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새끼 구조 민원’이 3개월 새 482마리 떼죽음으로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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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0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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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구조 민원’이 3개월 새 482마리 떼죽음으로


지난 2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안산유기동물보호센터에는 유기견 80여마리와 고양이 100여마리가 있었다. 고양이들 중 대부분은 사람 손바닥보다 조금 크거나 작은 새끼들이다. 윤형중 기자

[토요판] 생명
안산 고양이 잔혹사

▶ 날씨가 따뜻해지면 골목길 곳곳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번식을 위해 짝을 찾거나 영역 다툼을 하는 고양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증가하고, 그만큼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오는 길고양이들도 많아집니다. 그렇게 센터로 오는 고양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지난해 이맘때쯤 경기도 안산유기동물보호센터로 온 고양이들의 87%가 죽었습니다. 그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근처에 유기동물 보호하는 곳이 어딨는지 아세요?”

밭에서 작물을 손보는 사람에게 물었다.

“글쎄요. 근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양쪽으로 알루미늄 패널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길을 따라 더 들어가면 아무도 돌보지 않는 풀밭 가운데 텃밭과 비닐하우스 등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내비게이터가 가리키는 곳에 다다랐지만, 유기동물들이 머무는 보호센터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좀더 헤매다 창고 건물을 둘러싼 울타리 근처에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란 현판이 보였다. 열려 있는 정문 앞으로 다가갔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정문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건물이 있었다. 살짝 열린 틈 사이로 보이는 건물 내부엔 어둠이 깔려 있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왈왈! 왈왈왈!”

지난 28일 오후 5시께 영동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안산분기점 인근의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안산유기동물보호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를 찾은 이유가 있다. 최근 진선미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안산시에서 받은 자료를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와 함께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5월부터 3개월간 안산유기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고양이 554마리 가운데 482마리가 죽었다. 무려 사망률이 87%다.

안산유기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손바닥보다 작은 새끼 고양이들 
떼죽음의 80%가 이 아이들이었다 
안락사당하거나 밀폐된 우리에 
몰려 있다가 병에 걸려 죽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도심 주택가에 사는 고양이는 
구조·보호 조처의 대상이 아냐 
고양이는 여기 들어올 이유 없고 
오더라도 중성화 뒤 방사하면 돼 

고양이 72마리만 살아서 돌아가

일반적으로 공공장소를 배회하거나 종이상자 등에 담긴 채 버려지는 동물들이 보호센터로 들어온다. 이렇게 버려지는 동물은 지난해 9만7000여마리였다. 이 동물들은 보호센터로 옮겨진 뒤 10일 동안 소유자가 찾아가지 않으면 언제든 안락사가 가능하다고 동물보호법은 규정한다. 입양을 통해 새 주인을 만날 수도 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동물의 목숨은 보호센터의 결정에 맡겨진다. 지난해 안락사된 유기동물만 2만4000여마리다. 안락사 이외에 질병 등의 사유로 보호센터에서 죽은 동물도 2만2000여마리에 이른다.

보호센터로 들어오는 동물 중에서도 고양이의 지위는 특수하다. 지난해 3월 시행된 동물보호법 개정 조항 14조와 동법의 시행규칙 13조를 보면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는 구조·보호 조처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고양이는 보호센터에 들어올 이유가 없고, 들어오더라도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서 다시 방사하면 된다.

하지만 안산보호센터의 실태는 달랐다. 진선미 의원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보호센터에 들어온 554마리 가운데 토종 길고양이로 불리는 ‘코리안쇼트헤어’ 종이 521마리였고, 품종묘가 33마리였다. 즉, 대부분 구조·보호 대상이 아닌 길고양이인데도 보호센터로 들어왔다. 죽은 고양이 482마리 가운데 안락사가 189마리, ‘자연사’가 293마리다. 보호센터 쪽은 ‘자연사’란 인위적으로 안락사를 시키지 않았는데도 질병 등으로 죽은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입소한 고양이 중에서 주인에게 되돌아간 고양이는 3마리, 중성화 수술을 받고서 방사된 경우는 17건이었다. 새 주인을 찾은 고양이는 52마리뿐이다. 극히 적은 수만이 살아서 보호센터의 울타리를 빠져나왔다. 도대체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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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원은실 2014-08-27 16:35

ㅠㅠ안산에 사는 사람으로서.. 정말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나네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도대체..ㅠㅠ