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식도증 합병증을 끝내 이겨내지 못한 유기묘 ‘숲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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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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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읍내 상점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길고양이들이 상점 앞에 용변을 보고 상품 포장을 뜯어 놓았다고 잡아서 내다 버려야겠다는 것입니다. 홧김에 하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제가 사는 시골은 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곳이어서 끔찍한 동물학대도 가끔씩 일어나 불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상점 근처 급식소에는 2년 전쯤 유기된 노르웨이숲 장모종 고양이도 있어서 신경이 더 쓰였습니다.

며칠 지나서 읍내에 볼일이 있어서 다시 나갔는데 노르웨이숲 장모종 고양이가 다리가 아픈지 걸을 때 불편해 보였습니다.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고양이라서 자세히 살펴보니 다리에 상처가 있었고, 머리 뒷부분에도 상처가 있었습니다. 상점에서 불안한 소리를 들은 지 얼마 안 돼서 상처 입은 고양이를 보니  불안한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너무 추운데 상처를 치료받지 못하면 고통이 더 심해질 것 같아서 집에 있는 통덫과 참치캔을 챙겨 다시 읍내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노르웨이숲 고양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날은 춥고 바람은 불고 손발이 땡땡 얼어서 저도 반나절 이상 고생했습니다. 다행히도 늦은 밤에 노르웨이숲 고양이를 통덫으로 어렵지 않게 구조했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구조한 날은 너무 늦어서 다음 날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머리 뒤쪽과 다리의 상처는 교상으로 인한 상처라고 하셨고, 탈장까지 되어 있어서 중성화 수술할 때 탈장 수술도 같이 받아야 했습니다. 노르웨이숲 고양이는 서열이 낮아서 다른 길고양이들에게 쫓기고 공격당하며 힘든 길생활을 버텨왔을 텐데 딱하고 가여워서 눈물이 났습니다.

사실 구조하기로 마음먹었던 순간부터 내적 갈등으로 계속 힘들었습니다. 길생활이 힘든 장모종의 유기된 품종 고양이, 사람 손을 타서 길생활이 위험한 고양이를 치료하고 방사해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루 정도 고민하다가 제가 입양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이름을 ‘숲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런데 숲이가 수술받고 이틀이 지나도록 밥을 먹지 않는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집에 있는 기호성 좋은 간식들을 챙겨 숲이 한데 가서 먹여봤습니다. 츄르를 입에 대주니까 냄새는 맡는데 먹지 않고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이번에는 츄르를 짜서 입에 묻혀주니 조금씩 핥아먹기 시작해서 기뻤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구토를 했습니다. 숲이는 스스로 밥을 먹지 못해서 콧줄을 삽입했고 혈액이 섞인 혈토까지 해서 조영촬영 검사를 받았습니다. 혈토를 할만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거대 식도가 확인됐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듣는 질병 이름였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앞이 깜깜했습니다.

그런데 숲이는 밥을 먹고 나면  구토 증상이 계속 있어서 큰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해야 할 것 같아 퇴원 후 집에서 돌보다 큰 병원 예약된 날 진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퇴원한 날 숲이의 호흡이 좋지 않은 거 같아 동물병원으로 급하게 진료를 받았습니다. 숲이는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머물러야 했고 괜찮아지는가 싶더니 저체온증과 호흡곤란이 와서 고양이별로 떠나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다친 머리와 다리를 치료받고 중성화와 탈장 수술받고 나면 건강해지는 줄 알았습니다. 거대식도증은 죽는 날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질병이지만 이런 아픔까지도 저는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숲이를 돌보기 위해 미리 공부하고 거대식도증 치료에 경험 있는 보호자분께 노하우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숲이가 퇴원해서 집에 오면 편하게 지낼 공간도 마련했고 먹기 편한 부드러운 캔도 준비했고  아늑한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필요한 담요, 숨숨집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숲이는 거대식도증 합병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고양이 별로 떠났습니다. 눈을 감고 병원에 누워있는 숲이를 보는데 눈물이 너무 나서 저도 숨을 쉬기 힘들었습니다. 길에서 그냥 살게 뒀다면 어땠을까? 처음부터 큰 병원으로 데려가서 치료를 했다면 살렸을까? 혹시 내가 뭘 잘 못해서 숲이가 이렇게 된 건가?라는 생각만 계속 들어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숲이 말고도 구조와 치료가 필요한 길고양이들이 몇 마리 더 있어서 힘을 내야 하는데 며칠 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어쩌다가 고양이를 알게 돼서 이런 아픔까지 겪으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숲이 구조하고 나서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숲이는 제가 본 가장 아름다운 눈망울로 저를 바라봐 줬고 제2의 숲이를 만나게 된다면 더 많이 아껴주렵니다.


*유기, 길에서의 아픔, 끝내 별이 된 숲이의 사연 너무 안타깝네요. 더 이상 고통과 아픔이 없는 곳에서 숲이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구조자분께서 숲이 와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아마 숲이도 덜 외롭고, 잠시나마 행복했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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