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을 찾게 된 다섯 마리 유기동물들의 이야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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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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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발견된 유기견 '짜장이'] 


구조자분이 처음 강아지 ‘짜장이’를 보았을 때, 짜장이는 이미 주인이 있는 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짜장이 특유의 쾌활함과 사람을 무척 좋아하는 성격 탓에, 당연히 주인이 있는 줄 알았으나, 계속 거리를 배회하고 있던 짜장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던 짜장이의 모습)


위험한 거리를 계속해서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던 짜장이를 보며 구조자분은 짜장이가 사고가 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했고, 마땅히 갈 곳도 임시보호할 곳도 없었던 터라 구조자분께서는 짜장이를 유기견을 찾아주는 한 어플에 주인을 찾는다는 공고를 올린 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몇 주 후, 짜장이가 시보호소에 신고되어 들어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평소 구조자분을 잘 따르곤 했던 짜장이가 눈에 밟혀 공고 마감 전날, 짜장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오게 되었던 구조자분. 상태가 좋지 않았던 짜장이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병원에서 사상충 진단을 받고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짜장이는 큰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한 강아지는 아니었습니다. 


(수술 및 처치 후 회복 중인 짜장이)


짜장이는 중성화 수술과 심장사상충 치료를 병행했고, 중성화 수술이 끝난 후에는 부천에 있는 모 입양카페에서 위탁하며 임보 및 입양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조자분은 구조자로서 책임을 가지고 한 주에 두 번 정도 보호소를 방문하여 짜장이를 돌봐주고 있으며, 짜장이의 사상충 치료는 완치되어 예전과 같은 쾌활함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햇님이'] 


구조자분은 평소 길고양이 급식소에 밥을 챙겨주시던 케어테이커였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밥을 주러 갔다가, 작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그 고양이가 도망가던 찰나, 고양이의 다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더 열심히 도망가던 새끼고양이는, 한쪽 뒷다리가 까맣게 괴사된 것처럼 보였고 다리가 그냥 몸에 붙어있는 것처럼 달랑거렸다고 합니다. 오래 되어 보이는 상처였고, 그냥 두면 생명이 위급할 것 같아서 지인 중에 포획틀을 가지고 계신 분을 찾은 후, 급식소 자리에 포획틀을 설치해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구조 직후, 햇님이의 모습)


급히 24시간 운영을 하는 병원으로 이동을 했고, 당일 당직 선생님께서 기본 검진과 사진을 촬영해 주셨습니다. 고양이 ‘햇님이’의 상태는 보기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다리 안쪽은 고름이 가득 차 있고, 괴사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꼬리도 절단 및 괴사가 진행 되고 있었고, 절단 수술이 불가피 할 것 같다고 상담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담당 원장님께서 출근하셔서 상태를 확인하고 바로 절단 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까맣게 괴사되었던 햇님이의 다리)

(절단이 불가피해보였던 다리였습니다)


수술 이후 햇님이는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었습니다. 다리가 하나 없이 살아야 하는 탓에 방사는 힘들 것 같고, 치료가 완료되면 순치를 거듭해 입양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수술 후 입원하며 회복 중인 햇님이)


처음부터 사람 손을 타는 고양이는 아니었고 다친 다리 때문인지 예민해져 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는 햇님이. 구조자분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완치 후 좋은 가족을 찾아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또]


구조자분은 동네를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구토를 하며 힘없이 앉아있는 고양이를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한눈에 봐도 기운이 하나도 없고 계속해서 노란빛을 띄는 구토를 하고 있었던 ‘또또’. 딱한 마음에 고양이가 좋아할만한 간식을 사서 먹여보려고 입에 대주었지만 먹지 않았습니다. 간식을 두고 돌아서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며칠 전 집 화단에서도 본 적이 있던 고양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대로 외면하기에는 마음이 무거워서 동물병원에 가서 주사라도 한 대 맞으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 담요를 들고 고양이 구조를 시도했습니다. 


또또는 먹은 것도 없고, 매번 구토에 구토를 거듭하여 기운이 없이 축 늘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구조되었습니다. 그 길로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에 방문했습니다. 


(구조 직후 또또의 모습)

(처치 대기 중인 또또의 모습)


구조자분이 목격한 이야기를 병원측에 설명한 후 검사와 진찰을 받은 결과, 고양이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고 합니다. 방광에 배출되지 못한 소변이 가득이고 그로 인해 신장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상황, 그리고 배출되지 못해 무엇도 먹을 수 없어 극심한 영양실조로 한 시라도 늦었다면 사망했을 것이라는 진단이 있었습니다. 


구조자분은 꼭 ‘또또’가 위기를 견뎌내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매일 고양이를 면회하며 빨리 회복되기를 빌었고, 혈액검사 수치를 들을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 또또는 카테터 수술을 받고 입원치료를 했으며, 상태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구조자분의 집에서, 퇴원 후 회복 중인 또또의 모습)


이미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겼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여 다시 야생으로의 방사는 어렵다고 병원의 의견을 듣고 임시보호 등의 거처 고민을 하였으나, 구조와 치료 과정에서 또또와 정이 너무 많이 들었다 느낀 구조자분은, 퇴원 후에 또또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었고, 또또는 현재 구조자분의 집에서 함께 통원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비]


‘나비’는 매일 구조자분의 집 앞에 밥을 먹으러 오던 고양이였습니다.


몇 년 전 즈음 한 어미고양이가 새끼들을 낳고 떠났는데, 그때 미처 어미와 함께 떠나지 못한 고양이들 중 하나가 나비였습니다. 밥도 먹지 못하고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나비와 다른 고양이들을 돌보고 밥을 주며 생활하다보니, 구조자분과 나비의 유대는 더없이 끈끈했다고 합니다. 

