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고 귀에 종양이 있었던 유기묘 '모루'

  • 카라
  • |
  • 2020-03-26 13:42
  • |
  • 1382


1. 구조 사연

모루는 저의 친정집 아파트 단지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었습니다. 저희 언니가 단지 내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며 아이들을 챙겨주고 있었기에 대부분의 아이들을 알고 있는데, 어느 날 꾀죄죄한 몰골로 잘 움직이지 않고 비를 맞고 있는 모루를 처음 발견했습니다. 터키시 앙고라 품종묘 같기도 하고, 귀가 잘 안 들리는지 소리에 반응이 느려 차에 치일 뻔 하고, 하얀 털이 꾀죄죄하고, 무엇보다 기력이 없어 거의 움직이지 않고 널브러져 있어 계속 걱정만 하며 고민하던 중 근처 캣맘이 운영하시는 공방에서 모루를 임시 보호해주시겠다고 하셔서 구조를 결심했고 며칠 뒤 언니와 함께 플라스틱 포획틀로 모루를 구조하였습니다.


2. 치료 과정

구조 후 병원에 데려가 보니 모루는 경계가 있고 쭈구리 같지만 마취 없이 진료를 볼 수 있는 정도로 손은 타는 아이였습니다. 곳곳에 싸운 상처들에 피부 곰팡이,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았고 생각보다 고령묘에 관절염도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아이였습니다. 약욕을 깨끗하게 하고 기본적인 처치들과 함께 중성화 수술을 먼저 한 뒤 임시 보호처인 공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후, 임시 보호처에서 회복하던 중 처음에는 작아 보였던 귀 아래의 좁쌀 같은 붓기가 점점 두드려지는 듯하여 가까운 다른 병원에 데려갔고, 악성 종양이 의심되어 가급적 빨리 절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절제 수술 후 종양 조직검사를 의뢰하여 악성 진단을 받았으나 절제가 완전하게 잘 이루어져서 지속적인 관찰과 보호만 이루어진다면 크게 위중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3. 보호 계획

모루는 빠른 속도로 예뻐지고 잘 먹고 건강해지고 있지만 고령묘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어서 그런지 공방에서도 잘 움직이지 않고 놀이에도 관심이 없고 오직 전기방석과 함께 먹고 자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만, 나름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는 듯합니다. 경계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공격성은 없고, 단지 귀찮게 하면 싫어하고 가만히 두면 전기방석 위에서 지지며 명상? 하는 것을 좋아하고 식탐이 장난이 아니어서 건사료, 캔, 트릿 가리지 않고 엄청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과 주변 분들, 임시 보호자님과 충분히 상의하여 모루는 길에서 제대로 살 수 없을 것이고, 편히 몸을 누이고 쉴 수 있고 맛있는 음식과 깨끗한 물만 줄 수 있는 환경이라면 실내에서 지내는 게 더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모루가 조금 더 임시 보호자님들께 마음을 열어주고 친화적인 고양이가 되면 입양을 추진해보려고 생각 중이지만, 나이가 너무 많고 입양이 힘든 케이스인 것을 알기에, 내년에 공방이 지방으로 이사가시면서 그때까지 입양처가 없으면 모루를 계속 데려가서 공방 고양이로 지내게 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환경이 바뀌는 것보다 이미 모루를 계속 돌봐 오신 공방 분들과 함께 라면, 남은 생을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살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공방분들과는 오랜 시간 함께 도움을 주고받은 관계로, 저도 현재도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루를 지켜보고 케어 할 계획입니다.

4. 치료 후기

모루는 수술부위는 거의 아물었고, 살만한지 다시 하악질도 하고 공방 안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드디어 입양 문의가 와서 아직 최종 확정은 아니지만 곧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때까지는 공방에서 계속 지낼 예정입니다! 모루 도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어려운 때이지만 늘 건강조심하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모루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나이도 많고 길 위를 떠돌다 구조된 모루가 가족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도록 늘 응원하겠습니다. 모루에게 임시보호처를 마련해주시고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잘 돌봐주신 임시보호자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할때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병들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 등으로 금전적인 부분도 생각보다 많이 들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닌 소중한 나의 가족이고 생명이기때문에 무슨일이 있어도 꼭 평생 함께 하여야 합니다. 모루처럼 가족을 잃고 거리로 떠돌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그리고 모루처럼 구조되어 가족을 기다리는 동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동물들에게 가족으로써 함께 해주세요.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모루의 치료비는 '삼성카드 열린나눔'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

댓글 1

박선영 2020-03-26 20:21

감사합니다~모루야 길위에서 고생많았어~이제 남은 생은 힘들지않고 행복하게 살길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