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다리부상과 구내염으로 고통받다 구조된 '나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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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2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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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와의 인연 : 길고양이는 사랑



저는 5년 전 회사에서 우연히 아픈 길고양이 한 마리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년간 길고양이와 유기견들의 밥을 챙기고 있는 캣맘입니다. 처음 저와 인연이 된 길고양이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와 함께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 아이로 인해 그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길고양이와 유기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길에서 굶어 죽는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밥이라도 챙겨줘야지 하고 시작했던 일은 저도 모르게 어느새 아픈 아이들을 구조하고, 건강을 회복한 아이들은 입양을 보내는 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길에서 산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고 위험하다는 것을 밥 먹으러 오는 아이들의 상태를 보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픈 아이들의 구조도 사실 쉽지 않았지만 구조 후 입양을 보내는 일은 더 어려웠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사람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입양 자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 아이 두 아이 제가 품게 되었고 캣맘 생활 5년 만에 강아지 두 마리와 고양이 열한 마리라는 대식구가 되었습니다.

대식구가 도시 좁은 아파트에서 생활하다 보니 일도 많고 탈도 많았고 어렵사리 시골 촌집을 구해서 이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이들을 돌보게 되면서 저의 생활 이곳저곳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5분 거리에 있던 회사는 한 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출퇴근 시간으로 바뀌었지만 아파트보다 시골 주택을 더 마음에 들어 하는 아이들을 보면 출퇴근 시간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었습니다. 친구들 만나서 커피 마실 돈으로 아이들 사료나 간식을 사는 게 더 행복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마당 한켠에도 길 고양이들이 와서 먹을 수 있게 밥을 챙겨 줄 수 있어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빠졌지만 마음만은 더 여유로워졌습니다. 그릇에 놓아둔 사료가 훅훅 줄어드는 걸 보면서 더 많은 아이들이 배 곪지 않고 길 생활을 견뎌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행복했습니다. 


나무와의 첫 만남 : 충격적인 나무의 상태



어느 날 밥 챙겨주는 장소에 핏자국이 보이기 시작했고 근심걱정으로 밥 먹으러 오는 아이들을 하나 둘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유독 한 마리가 얼굴에 상처도 많고 마당에서 계속 눈에 띄었습니다. 어느 정도 거리를 좁혀도 멀뚱히 저를 바라볼 뿐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그 아이가 걷는 걸 목격했고 걸음걸이가 이상했습니다. 절뚝거림이 있는 듯 보여 확인을 해보려 했지만 쉽지가 않아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보다 밥자리에 카메라를 설치하게 되었고 그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카메라에 잡힌 그 아이의 상태는 너무나 충격적 이였습니다. 지금도 그 장면만 생각하면 왈칵 울음이 터집니다.  

밥을 먹고 있는 아이는 뒷다리 하나가 발목 밑으로 절단된 채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밥자리의 핏자국은 그 아이의 다리에서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마당에서 멀뚱히 저를 쳐다보던 그 아이의 얼굴이 스쳤고 좀 더 빨리 발견하지 못한 저를 원망했습니다. 손가락이 칼에 살짝 베여도 며칠을 아파서 힘들어 하는데 그 고통을 어떻게 견디고 있었을까 하는 마음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루 빨리 병원으로 데려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며칠을 마음 졸이며 결국은 구조에 성공했고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나온 대견한 아이에게 나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뒷다리는 절단됐지만 남아있는 다리로 나무처럼 우뚝 서라는 의미였습니다. 


나무는 구조 당시 피부병으로 인해 피부가 약해져서 수술 후 봉합부위가 잘 아물지 못하고 계속 터져서 봉합 수술을 여러차례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나무의 야생성이 너무 강해서 수술할 때마다 진정제를 맞아야 했고 그러기를 여러 차례, 케어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무에게 더 고통을 주는 건 아닌지, 무엇이 나무에게 최선일까 생각하며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집에 품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나무는 케어를 받는 긴 시간동안 저와 한 공간에서 생활했음에도 순화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나날이었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케이지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고 또 다시 수술부위가 터질까 봐 저는 노심초사해야 했습니다. 

나무에게 이 공간은 다리가 아픈 것보다 더 참기 힘든 공포로 인식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이르자 더는 나무를 곁에 둘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평온해져야 상처도 빨리 아물텐데.. 케이지 안에서 쉬지 않고 몸부림치는 걸 더 이상 지켜볼 수도 없었습니다. 


