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염 고통으로 인해 양쪽 볼을 잡고 괴성을 지르던 '연탄이엄마'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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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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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인 쉼터의 아주 오래된 봉사자입니다. 산 중턱에 있기에 산에 지내는 고양이들이 아주 많이 찾아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쉼터 마당 한 쪽에 아이들의 밥과 물을 마련하고 지낸 지가 몇 년이나 지난 지 모르겠습니다.

평생을 강아지들을 돌보아왔지 고양이들에 대해서는 잘 몰라 봉사자 중 고양이를 반려하는 분들에게 물어가며 아이들을 챙겨왔습니다. 돌보다 보니 불가피하게 생명이 위태로운 아이들도 생기고 어미를 잃은 아이들도 생겨 저희 집에도 고양이 식구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게 되었습니다. 연탄이 엄마는 쉼터 마당으로 찾아오는 가장 오래된 고양이 중 한 마리입니다. 

밥을 먹다가도 저와 마주치면 꽁지 빠지듯 도망가기 바쁜 녀석 그러다 보니 변변치 않은 이름 하나 지어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이 녀석의 새끼 중 연탄이라는 아이를 제가 구조하여 반려하게 된 이후로 이 친구를 연탄이 엄마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연탄이 엄마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왔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살갑게 구는 구석은 없고, 항상 저를 보면 쏜살같이 도망가는 아이였지만, 흐르는 세월 속에 연탄이 엄마에게 정이 들게 되었습니다. 하나둘 밥자리를 오지 않는 녀석들이 생겼지만, 항상 씩씩하게 밥자리를 찾아오는 연탄이 엄마를 보며 마음이 지치는 날엔 그 모습에 살아갈 용기도 위로도 얻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이 녀석은 어디서 잘까 봐 이 녀석은 언제쯤 오나 살펴보게 되고 기다리게 되고 몰래 숨어서 녀석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날들도 늘어났습니다.


겨울엔 연탄이 엄마가 춥지는 않을까, 산자락엔 야생 동물들이 많아 혹시 위험하지는 않을는지 싶어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 겨울을 날 집도 만들어 밥을 먹으러 오는 곳 근처에 집도 놓아보고, 무슨 간식을 좋아하는지도 차츰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 관심과 노력에 연탄이 엄마도 부흥해주듯이 연탄이 엄마도 절 피하는 횟수가 차츰 줄어들고, 도망가려고 준비하다 멈춰서는 날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까워져 연탄이 엄마와 만난 지 5년이 훨씬 훌쩍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여름이 끝나갈 무렵, 쉼터의 다른 봉사자와 이야기 하던 중 잘 몰랐던 연탄이 엄마의 모습을 듣게 되었네요. 양쪽 볼을 잡고 괴성을 지르더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고 일주일 정도 후 또 다른 봉사자가 연탄이 엄마의 이상한 모습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애가 어딘가 아파 보인다고 전하였습니다.

두 번이나 그런 이야기를 듣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진짜로 아픈 건지 뭔지 내 눈으로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매일같이 오던 연탄이 엄마가 며칠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진짜로 연탄이 엄마가 아프다는 확신이 생겼고, 진짜로 산이라도 뒤져야 하나 생각하던 와중 4일 만에 연탄이 엄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4일 만에 나타난 연탄이 엄마는 아주 야윈 모습이었고 아주 엉망이었습니다.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하고 콧물도 잔뜩 끼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입과 그 주변에 침이 가득하였습니다. 고양이 카페에서 자주 본 그 구내염이 연탄이 엄마에게도 온 것이구나 했습니다. 연탄이 엄마는 대체 얼마나 아픈 건지 먹을 거라면 사족도 못 쓰던 애가 영 시큰둥하게 반응했습니다. 연탄이 엄마에겐 내 도움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고양이 카페에 다시 글을 올렸고 다행스럽게도 포획틀을 가지신 분이 있어 빌렸습니다. 연탄이 엄마는 포획틀에 포획되었습니다.



동물병원으로 이동한 연탄이 엄마는 아주 흥분했습니다. 이러다 포획틀 부서지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안에서 몸부림을 심하게 쳤습니다. 야생성이 아주 강한 산고양이다 보니 마취를 하는데도 애를 한참 먹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연탄이 엄마의 최종 병명은 고양이 만성 구내염이었고 목구멍과 입안에 볼에 염증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부러진 이빨들도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감기도 있지만, 감기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구내염은 아픈지가 오래되었는지 이빨은 전부 뽑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날 오후 연탄이 엄마는 구내염 발치 수술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무사히 수술이 마쳤지만, 병원에서 잘 먹으려 하지 않아 연탄이 엄마는 14일에 금방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그사이 여기저기 다른 캣맘들의 조언을 들어 집에 연탄이 엄마가 회복할 공간을 마련해두었습니다. 회복 기간 중 초기엔 연탄이 엄마는 야생성이 강하다 보니 갇혔다는 스트레스로 인해서 밥을 잘 안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기도 떨어질 듯 말 듯의 연속이었습니다. 연탄이 엄마의 야생성이 얼마나 강한지 그간은 몰랐는데 밥을 주려 하면 철장으로 아주 사납게 굴기까지 하였습니다.

연탄이 엄마는 90% 가까이 회복 되었고 불안정하던 호흡 소리도 많이 좋아졌고, 먹는 것도 제법 먹게 되었습니다. 연탄이 엄마는 아직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보름이 넘도록 아주 가까이서 돌보았지만, 여전히 야생성은 아주 강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을 해보았지만, 아무래도 연탄이 엄마에게는 큰 스트레스 인 것 같았습니다.

연탄 엄마처럼 구조된 구내염 아이들이 수술 후 달라진 모습 그리고 행복한 마지막 모습을 보니 우리 연탄 엄마도 저렇게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게 됩니다. 연탄이 엄마는 앓던 호흡기가 완치되었고 도저히 순화가 안 돼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모습을 보여 따뜻할 때 방사하였습니다.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순화 때문에 철창에 있었는데 언제까지고 이럴 수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평생을 데리고 살아보려고 했는데 그게 연탄이 엄마한테 독이 되는 것 같아 쓰린 마음으로 방사했습니다. 연탄이 엄마는 계속 쉼터에 밥을 먹으러 옵니다. 저랑 마주칠 때도 있고 다른 봉사자님들과 마주치기도 합니다. 연탄이 엄마에게 도움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구내염으로 인한 아픔으로 고통스러워 하던 연탄이엄마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씩씩하게 밥을 먹으러 와서 구조자님에게 용기를 줬던 연탄이 엄마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 씩씩한 모습을 되찾아 구조자님의 돌봄속에서 건강하게 지내기를 늘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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