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못 뜨고 침을 잔뜩 흘리며 앙상한 몰골로 나타난 길고양이 '코점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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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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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밥을 챙겨주던 아이입니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밥자리에 오지 않다가, 눈을 못 뜨고 침을 잔뜩 흘리며 앙상한 몰골로 밥자리에 나타났습니다. 밥과 물을 준비해줬으나 제대로 먹지 못했고, 상당히 힘들어했습니다. 바로 구조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닌데, 걸음걸이조차 너무 불편해 보이고 움직임이 느리고 도저히 이 상태로는 길 생활이 불가능해 보여서 구조를 결심했습니다.


손을 타는 아이가 아니라서 이동장 주변으로 먹을 것을 놓고 유인했으나 불가능하였고, 평소에도 장난감 반응이 좋은 아이라, 혹시나 장난감을 흔들었는데, 다행히 반응해줘서 구조는 쉽게 잘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한쪽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동장 안에서 발버둥 치면서 눈에 뭉쳐있던 고름이 터져 나오며 다행히 눈은 떴습니다.

지난 4년간 겨울에 허피스 조차 없었던 아이이고 일주일에서 열흘 만에 심각한 구내염으로 침을 잔뜩 흘리며 밥을 전혀 먹지 못하는 상태라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으며, 처방해준 안약을 넣기도, 제시간에 약을 먹이기도 힘들 것 같아서 동물병원에 방문하여 상황 설명 후 치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치료 전>

이동장에서 아이를 꺼내서 자세히 보니, 아래턱이 부러져서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턱 정 가운데 골절이 있었고, 눈 옆쪽에서 골절이 있었습니다. 턱 골절 수술하였고, 마취 후 입안 상태를 보니 안와골절 있는 쪽 어금니도 다 으스러져 있었기에 발치했으며, 안와골절 부위는 자연스레 붙도록 놔두기로 하였으며, 안와골절로 인한 눈 쪽 염증은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수술 후>


턱 골절로 바로 음식물 섭취가 불가하여 입원하여 비강 튜브 장착하였고, 스스로 음식물을 섭취하기 시작하여 비강 튜브 제거하고 턱 수술 부위 봉합실 제거하였습니다. 턱 골절 수술에 사용된 와이어는 제거하지 않아도 되지만, 5~6개월 후에 제거해주는 것이 좋기는 하다는 병원 측 소견에 따라 차후 포획 시도를 해 볼 예정입니다.


코점이는 퇴원 후 원래 살던 곳에 방사해주었습니다. 방사 후 경계가 조금 더 심해지기는 했으나 다행히 밥자리에 자주 나타나 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수술 부위에 와이어가 장착되어 있다 보니 이물감이 느껴져서인지 초반에는 많이 불편해했지만 지금은 씹는 것도 적당히 잘하고 있습니다. 방사 직후보다 식욕과 활력이 많이 좋아진 상태입니다. 치료비 지원 감사드립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코점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하악골절 수술을 마치고 다시 예전 모습을 찾은 코점이,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간 코점이가 잘지내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갑자기 하악골절이라는 큰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위험하고 험난한 길생활이지만, 구조자님의 정성어린 돌봄 속에 코점이가 지금처럼 매일 오가며 오랫동안 건강하고 잘 지내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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