두 번째 아픔 : 구내염에 고통스러워 하던 나무


결국 방사를 결정했고 나무는 그렇게 방사되어 수개월 동안 다른 아이들과 별다를 것 없이 마당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늦은 저녁시간 밥자리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나가보니 나무가 밥자리에서 앞발로 입을 쳐가며 고개를 흔들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나무의 얼굴로 손전등을 비춰본 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나무의 입가에 침이 길게 늘어져 있고 입 주위가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병원에 여러 차례 문의를 하여 약으로 증상을 치료해 보고자 했으나 아파서인지 예민해져서 인지 도통 먹지를 않아서 약도 먹일 수 없었고 점점 몸이 말라가는 모습으로 저를 애태웠습니다.

오랫동안 고생해서 이제 겨우 아픈 다리가 아물었는데, 이제 겨우 고통 없이 지내는가 했는데, 구내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뭔가에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구내염은 발치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나무를 또 다시 구조해야겠다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마음만 아파해야 했습니다. 

발치 비용을 알아본 후 저의 고민은 더 깊어졌습니다. 매달 월급으로 겨우 생활이 유지되는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었습니다. 제가 품고 있는 아이들도 건강하지 못한 터라 병원치료비가 빠듯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삐쩍 말라가는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가는 나무를 보며 저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고 원망스러웠는지 모릅니다. 1%의 희망이라도 가져보자는 마음으로, 발치가 아니라 약으로 치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인근 지역에 치아 엑스레이가 있는 병원을 검색하여 나무를 다시 포획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의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병원 검진 결과 나무는 나이가 많은 걸로 추정이 되었고 이미 송곳니 두개는 부러진 지 오래되어 신경이 다 보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것 또한 구내염 못지않게 아이에게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아이가 힘들었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려했던 구내염 역시 너무 심각한 상태라 약으로 아이의 상태를 호전시키기는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발치 밖에 방법이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고 저는 당장 손에 든 돈도 없이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다리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일 년도 채 살지 못하고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습니다. 

대견한 나무는 이번 수술도 잘 견뎌냈습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너무나 다행이지만 병원비 청구서를 받아 든 저는 근심걱정으로 여러 날 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그러다 이곳저곳 알아보다 카라에서 치료비 지원을 받아서 구내염 전발치를 한 아이의 이야기를 보게 되어 혹시 저의 경우도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신청했고 카라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나무 : 부쩍 말이 많아진 나무



나무는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일까요? 지난 번 다리 절단 수술 후 케어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확실히 순해진 느낌,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온화해 졌습니다. 야옹야옹 거리며 저에게 수많은 얘기를 쏟아냅니다. 케이지에서 생활 후 다리 고통이 덜해졌다는 걸 기억이라도 하는 걸까요? 이 상태라면 순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아주 작은 희망을 품어봅니다. 

< 전기장판에 포근히 누워있는 '나무' 나이가 있어서 인지 겨울동안 전기장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

언젠가 저의 다른 아이들처럼 가슴에 품고 잠들 수 있는 날을 꿈꿔봅니다. 아니, 바라만 봐도 좋으니 이제는 제발 아프지 말고 건강하길 바랄 뿐입니다. 나무는 그렇게 저의 열두번째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너무 많이 아팠던 나무, 남은 묘생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무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나무는 현재 구조자님의 반려묘가 되어 잘 지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제법 손길도 받아들이고 잘 먹어서 살도 많이 쪄서 걱정이라고 하네요!^^ 험난한 길 생활에 고통스러운 부상과 질병까지 힘겨웠던 삶을 살아내야 했던 나무가 앞으로는 아팠던 기억은 모두 잊고 구조자님의 품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나무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해주시고 사랑으로 품어주신 구조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댓글 2

장소윤 2019-02-23 20:54

정말 감사드려요.. 글로만 읽었는데도 구조자분이 마음 고생하신게 느껴지네요 ㅠㅠ 나무도 앞으로는 행복만 했으면 좋겠어요!


박지영 2019-02-22 09:53

작은 고양이가 고통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갈수도 있는 현실을 이겨내 꿋꿋히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에요..소박하고 작은 기적이 작은 생명에겐 인생의 큰 빛이 된다는게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