나비는 암컷으로, 구청에서 구조자분이 직접 TNR신청을 하여 수술도 진행했고, 수술 후에는 구조자분의 집 창고 등에서 잠시 보호한 후 다시 방사할 정도로 애정이 많은 고양이였다고합니다.  


문제는 그 후부터였는데, 중성화하고 나서 나비의 상태가 좀 좋지 않을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수술해서 그렇겠거니 싶었지만 이후 밥을 먹으러 오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던 나비는, 그렇게 구조자분의 애를 태우며 반 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반 년만에 만난 나비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고 하고, 구조자분은 놀랜 나머지, 나비를 만나자마자 무작정 손에 들고 뛰어 동물병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구내염으로 인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던 나비의 모습)


나비는 구조자분과의 유대 덕분인지 그래도 순순히 옮겨졌으며, 병원 검사 결과 아주 심각한 구내염에 걸려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구내염 치료에는 돈도 많이 들고 하지만,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고 하는 한시적인 치료보다, 좀 더 근본적인 치료를 해주고 싶었던 구조자분은 그렇게 카라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나비는 병원 치료와 발치 이후 구내염에서 해방되었으며, 구조자분이 예전에 나비의 중성화수술을 진행하면서 보호하던 곳에서 일주일 넘게 보호받고 지내다가 방사되었습니다. 



지금 나비는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예전처럼 밥을 먹으러 찾아온다고 합니다.




[꼬순이]


구조자분이 회사로 향하던 길에, 차가 다니는 도로 한복판에 고양이 한 마리가 쓰러져 있는걸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그 고양이는 구조자분께서 퇴근길에 오가며 몇 번 마주친 적 있는 고양이였는데, 평소엔 사람을 경계하고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던 고양이였고 놀라서 가까이 다가가보니 턱에 고름 같은 것이 줄줄 흐르고 있었으며 한쪽 눈은 이물질이 잔뜩 끼어 뜨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처음엔 고양이가 미동이 없어 죽은 줄만 알았는데,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숨을 쉬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조심히 들어 안고 병원에 가려 했지만 아픈 몸으로도 낯선 사람에게 안기기 싫어 자꾸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합니다. 출근시간은 다가오고 그 몰골의 아이를 두고 갈 수는 없고, 한 시간여를 고민하다가 주위 식당 직원분의 도움으로 겨우 고양이를 케이지에 넣어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1차병원 퇴원 후 집에서 요양 중인 꼬순이)


처음 갔던 병원에서는 고양이의 구내염이 심각해서, 그대로 두면 영양실조로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일단 회사에 있을 시간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고, 구내염 때문에 영양실조가 심각해 링겔을 투여하고, 거의 뜨지 못하는 한 쪽 눈에는 소독 및 안약을 투여했습니다. 범백 및 기본 검사들도 실시하였습니다.


중간 쉬는 시간에 다시 병원에 가서 치료 경과를 보고 의사 소견을 들었습니다. 아이의 입안은 진행이 많이 된 구내염으로 고름과 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의사분의 말에 따르면 10일 정도 항생제만 잘 먹이고, 구강 소독약을 입안에 잘 넣어주면 나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성별은 여자아이였고, 길고양이 TNR을 받은 표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내염이 심한 편이라 정확한 나이 추정이 힘들었고, 다섯 살 미만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퇴근 후 구조자분은 병원에서 받은 처방대로 집에서 구강소독제를 넣어주려고 했으나 고양이가 심하게 하악질을 하는 통에 감짝 놀랐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대하며, 고양이가 자기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담요와 상자 등을 마련해주었습니다. 




구조자분은 이렇게 지쳐서 잠든 고양이를 보며 ‘꼬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왠지 촌스럽고 순하게 지어야 건강하게 오래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꼬순이는 삼일동안 거의 누워만 있었고, 입 안에 염증과 고름이 심해 밥을 잘 먹지 못해서 습식사료에 항생제를 섞어 먹이곤 했습니다. 밥 먹을 때 외엔 거의 그냥 가만히 쓰다듬어만 줬습니다. 그르르르릉 끅 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목에서 들렸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골골송인지 아니면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아파서 내는 소린지, 강아지만을 접해보았던 구조자분은 불안하면서도 꼬순이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합니다. 


꼬순이는 이후 2차 병원으로 옮겨졌고, 구내염 뿐만 아니라 치아 흡수성 병변으로 모든 이빨의 내부가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전발치가 불가피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미 항생제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꼬순이는 다행스럽게도 완치 후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아는 동생이 입양하기로 하였습니다. 예상 밖의 수술비용과 치료기간이 있었지만, 상태가 너무 안좋았기 때문에 구조자분은 카라의 문을 두드려 지원요청을 하셨고, 꼬순이는 무사히 전발치 수술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꼬순이를 동생에게 입양보내려 생각했지만, 일주일 동안 꼬순이를 돌보면서 구조자분은 고양이에 대해 많은 걸 배우셨다고 합니다. 영역동물이라 수술 후 또 다시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적응이 힘들 것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으며, 너무 작디 작은 아이라 더 이상의 힘듦을 짊어지게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조자분은 꼬순이의 입양을 결정하셨고,  전발치와 중성화수술을 포함해 통원치료를 약속하셨다 합니다. 


고작 열흘 동안이지만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던 꼬순이를 보며, 난생 처음으로 고양이 입양을 결정하셨다는 구조자분. 꼬순이는 그 마음을 알아서인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으며, 구조자분에 대한 경계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경계도 점점 허물며 활발히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카라 모금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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