면을 엿보게 합니다.


 


카라가 해당 농장 조사를 갔을 때 온통 시커먼 화재의 잔해 속에서 거대한 크레인이 처참한 화마 속에서 타버린 돼지 스톨을 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이 안에 평생 갇혀있던 어미돼지와 태어나자마자 상품으로 간주되다 죽어간 아기돼지들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불에 탄 돼지 농장 인근에는 2층 축사를 비롯 기괴할 정도로 거대한 대형 돼지 공장들이 여기저기 철옹성처럼 공고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모두 불이 나면 꼼짝없이 그 안의 동물들을 죽을 수밖에 없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