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없는 눈으로 웅크리고 있던 길고양이 '참치'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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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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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전 참치의 모습>

“로이엄마, 참치가 아무래도... 마지막 작별 인사라도 하러 한번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비 오던 어느 날, 저는 전에 살던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그곳으로 무작정 달려갔습니다. 야옹 소리를 내며 항상 머리 박치기를 하고 손을 휘감던 녀석이 하우스에 들어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른 캣맘들도 있고 해서 마음을 놓고 이사를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보름 동안 못 들여다본 사이 참치의 상태는 너무 안 좋아져 있더군요. 병원비는? 가야 할 곳은? 입양은? 이거저거 계산할 겨를도 없이 웅크리고 있는 참치를 꺼내어 이동장에 넣고 병원에 갔습니다. 힘도 없었고, 세상 순하디순한 고양이 참치는 발톱이나 하악질 한번 없이 우웅~ 소리를 내고는 그렇게 제 손에 잡혀주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구내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전 발치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은 잘 되어서 추가로 복용해야 하는 약이 없을 정도로 결과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평생 엄마·아빠를 찾는 일만 남았습니다. 원래 살던 터전이 있던 곳이기에 참치를 치료 후에 방사해줄까도 생각했으나, 지금 있는 곳이 안전하지 못하고, 전 발치로 인해 길에서 살아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참치가 지내던 화단>

저는 참치를 2015년 가을에 알게 되었는데, 항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파트 1층 화단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이 녀석은 저를 비롯해 몇몇 호의적인 동네 분들의 보살핌으로 살아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새롭게 이사 오신 분은 텃밭을 일구시는 분이라 관리실에 민원을 넣고, 다른 캣맘들과도 다툼이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게다가 참치의 하우스가 있는 곳에 주로 흡연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무쪼록 시민지원을 통해서 참치가 카라와 여러 사람의 응원과 사랑을 받고, 남은 묘생을 행복하게 즐겁게 건강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참치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늘 같은 자리에서 구조자분을 기다렸던 참치가 치료를 받고 이제는 더 이상 기다려도 되지 않을 가족의 품을 만났습니다.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들은 모두 잊고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행복한 묘생을 살기를 바랍니다.

*길고양이는 함께 살아가야 할 소중한 생명입니다. 함께 공존하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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