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지 않으면 여생이 2주라는 진단을 받은 17살의 '넙죽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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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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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넙죽이를 처음 만난 건 15년 전입니다. 아주 잘생긴 큰 고양이, 그래서 이름이 넙죽이가 되었습니다. 

넙죽이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는 중성화된 다른 수컷 고양이 2마리와 함께 셋이서 일상을 나누며 혹한과 혹서를 견뎌냈습니다. 2013년과 2016년, 함께 지내던 다른 고양이들이 각각 세상을 떠나고 넙죽이만 남았습니다. 먼저 떠난 형들 대신 동네 다른 고양이와 연대해서 가족을 이뤄주길 기도했지만, 넙죽이는 2016년 이후 홀로 일곱 번의 겨울을 나는 동안 다른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이번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길고양이로서 넙죽이의 마지막을 계속 고민했지만, 결론은 낼 수 없었습니다. 가능하다면 백번이라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넙죽이의 삶에서 나란 존재는 무엇인지를요. “넙죽이가 갑자기 비틀거리고 앞을 못 보는 것 같아요” 넙죽이를 함께 보살피던 분께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이전에 콧물을 흘려 약을 지어 먹이거나 몸이 조금씩 야위어가긴 했지만 잘 버텨주었지만 더는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나이 17의 길고양이, 고민이 깊었지만 이렇게 죽게 둘 수 없었습니다. 영리한 녀석은 포획틀을 외면했고 결국 먹이로 유인한 후 어렵게 구조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진료를 위해 급히 이동한 병원에서도 녀석의 야생성은 여전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신부전과 심한 결막염, 그리고 칼리시 바이러스에 의한 구내염이었습니다. 동네 대장 거묘 넙죽이는 한창때라면 7kg 이상 나갔을 테지만 구조 후 체중은 3.84kg에 불과했습니다. 이대로 두었다면 2주 내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수의사님의 소견이 내려졌습니다. 매일 수액을 해 줘야 하며, 신부전 전용 사료만을 먹어야 하고, 칼리시 바이러스 감염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필요했습니다.  치료받은 넙죽이는 4.0kg의 체중이 되어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비록 길고양이지만 오랜 시간 친구로 녀석의 삶을 격려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녀석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 알 만도 하건만 여전히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이 녀석을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자유로운 주체로서 존엄하게 살다 떠나라고 방사해 주는 게 맞는다고 머리에서 내린 판단을 마음이 거부했습니다.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녀석이 사는 동안 곁에 두고 불편하지만, 함께 살아보자고 했습니다. 하루하루 나빠질 게 뻔한 만성 질병에다 많은 나이지만 나와의 삶이 그동안 누려온 자유를 뺏을 만큼 행복할지도 의문이지만 그래도 이 방법밖에 없다고 녀석에게 양해를 구하려 합니다. 그렇게 녀석의 마지막을 지켜주고자 합니다. 



[최근 소식]

현재 이어진 2번의 추가 검진에서 고혈압이 진단되어 관리 중이고, 신장 수치는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아이의 체력이 허락한다면 구내염 발치 치료로 아프지 않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라 현재 투약과 정기검진을 진행하며 수의사님과 상의하고 있습니다. 


* 넙죽이는 거리의 삶을 종료하고 구조자의 집에서 여생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매일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이제는 구조자의 반려묘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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