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에서 쥐잡이로 지내다 아프고 필요 없다고 이동장채 버려진 '착한나비'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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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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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고양이들 치료 및 치료 후 입양을 혼자 하고 있어 힘들고 버거울 때도 많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 좋은 가족을 만나 잘 지내는 것을 보면 또 다른 기쁨이라 뿌듯함을 느끼며 아이들 생각하며 힘을 내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이해 못 하는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고들 하지만, 고양이만 보면 안타까운 생각만 들어 멈추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입양 못 간 아이들이랑 현재 집에 20여 마리 정도 함께 살고 있고 아이들의 묘생이 걸린 일이라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하여 입양 또한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동네에선 저를 고양이 엄마라 불러 고양이 일이 생기면 저에게 연결하여 모든 하루를 고양이로 시작해 고양이로 마무리하며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집에서 고양이들과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을 때쯤 동네 주민께 전화가 왔습니다. 화원을 운영하던 주인이 화원이 팔리면서 그동안 쥐잡이로 키워졌던 고양이까지 가방에 넣어서 버린 후 이사를 갔다며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 저에게 도움을 얻고자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분 또한 고양이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분이셨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저에게 전화하셨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아기 때부터 묶어놓고 쥐잡이로 키우다 발정 음이 시끄러워 중성화는 하였으며 최근엔 어딘가 아픈지 밥도 잘 먹질 않고 토도 부쩍 한다며 고양이를 데리고 갈 사람이 있으면 데리고 가겠지 하고는 가방에 넣어둔 채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인간에 의해 원치 않는 삶을 살다 정작 아프고 필요 없어지니 유기까지 하고 갔다는 얘기에 너무 화가 났지만 제일 급한 것은 아이가 어딘가 아프다는 얘기였습니다. 얘기를 전해 듣고 화원으로 가 아이들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하니 구내염은 물론 췌장염과 관절염이 심한 상태였고 일주일 정도 입원 치료를 하고 난 뒤 발치를 하였습니다. 췌장염과 구내염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퇴원을 하였습니다. 관절염은 수술 쪽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영양제로 관리해주고 아파하면 진통제를 주는 방법 외엔 치료법이 없다 하여 안타깝기만 합니다.


집에선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엔 잘 걷지를 않고 누워있거나 앉아있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밥도 잘 먹습니다. 나비는 눈만 마주쳐도 골골송을 부르고 다른 고양이들과도 별다른 격리 없이 첫날부터 잘 지낼정도로  착해 이름도 착한 나비라고 지어주었습니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 상태라 입양은 못 가겠지만, 쥐잡이로 지내야만 했던 아픈 기억을 잊을 수 있게 제가 사랑을 주며 잘 키우겠습니다. 아픈 아이들을 위해 도움 주시는 카라에게 너무 감사드리며 코로나 사태에 밀린 병원비 갚아 나가느라 아등바등 사는 게 많이 힘든데 제 사정이 좀 더 나아지면 작게나마 후원도 할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아픈 몸으로 이동장에 담겨 유기된 착한나비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몸이 아픈 건 치료하고 약을 먹으면 나아지지만,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기엔 얼마나 걸릴지, 회복될 수는 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지금 잘 지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버려지고 아팠던 기억은 모두 잊고 구조자님 곁에서 고양이들과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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