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길 생활에서 벗어난 '뿌리', 한쪽 눈을 잃었지만 새 삶을 찾은 '이쁜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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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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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던 불안한 길 생활에서 벗어난 '뿌리'


뿌리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쯤이었습니다. 밥 자리에 자주 오던 어미가 낳은 세 마리의 새끼 중 하나가 뿌리였어요.

길 위의 동물들이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을 때가 있는데, 뿌리 가족들도 언젠가부터 밥을 먹으러 오지 않는가 싶더니 그로부터 한 1년쯤 지났을까, 어느새 다 큰 뿌리가 혼자서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늘 혼자 다니던 뿌리는 비슷한 시간에 찾아와 조용히 밥을 먹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갈라 치면 이내 도망가 버리는 꽤나 경계가 심한 고양이였습니다. 

꾸준히 밥을 챙겨주면서 미처 중성화까지는 생각도 못한 사이 뿌리가 새끼를 낳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싶으면 몇 달 후 새끼들과 나타나고, 그러다 또 새끼들은 하나둘 안보이기 시작하고 이런 일들이 두어번 정도 반복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이 지나고 또 세마리의 꼬물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걸 보고 이제는 그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개월 쯤 된 세 마리 새끼 중 가장 약해보이던 한 마리가 보이지 않기 시작하자 더이상 늦어져선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중성화 수술을 위한 포획을 계획했습니다.

새끼 두마리와 어미를 한꺼번에 포획하는 것은 어려워, 이틀에 걸쳐 포획을 시도했는데 다행히 아기들이 먼저 들어와 쉽게 잡을 수 있었고 다음날 뿌리도 고맙게 포획틀로 들어와 주어 즉시 가까운 카라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검진 결과 아기들도 뿌리도 다행히 건강에 큰 이상은 없다고 하여, 두 형제는 임보처에서 지내는 동안 뿌리는 무사히 중성화 수술을 받았습니다.

길 위에서 사는 고단한 삶 속에서 몇 번이나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얼마나 힘들었을지, 왜 조금더 일찍 도와주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도 있었지만 이제라도 뿌리가 편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습니다.

워낙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한 편이라 처음엔 병원에서도 밥을 안먹으며 버텼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카라 병원 선생님들께서 정성스럽게 돌봐주신 덕분에 3일 정도 입원하고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뿌리를 다시 방사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친해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간에 뿌리를 돌보고 싶다는 친구가 있어 현재 뿌리는 그 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고양이 세 마리가 있는 집인데 아직은 마음을 열지 않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지내고 있어요. 다행히 밥도 간식도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며, 사람보다는 고양이들에게 비교적 친절한 편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혼자서 고생했을 뿌리가 이제는 마음을 놓고 오래오래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뿌리가 마지막으로 낳은 아기들 두 마리는 지금 좋은 집으로 입양가서 팥도+나스 라는 이름을 얻고 하루하루 신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 한쪽 눈을 잃었지만 새 삶을 찾은 '이쁜이'


이쁜이는 집 근처에서 가끔 마주치던 고양이가 작년 5월 쯤 낳은 새끼 중의 한마리였습니다.

어미 고양이와 새끼 두마리가 함께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찾아 헤메는 모습을 보고 밥을 챙겨 주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쁜이의 한쪽 눈이 조금 이상해보였습니다.

결막염인가 싶어서 간식에 약을 섞여 먹여보기 시작했는데...시간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 같아 포획 후 치료를 결심하였고, 포획이 쉽지 않아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이쁜이를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습니다.


검사 결과,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 결국 한 쪽 안구를 적출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어린 고양이라 더 마음이 아팠지만 치료를 잘 견디고 회복해준 이쁜이가 고맙고 대견했습니다. 

병원에서 회복하는 동안 허피스 치료와 중성화 수술도 받고, 건강을 되찾은 이쁜이는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 입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입양을 간 집에서 사람을 따르지는 않지만 그 집에 먼저 살고 있던 고양이 '짱아'와는 아주 다정하게 지내고 있다고 해요.

참, '쫑아'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고 합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더 구조와 치료가 늦었다면 길 위에서 추운 계절을 제대로 보낼 수 있었을지 생각하니 여전히 길 위에서 여러가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생명들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해서 조금더 관심을 갖고 언제든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런 마음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장치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뿌리와 이쁜이가 오래오래 행복하길, 그리고 더 많은 우리 곁의 뿌리와 이쁜이들이 건강하게 우리와 공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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