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때 만나서 9년간 밥을 챙겨 준 길고양이 '할머니'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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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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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이 할머니는 제가 초창기에 밥을 챙겨준 길고양이입니다. 다른 길고양이들과도 잘 지냈지만, 밥은 꼭 따로 차려 먹여야 했고 어디서 지내는지 안보이다가 밥때 되면 나타나곤 했어요. 겁이 많아 경계심이 많아 중성화 수술시킬 때도 진짜 힘들게 해주었답니다.

작년부터 이빨이 안 좋은지 아파하더라고요. 저도 아버님도 편찮으시고 치료 후도 문제라 어찌해야 하나 하고 생각 중이였는데 올해 초겨울부터는 저만 보면 계속 울기만 하고 어디 가지도 않고 노상에서 밤을 세는지 새벽에 나갈 때도 저녁에 들어올 때도 울고 있더라고요.


골목에 다른 길고양이들은 저희집 뒤에 마련해준 겨울 집에서 지내는데 혼자만 끝까지 어디 가지도 않고 올겨울 못 나려나 싶기도 하고 최근에 와서는 그 좋아하는 캔도 안 먹고 사료도 안 먹고 미지근한 물만 마셨습니다. 거기다 푸근하던 날씨도 갑자기 추워져 안 될 것 같아 포획틀 설치해서 구조했습니다. 동물병원에 데려 가보니 다행히 신장만 살짝 수치가 안 좋고 괜찮다 하셔 송곳니 빼고 발치했어요.


퇴원 후 데리고 오니 기력이 없는지 꼼짝도 안 하고 누워 잠만 자더니 일주일간은 캔만 먹이다 요즘은 아기고양이용 사료를 주니 잘 먹고 잘 싸고 있어요. 1단 철창에서 3단 철창으로 옮겨 준 상태고 밖에서 살다 좁은 곳에 있어 답답하진 않은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우리집 고양이들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도 많이 봐서 살짝 걱정인데 컨디션은 괜찮은 것 같아 좀 두고 보려고요.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삼색고양이 할머니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랜 길생활을 하면서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또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던 기특한 삼색고양이 할머니. 고단했던 지난 긴 길생활을 보상받듯이 남은 묘생은 더욱 편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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