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된 눈과 큰 물림상처를 입고 코에서 피를 쏟아내던 '대장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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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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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제가 밥 주는 자리에 가끔씩 나타났었던 아이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모습이 너무 처참하여 눈물이 났습니다. 눈물과 코피, 콧물이 범벅이었고 한쪽 눈은 다쳤는지 하얗게 변해 있었고 뼈가 다 드러날 만큼 많이 말라 있었습니다. 호흡이 힘들어 그르렁 소리를 내며 힘들게 호흡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기력이 없는지 길에 주차된 차량 밑에 앉아 있었는데 동영상을 찍으며 훌쩍이는 저를 가만히 바라도 보고 쉰 듯한 목소리로 야옹 대답도 해주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 아이의 모습이 가끔 떠오르고 오늘은 살아 있을까, 밥은 먹고 다니는지 걱정하며 지내다 우연히 아이에게 밥을 챙겨 주시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아이가 다리를 다쳤다며 보여주었습니다. 다친 다리가 아니어도 깡 마른 몸에 숨쉬기 힘든 호흡으로 살아가기가 힘든 아이인데 다리까지 다쳐 밥주시는 분께 치료해 주실 수 없는지 여쭤보니 경제적인 사정으로 불가능 하다고 하셨습니다.

더운 여름날씨라 이미 상처가 괴사된 듯 보였고 고름도 차 보였습니다. 이대로 두면 고통스럽게 별이 될 것이 뻔하였고 그 모습으로 지금까지 살아낸 아이의 살고자 하는 의지를 모른 척 할 수 없어 밥주시는 분에게 부탁드려 이동가방에 넣어 병원으로 내원하였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처음 병원에 내원하여 상처 부위를 씻어내고 X-ray 촬영을 하였습니다. 괴사가 되었고 여러 차례 물린 이빨 자국이 있었고 생각보다 깊고 넒은 상처였습니다. 눈으로 볼 때 부었던 것은 안쪽에 고름이 가득 찼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얗게 변해 있던 한쪽 눈은 실명 상태였고 진료 중 갑자기 코에서 많은 피가 쏟아졌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한 호흡기 문제가 만성적으로 오래되어 잦은 비강출혈이 생긴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현재 아이 상태로 수술은 불가하여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항생제 치료를 하며 새살이 재생되어 아물도록 하고 눈과 코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제거하는 긴 치료기간이 예상된다고 하셨습니다. 호흡이 불안정하여 산소방에서 입원하며 치료하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현재 아이의 상처는 잘 아물고 있고 오백원 동전 크기 정도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지 않아 평소에 잦은 다툼이 있었다고 들어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였는데, 항문낭이 막혀 있는 것이 발견되어 제거하였습니다. 약한 몸으로 길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밥도 먹지 못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대변도 못 보면서 항문낭에 액체처럼 있어야 하는 것이 진흙처럼 변해 막혀 있었고 이번에 발견되지 못했으면 안에서 터져 위험할 뻔했습니다.

입원 중에 대장이를 치밍이라고 부르는 분이 대장이 면회를 오셔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아이 상태가 너무 처참하여 구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를 입양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쭤본 상태입니다. 가족과 상의하고 다시 얘기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담당 선생님께서 아이의 상처가 실명된 눈 쪽의 다리인데 약점을 알고 다른 아이들에게 공격을 당한 것 같다고 하셨고 호흡기 문제도 있어 방사하게 된다면 곧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방사는 아이에게 위험하다고 하셨습니다.



[최근 소식]

대장이의 임보처를 어렵게 어렵게 구했습니다ㅠㅠ

치료가 더 남았지만 아이의 오랜 입원생활로 우울하고 처지는게 보여 임보처에서 지내며 호흡기와 구내염 치료를 계속하기로 하였습니다! 담당선생님께서 배려해주셔서 처치비용은 거의 받지 않으시고 입원비만 청구해주셨어요ㅠㅠ 이것도 감사한대 더 못해드려서 죄송하다고 말씀해주시네요. 많은 분들께서 대장이를 도와주시고 살려주신 것 같습니다! 

대장이는 이제 '룽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병원 좁은 입원실이 아닌곳에서 케어 잘 받으며 회복중에 있습니다^^ 구내염과 칼리시바이러스로 약 복용 중이고 다행히 효과가 있어서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입니다. 호흡기가 좋아지니 콧물이 줄고 코막힘이 덜하니 식욕이 늘어서 밥도 너무 잘 먹습니다~

남은 치료도 열심히 해줘서 모든 도와주신 분들의 정성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큰 도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너무나도 아파보였던 '대장이'가, 이제 편안한 모습의 '룽지'가 되었네요^^ 큰 병들이 여럿 겹쳐 길고 힘든 치료였을텐데 룽지가 잘 버텨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 힘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주시고 꼼꼼히 신경써서 돌봐주신 구조자님께도 정말 깊이 감사드려요. 길생활을 하면서 어쩌면 온몸이 아팠을지도 모를 룽지가 이제는 아팠던 기억은 모두 잊고, 앞으로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꽃길만 걷기를 바랍니다. 가끔씩 마주치던 길고양이의 아픔을 지나치지 않으시고 구조해주시고 돌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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