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식당 천장에 갇혀 애처로이 울어대던 한탕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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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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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폐업한 식당을 지나가던 순간, 희미하게 녀석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분명 1층에 식당이 있는 건물 안이었고, 유리문 너머로 들여다본 내부에는 지저분한 테이블과 의자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식당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고양이를 직접 본 것도 아니기에 그날은 그냥 지나쳐 왔습니다.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식당 앞을 지나가는 제 귀에는 애처로운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빨리  꺼내 주지 않으면 저 안에 갇혀서 굶어 죽는 건 아닐까 시간이 갈수록 걱정도 더해갔고…. 근처 다른 가게들과 부동산을 수소문한 결과,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연락을 취해 문을 열고 내부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방과 홀을 비롯하여 식당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고양이는 찾지 못했고, 혹시나 하고 열어본 천장 점검구를 통해 지붕과 천장 사이에서 고양이가 살고 있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단층짜리 건물인 식당의 지붕과 천장 사이에는 꽤 높은 공간이 있었고, 밖으로 통하는 구멍은 보이지 않았으나,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고양이 털과 배설물, 바로 옆 갈빗집에서 물고 온 듯 보이는 갈빗대가 보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장 점점구를 통해 포획틀을 설치하고 그 다음날 가보니, 이게 웬일입니까포획틀 안에는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어둠 속에서 눈만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외부와 식당 천장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생활한 듯했으나, 영역 다툼으로 인한 상처가 있고 영양부족 때문인지 피부와 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포획틀에 얌전히 들어와준 녀석을 위해 건강 검진과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식당 간판에 있는 두 자를 따서 한탕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한탕이에게 중성화 수술과 피부병을 비롯, 간단한 검사와 치료를 해주고 다시 식당 앞에 방사하였습니다. 병원과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그렇게 얌전하던 녀석이, 자기 영역으로 돌아오니 어찌나 흥분을 하던지당장 크롬장에서 자기를 꺼내 달라며 난리를 피우더군요. 한탕이를 잠시 진정시킨 후 크롬장의 문을 열어주었는데, 정말이지 어찌나 빠르던지 골목을 달려 제 시야에서 사라지는데 1초밖에 안 걸린 것 같습니다. 영역으로 돌아온 후 보여준 넘치는 에너지로 한탕이가 남은 묘생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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